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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진지한 배구 이야기 세화여중·여고 배구부
강효상()
기사작성일 : 2019-03-30 00:51

세화여중과 세화여고는 1978년 개교와 함께 배구부를 창단했다. 세화여고는 태솔, 황민경, 공윤희 등 공격수는 물론 강미선, 이영주, 이소진, 김다솔 등 세터까지 여럿 발굴한 배구 명문이다. 지난해 11월 국가대표 세터 출신의 강미선 감독이 세화여중·여고의 총감독으로 부임했다. 한국 여자배구의 역사와 함께 해온 세화여중·여고 배구부를 찾아갔다. 

 



특별할 것 없는 어느 화요일, 서울 서초구 반포에 위치한 세화여고 체육관에는 앳된 목소리의 파이팅이 들려왔다. 분홍색과 보라색이 어우러진 유니폼을 입은 세화여중 선수들이 서브와 서브 리시브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들이지만, 제 나이 때의 발랄함 속 배구에 대한 열정이 묻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중등부 담당 코치인 김현태 코치의 지도 아래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더스파이크>가 학교를 방문했던 이 날은 중등부와 고등부 모두 오전부터 저녁까지 빡빡한 일정이 잡혀있었다. 기본적인 수비 훈련부터 외부 팀과의 연습경기까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감독과 코치 모두 훈련에 대한 집중력을 꾸준하게 주문했다. 매일 빼먹지 않고 한다는 기본기 훈련부터 이어지는 연습 경기 그리고 그 사이에 진행되는 본지 인터뷰까지, 여느 프로팀 못지않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 세화여중·여고 학생들을 차례로 만나보았다. 


 


사진: 왼쪽부터 최연진, 이다혜, 김서윤

 

올해는 경기에서 더 많이 이기고 싶어요.
세화여중 1학년 최연진(OPP)

2학년 이다혜(WS)

3학년 김서윤(주장, MB)

처음 배구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김서윤: 중학교 1학년 때 키가 갑작스럽게 컸어요. 배드민턴을 하고 있었는데, 부모님께서 배구를 권해주셨죠. 그래서 입단 테스트를 보고 시작했습니다.
이다혜: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했어요. 할머니와 고모가 배구를 하셨던 분들이고, 사촌오빠도 배구를 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어요.
최연진: 저도 가족들이 배구인이고, 오빠도 배구를 하고 있어서 초등학교 4학년 쯤 시작했어요.


감독님과 코치님이 작년 11월에 새로 오셨는데 어떤 변화가 있나요.
김: 감독님이 오시고 나서, 배구 실력이 좋아진 것 같아요. 연습 경기도 많이 해보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딱딱 짚어서 알려주시거든요.
이: 중학교 담당 코치님이 잠시 안 계실 때, 고등학교 언니들하고 훈련을 같이 했었어요. 따라가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 마음이 흔들리는 친구들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잘 다독여주셔서 감사했어요.

 

각자 롤모델이 있으면 얘기해볼까요.
김: 너무 많은데... 굳이 한 명을 꼽으라면 김희진(IBK기업은행) 선수요. 중앙에서도 잘 하고, 큰 공격도 잘 하잖아요. 후위 공격도 멋있고요.
이:
저는 이재영(흥국생명) 선수요. 힘 있게 공격하는 모습이 멋있어서요.
최: 저도 이재영 선수가 롤모델이에요. 윙 스파이커가 해야 하는 역할을 다 잘 하는 것 같아요. 공격은 물론이고 리시브나 수비도 잘 하잖아요.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어요.
김: 단합을 잘 해서 메달을 꼭 따고 싶어요. 그 이후에는 다 같이 여행도 가고 싶고요.
이: 저는 그냥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최: 올해는 키가 180cm까지 컸으면 좋겠고, 소년체전에 출전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한 마디 해볼까요.
김: 저도 힘들지만, 부모님도 많이 힘드실거라 생각해요. 합숙 생활을 하니까 보고 싶을 때 못 봐서 미안한 마음도 있고요. 제가 주장이라서 부모님이 총무 역할을 해주시는데, 먼 거리에도 힘든 내색 없이 묵묵히 해주셔서 고마워요. 그리고 언니야, 대학 가서 공부 열심히 해!
이: 운동이 힘들어서 집에 가면 부모님한테 투정을 많이 부리거든요. 앞으로는 안 그럴게요. 항상 감사합니다.
최: 엄마가 먹는 거에 신경을 많이 써주세요. 왔다 갔다 힘드실텐데, 잘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집 강아지 몽이야, 집에 갈 때마다 반겨줘서 고마워!
 



사진: 왼쪽부터 이유안, 송하연, 김주희, 율리아 


더 열심히 해서 부모님에게 보답해드리는 것이 꿈이에요.
세화여고 1학년 김주희(MB)
2학년 율리아(WS), 송하연(MB)
3학년 이유안(WS)


꽤 오랜 시간동안 배구를 해왔잖아요. 배구를 하면서 즐거울 때가 언제예요.
이유안: 연습한 게 경기에서 잘 나오면 팀에 도움이 되니까, 그때가 제일 좋아요.
율리아: 안 되던 동작이 잘 될 때 행복해요. 노력해서 해낸 거잖아요.
중학교 후배들과 함께 지낸다고 들었어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송하연: 자신 있게 공을 때리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어요. 어릴 때부터 연습하지 않으면 잘 안 되는 부분이거든요.
김주희: 아무래도 기본기를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고등학교 올라오니까 개인적인 기량을 늘리는데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감독님이 새로 오셨는데, 체감되는 변화가 있나요.
송: 경기 때 실수를 해도 파이팅으로 넘어가는 힘이 생긴 것 같아요.
율: 안 되는 부분은 딱 짚어 말씀해주시고, 잘 되는 부분은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는지 말씀해주시니까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김: 중학교 땐 스코어가 벌어져도 따라잡을 만 했는데, 고등학교 경기는 점수 차를 따라가기가 힘들어요. 그런 상황에서도 눈치 안 보고 자신감 있게 뛰는 분위기가 좋아요.

 

이유안 선수는 맏언니이자 주장으로서 힘든 점이 있나요.
이: 선생님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주장의 역할인데 크게 힘든 건 없어요. 감독님 덕분이에요. 훈련할 때는 힘들지만, 그래도 즐겁게 배구하고 있어요.

 

배구선수로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이: 아직 기본기도 부족하고 힘도 부족하지만, 남은 시간동안 열심히 해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송: 수비를 보강해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율: 수비 하나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경쾌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김: 지금보다 나중이 더 기대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더 잘하고 싶어요.

 

롤모델은요.
이: 이재영 선수요. 올라가서 파워 있게 때리는 공격도 좋고, 수비도 잘 하잖아요.
송: 저도 운동할 때 모습이 멋있어서 이재영 선수 좋아해요. 그리고 이주아(흥국생명) 언니도요. 이동공격을 잘 하잖아요.
율: 김연경(엑자시바시) 선수요. 수비할 때 보면 진짜 멋있어요. 키가 큰 데도 수비가 좋은게 신기해요.
김: 저는 중학교 때 감독님이셨던 지경희 선생님이요. 예전 경기 영상을 봤는데, 상황에 맞게 볼 처리도 잘 하시고 항상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멋있었어요.

 

가족들에게 한 마디 전해볼까요.
이: 지금까지 뒷바라지 잘 해주셔서 감사하고, 성공해서 꼭 보답하고 싶어요.
송: 늘 뒤에서 챙겨주셔서 감사하고요. 운동이 아니어도 잘 되어서 꼭 효도하고 싶어요.
율: 어릴 때 한국으로 넘어와서도 잘 자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오빠들도 항상 배구에 대해 조언도 많이 해주고 챙겨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김: 부모님도 오빠도 항상 힘이 되어줘서 고마워요. 더 좋은 선수가 되어서 보답할래요.
 




지금 이 시간에 집중해서 세화의 꽃을 피우고 싶어요.

강미선 감독은 세화여중과 세화여고를 나왔다. 흥국생명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국가대표로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그는 감독 공모를 통해 지난해 11월 모교 감독으로 부임했다. 어릴적 막연하게 꿈꾸었던 그림이다. 자신이 배운 교정에서 후배들을 지도하게 된 셈이다. 

감독님의 선수 생활을 되돌아 보신다면요.
사실 배구를 늦게 시작한 편이에요. 중학교 2학년 말 쯤 시작해서, 중3 때 유급을 두 번하고 실업팀까지 뛰었어요. 운동 구력이 긴 편은 아니죠. 세터 포지션도 1991년에 흥국생명에 입단해서 본격적으로 연습했어요. 그 전에는 보조세터 겸 아포짓 스파이커로 뛰었고요. 늦게 시작한 만큼, 남보다 더 많이 훈련했던 것 같아요. 뒤돌아 볼 여유가 없이 달려왔죠. 훈련량도 많고 힘들었지만, 짧은 선수 생활 동안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감독 이전에 배구계 선배로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세요.
이 순간이 되돌아오지 않으니 최선을 다하자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성인이 되면 지나간 시간에 대해 후회하는 순간이 분명 오거든요. 그리고 생각하는 배구를 했으면 좋겠어요. 남들에게 이끌려서 기계적으로 하기 보다는 자발적인 배구를 하자는 거죠.

 

지난 11월에 세화에 부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해요.
이전부터 언젠가는 모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2010년에 창단한 용인시청 팀이 2년을 채 못 넘겨서 해체되고,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돌아갔죠. 그러다 현장에 복귀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세화여고 감독 모집공고를 봤어요.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모교지만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지도 의문이었으니까요. 그냥 저를 알리는 계기라 생각하고 면접을 봤는데, 다행히 좋은 평가를 받아서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용인시청에서는 남녀부를 동시에 맡아서 화제가 됐는데요.
용인시청은 실업팀이니까 기본기보다는 전술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했어요. 남녀부 간 차이는 크게 느끼지 않았죠. 숙소 생활 관리 같은 부분은 코치들이 했고, 그 나머지 부분은 제가 최대한 관리했습니다.


청소년 팀에서 생활은 어땠나요.
일단 기본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교육이나 인성과 같은 배구 외적인 부분도 주의해서 지도해야 해요. 학부모와의 소통도 중요하고요. 아직까지는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구의 인기가 많이 올라갔지만, 중고배구는 환경이 많이 열악한 편이잖아요.
개인적으로 중고배구가 성장하려면, 초등부가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초등부 클럽은 KOVO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엘리트 팀들은 상황이 안 좋아요. 물론 클럽 배구를 통해 엘리트로 유입되는 학생들도 있죠. 하지만 부모님들이 클럽 수준에서만 시키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해요. 그래서 엘리트 선수들이 줄어들고 있는데,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중고배구가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세화여중·여고는 학교에서 지원을 정말 많이 해주세요. 운동뿐만 아니라 학습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써주시죠. 감사하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어요.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앞으로의 세화는 어떤 모습인가요.
언니들과 동생들이 서로를 밀고 끌어주며 보살피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어요. 배구 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즐겁게 배구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즐거움과 진지함을 동시에 가져가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그렇게 세화만의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여러 학생들이 오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여성 지도자로서 힘든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가정과 직장을 동시에 잘 유지한다는 것도 어렵지만, 사실 여성 지도자들이 대체로 경력이 짧아요. 그렇다보니 어려울 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좀 약하다고 생각해요. 결속력이 약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부분이 아쉬울 때가 있었죠.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남편도 현장에서 지도자(조정 감독)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 이해해주는 부분도 많고 도와주는 부분도 있어요. 힘든 부분에 대해 서로 논의도 많이 하고요. 두 아들도 운동을 하거든요. 운동 가족이라서 소통이 잘 되는 편이에요. 힘든 점이 있는 만큼 편하기도 하고요. 각자 맡은 바에 충실한 그런 행복한 가족이 됐으면 좋겠어요. 물론 두 아들이 잘 된다면 더 좋겠죠? 


 

글/ 강효상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3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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