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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리그] 치비타노바, 기적 썼다… 2년 만에 우승컵 탈환
조훈희()
기사작성일 : 2019-05-16 11:09

[더스파이크=조훈희 기자] 쿠치네 루베 치비타노바가 기적의 대역전극으로 스쿠데토(세리에A 우승컵)를 탈환했다. 

 

치비타노바는 15일 Pala Barton에서 열린 2018-19 이탈리아 프로배구리그(Lega Pallavolo Serie A) 피날레 5차전에서 홈팀 서 시코마 코루시 페루자를 상대로 리버스 스윕승을 거뒀다. 1,2세트를 내주며 위기에 몰렸던 치비타노바는 3,4,5세트를 내리 따내며 승리,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챔피언에 등극했다. 2년만이자 이탈리아리그 통산 5번째 우승(2005-06, 2011-12, 2013-14, 2016-2017, 2018-19).   

 

승부는 치바타노바가 20-19로 한 점차 앞서던 4세트 후반에 갈렸다. 치비타노바는 이리 코바쉬가 알렉산다르 아타나시예비치(OP, 27세, 200cm)의 공격을 잇달아 막아내는 활약 속에 22-19, 점수차를 3점으로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 페루자 세터 루치아노 데 체코(30세, 191cm)는 윌프레드 레온(OS, 25세, 202cm)이 전위 로테이션에 있음에도 무리하게 후위 공격을 고집하다 경기 전체 분위기를 내주고 말았다. 지난 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9경기째 이어져 오던 챔프전 홈팀 승리 기록도 종지부를 찍었다.

 

한편, 이번 우승은 치비타노바가 8번째 도전 만에 이룬 값진 결실이다.


수페르 코파(우승팀 페루자), 클럽 세계선수권(우승팀 제니트 카잔), 코파 이탈리아(우승팀 페루자), 이탈리아 리그(우승팀 페루자), CEV 챔피언스 리그(우승팀 제니트 카잔) 등 2017-18시즌에 출전한 5개 대회 모두 결승전에서 무릎을 꿇은 치비타노바는 이번 시즌에도 코파 이탈리아(우승팀 페루자), 클럽 세계 선수권(우승팀 이타스 트렌티노) 최종전에서 내리 패하면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말 그대로 7전 8기 끝에 거둔 감격적인 우승. 
 

 

◎치비타노바(3승 2패) 3-2 페루자(2승 3패) [22-25, 21-25, 25-12, 25-51, 15-10]

레온의 7개와 아타나시예비치의 4개를 포함, 합계 15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한 페루자가 이 경기에서 얻어낸 블로킹 숫자는 6개였다. 반면 팀의 총 서브 득점이 5점에 불과했던[오스마니 후안토레나(OS, 33세, 200cm)와 브루누 모싸 헤젠지(S, 32세, 190cm)가 각각 두 점, 로버랜디 시몬 아티스(MB, 31세, 208cm)가 한 점] 치비타노바가 뽑아낸 블로킹 점수는 모두 합쳐 18점.  

 

배구는 서브가 강할수록 블로킹하기에 유리한 종목이다. 강서브를 통해 상대팀 리시버들의 정상적인 볼 처리를 방해하여 세터의 다양한 공격옵션 활용을 제한하고 이를 바탕으로 블로커들이 정확한 블로킹 위치 선정과 적절한 블로커 조합 구성에 요구되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이 경기는 일반적인 배구 통념과 상당히 다르게 진행됐다. 어째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이날 경기 페루자(30%)와 치비타노바(29%)가 기록한 포지티브 리시브 효율은 별 차이가 없었다. 이는 서브 에이스 15-5로 페루자가 크게 앞섰음에도, 팀 전반적인 리시브나 수비 조직력에서 치비타노바가 뒤지지 않았음을 나타낸다. 추론해 볼 때 양 팀이 블로킹 수에서 3배의 차이를 낸 요인은 서브-리시브가 아니라 세트 및 연결과정의 정교함이 달랐던 데 있었다고 판단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 중심에는 페루자의 세터 데 체코가 놓여있다.  

 

데 체코는 이날 경기서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세터가 정상적인 공격 처리가 불가능할 정도의 세트 범실을 계속 범하는 상황에서 아무리 레온이나 아타나시예비치와 같은 세계 최고의 공격수가 있다 하더라도 효율적인 공격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페루자의 1차적 패인이 데 체코의 난조로부터 비롯됐다면 로렌조 베르나르디 감독의 결단력 부족은 상황의 악화를 더욱 부채질했다. 3세트 중반 이후 이미 승패가 기운 시점에서도 데 체코를 계속 코트에 남겨 둔 점은 특히 치명적인 패착으로 지적되어야 할 부분. 시몬의 서브 로테이션에서 빚어진 페루자의 4연속 공격범실은 데 체코의 세트 리듬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이로 인해 레온(공격성공률 34.29%(12/35), 블록차단 6개)과 아타나시예비치(공격성공률 31.25%(10/32), 블록차단 7개)의 결정력은 4세트 들어서부터 급격히 떨어졌다. 

 

데 체코 경기력이 기대를 크게 밑돈 데 비해, 치비타노바 세터 브루누는 과감하고 다양한 공격옵션을 활용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시몬의 중앙 속공(공격성공률 80%(8/10))을 축으로 후안토레나와 요안디 레알 히달구(OS, 30세, 202cm)를 가운데와 측면으로 폭넓게 이동시키며 경기 내내 상대 블로커들을 교란했다. 두 윙 스파이커들과 속공 수의 지원을 등에 업은 츠베탄 소콜로프(OP, 29세, 206cm)는 70.83%(17/24)라는 경이적인 공격성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브루누의 다채로운 공격 패턴 선택과 입체적인 공간 이용은 페루자 블로커들의 헐거운 조직력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 결과 치비타노바는 2세트 후안토레나가 마르코 포드라스카닌(MB, 31세, 203cm)에게 24점(24-21)째 득점을 내주는 블록차단을 당한 뒤 5세트 마르코 포드라스카닌(MB)에게 가로막기로 6점째를 실점하기까지 단 하나의 블로킹도 허용하지 않았다.  

 

페루자가 서브의 우세를 블로킹까지 연결짓지 못하고 무너진 이번 5차전은 반대로 선수 개인의 기량을 상징하는 ‘서브 에이스’ 지표에서 뒤진 치비타노바가 열세를 ‘블로킹’으로 대표되는 팀 조직을 통해 만회·극복한 경기였다. 달리 말하자면, ‘뛰어난 선수들의 모임이 뛰어난 경기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배구의 속설을 재확인시킨 경기라 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17-18시즌 3관왕인 페루자는 제니트 카잔으로부터 레온을 영입하여 아타나시예비치와 함께 세계 최고의 좌·우 윙 스파이커진을 구축하고 뒤이어 트렌티노 발리로부터 필리포 란자(OS, 28세, 198cm)를 보강하며, 일찌감치 세리에 A(Serie A)는 물론 CEV 챔피언스리그의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다. 그러나 수페르 코파에서 4위에 머문 데 이어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결승진출에 실패하며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상태. 설상가상 리그 챔프마저 잃게 된 이번 패배는 팀 안팎으로 적잖이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패장인 베르나르디도 책임공방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이와 반대로 스쿠데토의 새 주인이 된 치비타노바는 부담을 덜고 사흘 뒤 19일 제니트 카잔과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그간 중요한 대회마다 보인 부진을 떨치고 피날레 MVP로 선정된 후안토레나가, 팀의 리그 제패에 이어 유럽정복에도 힘을 보탤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한편 시즌이 막 끝났지만, 챔프 자리를 지키기 위한 치비타노바의 시선은 벌써 다음시즌을 향해있다. 다음 시즌 합류가 확정된 마테우스 비에니엑(MB, 25세, 210cm)에 이어 또 다른 폴란드 대표팀의 간판스타인 바르토즈 쿠렉(OP, 30세, 205cm)의 영입에 힘을 쏟는 등 전력보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이탈리아 리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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