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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리그] 치비타노바, 홈에서 페루자에 완승…최종전서 챔피언 가린다
조훈희()
기사작성일 : 2019-05-13 09:22

[더스파이크=조훈희 기자] 12일 Eurosuole Forum에서 벌어진 2018-19시즌 이탈리아 프로 배구리그(Lega Pallavolo Serie A)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4번째 경기에서 홈팀 쿠치네 루베 치비타노바(이하 치비타노바)가 브루누 모싸 헤젠지(S, 32세, 190cm))와 로버랜디 시몬 아티스(MB, 31세, 208cm)를 앞세워 시코마 코루시 페루자(이하 페루자)를 3-0으로 완파했다.

시리즈 내내 두 지역을 오가던 우승 트로피가 다다른 곳은 결국 페루자의 홈인 Pala Barton. 이틀 뒤 그곳에서 펼쳐지는 최종전의 승자가 2018-19시즌 이탈리아 남자 프로배구의 패자(覇者)로 등극한다. 한편 지난 시즌부터 시작된 양 팀의 기묘한 ‘챔프전 홈팀 승리’ 징크스는 이번으로 9경기까지 늘어나게 됐다.

◎치비타노바(2승 2패) 3-0 페루자(2승 2패) [25-20, 25-21, 25-19]

로렌조 베르나르디(페루자)와 페르디난도 데 조르지(치비타노바) 등 감독부터 윌프레드 레온 베네로(WS, 25세, 202cm)와 알렉산다르 아타나시예비치(OPP, 27세, 200cm), 요안디 레알 히달구(WS, 30세, 202cm)와 브루누 등 선수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포지션에 걸쳐 세계 최고 수준의 스타들을 포진시킨 페루자와 치비타노바. 최고의 경기력이 펼쳐지길 바란 전문가들과 배구 팬들에게 있어 이들의 결승 대진은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전부터 그들이 예상하고 기다렸던 바로 그 매치업이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로 꼽힌 이번 챔프전에서 과연 기대만큼의 ‘먹을 것’이 차려져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무엇보다 선수 개인을 제외한 부분들, 즉 ‘팀’의 존재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네 경기 모두 서브와 이단 상황에서의 결정력에서 우세를 점한 팀이 내용과 결과를 가져갔다. 서브와 결정력, 이 두 가지는 팀 차원보다 개인 역량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요소다. 즉, 더 우월한 개인 기량을 지닌 선수가 속한 팀에 승리가 돌아갔다는 의미. 분명, 우수한 능력을 지닌 선수를 다수 보유한 팀이 그렇지 못한 팀에 비해 경기를 유리하게 풀어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팀 스포츠인 배구에 있어 좋은 선수의 모임이 그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팀 조직력’이라는 화학반응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인 선수집단은 유기적인 조직력과 안정 부족에 직면하게 된다. 자연히 특정 선수의 개인기량에 대한 의존도가 커짐에 따라 그의 컨디션 및 심리상태 여하에 따라 경기력의 변동 폭이 확대될 위험성 또한 커지기 마련. 이번 챔프전에서의 페루자와 치비타노바가 홈과 어웨이에 따라 경기력의 편차가 큰 이유다. 이는 매 시즌 선수 영입 및 방출이 잦은 두 팀의 운영상 특성과도 적잖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요컨대, 많은 시간을 들여 팀 조직력의 밀도를 향상시키기 보다는 뛰어난 개인능력을 지닌 선수를 보충하는 단기적 전력강화 방식에 기대기 쉬운 환경이라는 뜻. 두 팀의 이러한 특성들은 이번 4차전을 통해서도 듬뿍 묻어났다.

경기 전체를 종합한 결과에서는 서브(8:2)를 비롯하여 블로킹(5:2), 공격 성공률(69.63%(39/56):57.89%(33/57)), 포지티브 리시브 성공률(60%:37%) 등 거의 모든 부분에 걸쳐 치비타노바가 일방적인 우위를 점했지만, 페루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던 1세트 초반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레온(2-4)과 츠베탄 소콜로프(OPP, 29세, 206cm)의 공격범실(5-8)로 3점차까지 리드를 벌릴 때만 해도 페루자의 행보가 훨씬 가볍게 느껴졌기 때문. 경기가 뒤바뀌는 계기가 없었다면 경기 양상은 크게 달랐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시몬의 에이스 3방이 터지며 전세를 일거에 역전(12-11)시키는데, 이 상황이 그 ‘계기’였다. 필리포 란자(WS), 28세, 198cm)와 마시모 콜라치(L, 34세, 180cm)의 리시브 시프트가 크게 흔들렸고, 직후 페루자의 수비 시스템 전체가 무너졌기 때문. 이어진 상황(14-14)에서 엔리코 체스테르(MB, 31세, 202cm)에게 블로킹으로 실점(15-14)한 페루자는, 곧이어 오스마니 후안토레나(WS, 33세, 200cm)와 소콜로프, 브루누에게 잇따라 점수를 내주고 18-14로 뒤처진다. 이 과정에서 보인 범실과 실점 장면들에는 이 경기, 나아가 이번 챔프전과 플레이오프에서 페루자가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가 압축돼 있다.  

한번 무너진 수비 조직력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마르코 포드라스카닌(MB, 31세, 203cm)과 파비오 리치(MB, 24세, 204cm)로 구성된 전위 수비진과 후위 디거들 간의 수비영역이 제대로 조정되지 않은 탓에 블로킹 바운드나 디그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고, 불안정한 리시브로 인해 아타나시예비치와 레온의 큰 공격에 기대야 하는 ‘어렵게 득점하고 쉽게 실점하는’ 양상이 계속됐다.

 


사진: 치비타노바 세터, 브루노 헤젠지


1~2점차로 힘겹게 따라붙던 페루자의 추격전은 결국 10점대 중반(14-12)이상을 버텨내지 못했다. 엔리코 체스테르(MB, 31세, 202cm)의 서브를 적절히 사이드 아웃으로 끊지 못한 채 후안토레나에게 연속 실점(16-12)했기 때문. 브루누의 세트워크에 블로커들이 무력화된 까닭에, 페루자는 2세트가 끝날 때까지 이 4점차를 좁히지 못했다.

3세트는 그저 치비타노바의 승리를 확정하는 절차에 지나지 않았다. 체스테르의 에이스로 첫 리드(7-6)을 잡은 치비타노바. 리치의 공격범실로 점수차를 벌리고, 다시 맞은 체스테르의 서브 차례(16-13)에서 시몬이 레온을 차단한 뒤 아타나시예비치가 오버 넷 파울을 지적받으며 페루자와의 격차를 5점까지 넓혔다. 뒤이어 브루누의 서브 로테이션(19-14)에서 소콜로프가 레온을 1대1 블로킹으로 잡아낸 후 아타나시예비치의 공격범실 등을 합쳐 3점을 추가(22-14)하며, 사실상 경기를 매듭지었다.

페루자 수비라인의 붕괴에 힘입어, 치비타노바는 69.23%(9/13)의 공격 성공률로 4차전 MVP에 뽑힌 후안토레나와 팀 최다득점(14점, 공격 성공률 75%(12/16))을 기록한 소콜로프의 활약에 힘입어 챔프전 승부를 최종전까지 끌고 갔다.

그러나 5차전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 치비타노바 역시 원정에서의 경기력 기복이 심한 까닭이다. 적지에서도 공격적 컬러를 전면에 내세운 전술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고, 원정(1·3차전)에서의 서브 열세(10:6)가 매우 불안하다. 또한 수비 조직력의 치밀함과 안정감 부족은 비단 페루자만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서로의 장·단점과 가용 전술 모두를 드러낸 상태에서 맞는 5차전이다. 단 한 경기로 시즌 성패가 좌우되는, 심리적 압박이 매우 큰 경기이기도 하다. 이런 성격의 승부에서는 기상천외한 묘수나 예측불허의 기책보다는 보다 보편적이고 평범한 수순을 어느 쪽이 더 잘 밟아나가느냐에 의해 갈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약점을 보완하는 쪽보다 강점을 강화하는 쪽에 힘을 쏟는 편이 일반적이기도 하다.

이제 최종전까지 왔다. 레온-아타나시예치를 앞세운 페루자 양 날개의 결정력일까, 브루누를 시발점으로 하는 치비타노바 공격옵션의 다양성일까. 15일, 마지막 결전의 막이 올려진다.


사진/ 이탈리아 리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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