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공유 페이스북공유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인쇄하기
  • 스크랩하기
'배구로 하나 되다' 고려대 배구 동아리-Volt
서영욱()
기사작성일 : 2019-04-21 11:20

volt_(3).jpg


석양이 지고 학생들이 삼삼오오 캠퍼스를 빠져나올 무렵이다. 오후 7시, 고려대 안암 캠퍼스 안에 있는 체육생활관은 생기를 띄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동아리 활동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배구 동아리 KU-Volt도 함께 했다. 학생들은 좋아하는 배구팀 유니폼을 입고 체육관으로 모였다. 코트 가운데 네트를 치고, 볼 연습하며 지르는 소리가 체육관을 떠나가게 했다. GS칼텍스 주관 아래 지난 2월 서울 V컵 2018~2019에서 우승을 차지한 KU-Volt 운동시간이다. 그들을 한 발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봄을 맞은 고려대 안암 캠퍼스를 찾았다.


배구를 향한 열정으로 탄생하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체육관에 모여 연습을 한다는 KU-Volt는 올해로 햇수로 13년째를 맞았다. KU-Volt는 2007년, 선수 출신 이우식 씨가 배구를 하기 위해서 후배들과 함께 만든 동아리였다. 이우식 씨는 아마추어 대회에서도 꽤 많은 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 현재 KU-Volt는 실제 활동 인원과는 차이가 있지만 40~50명 정도 회원을 두고 있다.


본래 KU-Volt는 체육교육과 학생들에게 열려있는 과 동아리다. 일반적으로 대학에서 과 동아리는 타과 학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같은과 학생들의 친목을 위해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KU-Volt는 다른 과 학생에게도 문을 열고 있다. 당장 주장을 맡은 권해두(26, 경영학과) 씨만 해도 체육교육과가 아니다. 배구라는 공통된 목적에서 함께할 수 있다면 문은 항상 열려 있다.

 

해두 씨는 동아리에서 평소 연습을 주도한다. 그는 “최근에는 동아리도 지도자를 선임하는 분위기긴 해요. 우리는 자금상 문제가 있어서 그렇게 하지는 못해요”라고 훈련에 관련한 말을 꺼냈다. 다행히 초등학생 시절 엘리트 배구교육을 받은 해두 씨가 있어 동아리 훈련을 책임진다.

 

제가 어렸을 때 코치님한테 받은 걸 복기해서 그거 위주로 훈련해요. 그리고 주장을 맡는 동안 트레이닝 방법도 참고하죠. w제가 아는 선수나 코치님들에게 연락해서 어떻게 훈련하면 좋을지도 물어보고요. 생활체육 수준이라 아주 복잡한 수준까지는 요구하지 않잖아요.”

 

동아리 자랑을 빼놓을 수 없었다. 해두 씨가 밝힌 KU-Volt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다른 체대 동아리와 다르게 위계질서가 강하지 않아요. 다른 학교를 보면 그런 분위기가 좀 있어서 험악한 경우가 많아요. 경기 중에도 선배가 후배한테 면박을 준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하지만 우리는 그런 분위기가 없다는 게 장점이죠. 그 덕분에 경기 중에도 의사소통이 잘 돼요. 선후배가 별다른 위계질서 없이 평등하게 동아리를 즐긴다고 생각합니다.”

 

volt_(4).jpg

 

KU-Volt 차기 주장 홍성훈(25, 체육교육과) 씨도 “신입생 시절에 경기할 때도 다른 동아리였으면 말하지 못했을 것도 여기서는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의견도 자유롭게 말하고 그래서 경기 중에 소통도 더 잘 되는 것 같아요”라고 동의했다. 한편 이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해두 씨는 “제일 자유롭던 친구”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말하는 두 사람의 표정에는 성훈 씨가 차기 주장으로 낙점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학과, 국적 초월한 다양한 색이 함께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KU-Volt는 체육교육과 동아리지만 다른 과 학생들도 함께 한다. 주장인 해두 씨는 “초등학생 때 배구를 했어요. 이런저런 이유로 그만두긴 했지만요. 대학에 입학한 이후에는 하고 싶은 걸 하자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 동아리를 찾았는데, 그게 KU-Volt였어요”라고 입부 당시를 돌아봤다.


“원래는 다른 과 학생이라 못 들어오는 거였어요. 다른 과를 많이 받지는 않거든요. 입단 테스트 아닌 테스트도 보면서 들어올 수 있었죠.”

 

KU-Volt에서 함께하는 회원 중에는 어린 시절 배구를 경험해봤기 때문에 찾아온 경우도 많았다. 해두 씨처럼 다른 과 학생이었지만 KUVolt에서 활동 중인 홍덕현(25, 생명과학과) 씨도 그런 경우였다.

 

“제가 외국에서 오래 살았는데, 거기서 체육시간에 배구 코치가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했어요. 그때 1년 정도 했는데 푹 빠졌죠. 그래서 지금까지 이어진 거고요. 대학에 와서도 배구를 쭉 하고 싶었는데 군대 문제 때문에 제대로 못 했죠. 제대 이후에 주장 형이랑 연락하고 인연이 닿으면서 계속할 수 있었어요.”

 

volt_(5).jpg

 

KU-Volt는 다국적 군단(?)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온 사카이리 소타(22, 일어일문학과) 씨 덕분이었다. 소타 씨 역시 일본에서 이미 배구를 해본 경험이 있었다. “고등학생 때 2년 배구를 했어요. 그래서 대학에 와서도 첫 학기부터 배구 동아리를 찾았어요. 하지만 그때는 못 찾았어요. 1학년 2학기 때 아는 형 소개로 체육교육과 동아리인 KU-Volt를 알게 됐죠. 그때 주장 연락처를 받고 연습에 한 번 나갔는데, 당시 인연을 시작으로 쭉 나오게 됐어요.”

 

한선수 유니폼을 입고 열심히 볼을 올려주던 소타 씨는 유니폼에 어울리게 KU-Volt에서 세터를 맡고 있다. 소타 씨는 “제가 1학년 때 세터를 하던 형이 졸업하면서 세터 후계자가 필요했거든요. 그때부터 쭉 함께하게 됐어요”라고 회상했다. 역시 어디를 가도 배구에서 세터는 귀한 포지션이다.

 

소타 씨는 앞서 해두 씨와 성훈 씨가 자랑하던 동아리 분위기에 대해서는 “저도 일본에서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까지는 운동부를 했거든요. 우리 동아리에는 들으신 것처럼 운동하던 사람들이 꽤 있어요. 체육교육과 동아리라서 더 그렇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 분위기나 문화는 금방 적응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잊을 수 없는 추억, 서울 V컵
<더스파이크>와 인연이 서울 V컵이었던 만큼 그때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KU-Volt는 2018년 12월 22일부터 지난 2월 20일까지 진행된 서울 V컵 2018~2019에서 남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2월 13일에 열린 결승전에서 성균관대를 꺾었다.

 

해두 씨는 우승 당시를 돌아보며 “제가 2014년에 동아리에 들어오고 입상은 정말 많이 했어요. 그래도 ‘고려대 배구’하면 실력 있는 팀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우승을 한 번도 못 했어요. 이번이 제가 나가는 마지막 대회였는데, 첫 우승을 해서 기분이 굉장히 좋았어요. 처음에는 기분이 실감이 안 났다가 라커룸에 들어가서 다른 친구들하고 다 같이 소리 지르고 기뻐했죠”라고 소감을 전했다.

 

성훈 씨도 “군대 가기 전에 나간 대회에서 준우승했어요. 전역하고 첫 대회가 서울 V컵이었는데, 우승해서 좋았어요. 제가 주장으로 넘어가는 대회를 우승으로 시작하는 거잖아요. 저한테는 동기부여도 되는 대회였어요”라고 가슴 벅찬 소감을 밝혔다.

 

KU-Volt는 이러한 생활체육 대회에도 적극 참여했다. 한국 9인제배구연맹 등에서 주관하는 대회는 여건만 받쳐준다면 참여한다. 해두 씨는 “전국대학대표자들이 모인 단톡방이 있어요. 거기에 대학배구연맹 사람들이나 GS칼텍스 관계자들도 있어요. 거기에 대회 관련 공지가 올라와요. 혹은 대한배구협회 사업계획을 확인해서 참가하기도 해요”라고 전했다.

 

volt_(1).jpg

 

대회 준비에 대해서는 “평소에 운동하다가 대회 출전 2주 전부터 대회에 나갈 인원이 정해지면 거기 맞춰서 운동해요. 훈련 시스템도 바꾸고 실전을 위한 연습 경기도 많이 다니죠”라고 밝혔다.

 

이번 대회가 더 기억에 남은 건 비단 우승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서울 V컵 결승이 치러진 무대가 장충체육관이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더 값진 경험이었다. 대회 주관자 중 하나였던 GS칼텍스는 당시 GS칼텍스와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관중 입장 시간을 오후 4시로 평소보다 앞당겨 결승전을 치르게 했다. 대회에 출전하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 앞에서 경기할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다.

 

당시가 세 번째 장충체육관 경험이었다는 해두 씨. 경험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설 때마다 설렌다고 한다. 당연히 프로 선수들이 밟는 코트에서 뛴다는 것 자체로 그런 감정이 들 법했지만, 더 자세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보통 생활체육이나 순수 아마추어 대회를 나가면 경기 장소가 학교체육관이나 생활체육센터에요. 시설이 그렇게 좋지는 않아요. 하지만 장충체육관은 프로팀이 쓰는 곳이잖아요. 장충체육관으로 직관도 많이 다니는데, 보던 곳에서 경기하려니까 더 설레었죠. 그리고 더 좋았던 게 경기 기다릴 때 라커룸도 제공해줬어요. 우리가 쓰는 라커룸 옆에서 그날 경기가 있었던 흥국생명 선수들이 있었거든요. 지나가면서 마주치기도 해서 정말 좋았어요.”

 

volt_(2).jpg

 

“동아리, 자고로 즐겁게 해야죠!”
앞서 밝혔듯이 KU-V olt는 이제 새로운 주장과 함께한다. KU-V olt를 찾았을 때는 전임 주장인 해두 씨와 차기 주장인 성훈 씨가 인수인계를 진행하던 시기였다 . 해두 씨는 “ 성훈이는 동아리도 제일 열심히 했고 실력도 발전 가능성이 많아요.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요. 동아리를 이끌 사람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차기 주장으로 정했어요”라고 주장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앞으로 KU-V olt를 이끌어 가야 할 성훈씨의 목표도 명확했다. KU-V olt의 자랑인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를 앞으로도 이어가고자 했다.

 

“다른 부원들한테도 이미 말한 적이 있어요. 제 목표는 당장 대회에서 우승하기보다는 오래도록 지속되는 동아리가 되는 거예요. 내년 V컵에서 우승하는 걸 목표로 하는 거죠. 학기 초라서 나가는 사람도 많고 새로 들어온 친구들도 많아요. 누가 빠지고 들어와도 지금의 모습에서 변치 않는, 어린 친구들도 실력 향상과 함께 즐겁게 할 수 있는 동아리를 만들고 싶어요.”

 

동아리는 대학 생활에서 잊지 못할 경험과 한 줄기 활력소가 되는 곳이다. 스쳐 지나가는 별 거 아닌 기억이 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경험으로 남을 수도 있다. KU-V olt는 그런 즐거움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 부원들의 인터뷰와 연습 과정에서도 느껴졌다. 지금의 이런 즐거운 분위기가 앞으로도 이어져 좋은 추억을 오래도록 함께하도록 기대하고 바라본다.

 

글/ 서영욱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