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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상업적 이익추구' VNL 본질과 성격에 관한 고찰
서영욱(seoyw92@hanmail.net)
기사작성일 : 2019-06-25 02:10

2019 Volleyball Nations League(이하 VNL)가 5월 21일 미국과 벨기에의 여자부 2조 경기를 시작으로 막을 열었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이 대회는 ‘팬들의 스포츠 활동 수준 향상과 선수들의 경쟁 및 성장 촉진을 도모하는 세계수준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한편 배구를 통해 양성 평등의 촉진·확대에 이바지 한다’는 창설 취지를 내걸고 2017년 10월에 공식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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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일간 총 260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인 VNL은 남·녀 16개국이 5주에 걸쳐 모든 출전국들과 한 차례씩 경기를 갖는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팀별로 15경기를 소화하고 그 결과에 따라 결선 라운드에 진출하는 6개 팀을 가리는 방식이다. 

 

이 대회는 참가 팀들에게 이전의 월드 리그(이하 WL)나 월드 그랑프리(WGP)보다 더욱 세심한 대회 운영전략을 요구한다. VNL은 그룹제로 분리해 경기하던 WL·WGP와 달리 세계 최고 수준의 팀들로부터 전력이 다소 처지는 팀들까지 한데 섞여 맞붙도록 짜여진데다, 코어/챌린지 그룹 별로 잔류·강등 기준이 차등 적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챌린지 그룹으로 정해진 4개국은 대회 잔류를 위한 ‘선택과 집중’에 만전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VNL의 두 얼굴

VNL은 대회 자체의 성적만큼이나 권위 있는 여타 대회들을 준비하는 ‘도정(道程)’으로서도 그 가치가 상당한 대회다. 이미 작년 대회에서도 ‘파이널 6’를 노리는 최상위권 팀들이나 챌린지 그룹 팀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9~10월의 이탈리아-불가리아(남)/일본(여) 월드챔피언십(세계선수권대회)을 겨냥해 VNL을 전력 점검과 새로운 재능의 발굴 및 전술 시험을 위한 무대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 더욱 뚜렷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VNL 직후부터 바로 2020 도쿄올림픽 대륙간 최종예선(여자:8월 2~4일, 남자:8월 9일~11일)과 2019 CEV 남자 유로발리(9월 12일~29일), 2019 월드컵(여자:9월 14일~29일, 남자:10월 1일~15일)등 굵직굵직한 대회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VNL을 후일을 위한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자하는 흐름의 선봉에 선 팀은 남자부의 이탈리아다. 1990년생 이전의 베테랑들과 함께 이반 자이체프(OPP, 30세, 202cm), 오스마니 후안토레나(WS, 33세, 200cm), 필리포 란자(WS, 28세, 198cm), 마시모 콜라치(L, 34세, 180cm)등 기존 주전 멤버 상당수를 이번 대회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그들의 빈 자리를 메꾼 선수들은 파비오 리치(MB, 24세, 204cm)를 비롯해 1994년생 이후 선수들. 이 젊은 선수들의 숫자가 총 엔트리 30명 중 23명에 이르고, 이번 VNL을 대표 팀 데뷔무대로 삼는 선수들도 18명이나 된다.   

 

이란 또한 이러한 조류에 동참한 팀이다. 지난해 선보인 모르테자 샤리피(WS, 20세, 193cm)와 포르야 얄리(OPP, 20세, 209cm), 아미르 호세인 투크테(MB, 19세, 203cm)에 이어 이번 대회에도 2017 U19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멤버들을 추가로 불러 들였다.  

 

아미르 모함마드 파라하트 카(WS, 19세, 199cm), 메흐란 페이제맘더스트(MB, 18세, 205cm)등이 그들이다. 샤흘람 마흐무디(OPP, 30세, 198cm)를 다시 대표 팀으로 불러들였지만 그를 포함해 엔트리 내에 속한 1980년대에 출생한 선수들은 사에드 마루프(S, 33세, 189cm), 사예드 무사비(MB, 31세, 203cn), 파하드 가에미(WS, 29세, 197cm)를 합쳐 4명 뿐이다.  

 

이 역시 이 대회만의 성적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내놓은 팀 구성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정도와 범위에 차이는 있지만 상당수 출전국들이 제출한 엔트리에서도 이 대회를 더 큰 무대를 대비하는 과정으로 삼겠다는 의도가 공통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VNL을 ‘미래를 위한 투자’ 혹은 ‘목표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오로지 코어그룹에게만 허락된 특별한 선택지다. 내년 대회 출전여부가 불투명한 챌린지 그룹에게 당면한 대회는 ‘미래재원을 위한 기회의 장’이 아니라 ‘잔류를 위한 생존경쟁의 투기장’이기 때문이다. 그 어느 팀도 세계 각 대륙의 강호들과 5주에 걸쳐 치르는 경기들로부터 얻는 실전 경험과 그를 통한 성장의 기회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생존’과 ‘현재’가 보장돼야 ‘성장’과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런 까닭에 챌린지 그룹의 VNL 접근법은 코어 그룹의 그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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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 팀과 챌린지 팀 간 대회 운영전략의 차이는 대회 잔류 및 출전권 상실 규정이 두 그룹 사이에서 불평등하게 적용되는데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는 WL와 WGP 때와 선명하게 대비되는 VNL만의 독특한 장치이자, 이 대회가 지닌 성격 및 목적을 잘 드러내는 요소 중 하나이다.   

 

여기서 몇 가지 의문점이 떠오를 것이다. 이러한 이원적 지위 규정이 왜 대회 운영규정에 삽입됐는가? FIVB는 이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VNL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선행된 후에 비로소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이 대회의 본질과 성격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기된 물음들을 해결해 가려고 한다. 


국제배구연맹 “배구 저변의 세계 확대 표방”

 

2017년 10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FIVB 창립 70주년 기념행사에서 회장인 Dr. Ary S. Graca Filho는  기조연설을 통해 FIVB가 추진하고 IMG 및 21개 국가연맹 간의 합작에 의해 진행된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발표한다. WL·WGP를 대체하는 새로운 대회의 설립, VNL이 그것이었다. 2017 월드리그 기간 중 떠돌던 소문이 베일을 벗고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VNL의 진짜 목적이 도입부에 소개된 표면상의 취지 외의 다른 그 무엇일 것이라는 예상은 VNL 프로젝트 논의가 본격화된 시점부터 있었다. 이미 ‘세계수준의 플랫폼’과 ‘남·녀 간 동일명칭으로 치러지는 포맷’이 올림픽과 세계 선수권 및 월드컵 등에서 제공되고 있었던 까닭에 30년 가까운 역사와 전통을 지닌 두 대회(WL 1990년, WGP 1993년 창설)를 ‘청산’하려는 명분으로 내세우기에는 상당히 빈약했다. 따라서 FIVB의 ‘진의’에 대한 의혹이 자연스레 뒤따랐는데 이는 이후 공개된 VNL의 운영 방식과 관련 사업 내용을 통해 하나둘씩 풀려가게 된다.  

 

VNL은 상업적 이익 추구와 그 극대화를 목표로 탄생한 대회다. 물론 ‘이윤 추구’라는 점에서 이전의 이전 두 대회와 목적지는 같았지만 그에 도달하기 위해 WL·WGP와 VNL이 고른 길에는 큰 차이가 있다. WL·WGP은 대회 출전국 수를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노선[WL : 8(1990년)개->10개(1991년)->12개(1992~2000년)->16개(2001~2012년)->18개(2013년)->28개(2014년)->32개(2015년)->36개(2016~17년), WGP : 8개(1990년~2002년)->12개(2003년~2010년)->16개(2011년~2012년)->20개(2013년)->28개(2014년~2016년)->32개(2017년)]을 택한다. 이는 ‘파이’를 키워 수익을 증대하려 했던 것으로, 이제까지 FIVB의 대원칙으로 표방한 ‘배구 저변의 세계 확대’라는 궤도를 따른 것이다. 하지만 VNL이 취한 방향은 그와 완전히 반대였다.  

 

이 대회를 둘러싼 논란과 반발은 FIVB가 VNL 참가국 규모를 전해(2017년) WL·WGP와 비교해 절반 이하인 남·녀 각 16개국으로 축소하면서 표면화 됐다. 남자부의 경우 WL 2017 2그룹 챔프로서 1그룹 승격자격을 취득했던 슬로베니아와 2017년 7월 시점에서 15위에 랭크돼 있었음에도 출전국 명단에서 제외됐던 벨기에가 특히 강하게 이의를 표명했다. 이들은 출전국들의 선정 기준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FIVB에 요구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FIVB가 어떤 잣대를 통해 VNL 초대 출전팀 엔트리를 결정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다. 이집트(랭킹 13위)가 배제되고 그보다 순위가 낮은 중국(20위)과 한국(21위)에게 출전권이 돌아가게 된 이유가 곧 FIVB의 선택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WL 2017 3주차 카이로 대회에서 충격적인 흥행 참패(6경기 총 관중 합계 4070명. 이 가운데 자국이 아닌 팀들 간 경기에서 관중은 모두 170명으로 집계됐다. 한 경기 평균 57명 수준)를 기록한다. 같은 기간 한국과 중국에서 입장객 수는 각각 13,990명과 14,497명. 이 결과가 출전국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다. 요컨대 높은 랭킹이나 대륙별 안배보다 우선 고려된 사항이 바로 FIVB의 이익 실현 및 증대였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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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 평등의 촉진·확대’라는 창립 취지에 앞서 VNL이 우선해서 추구하는 가치가 있다는 사실은 여자부 일정을 주중/남자부 일정을 주말로 배치한 대회 일정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대회의 성격을 드러내는 요소는 참가국 선정과 남·녀 경기의 스케줄 편성에 담긴 폐쇄성과 차별성에 그치지 않는다. 7년간 고정적으로 대회 출전을 보장하는 코어(core)팀 12개국과 매해 성적에 따라 잔류와 강등여부가 정해지는 챌린지(challenge) 팀 4개국을 분리하고 이들의 지위에 차등을 둔 규정은 VNL이 지닌 성격과 지향하는 바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요소다. 왜냐하면 이 제도의 의의란 팀 전력과 무관하게 보다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국가들의 안정적인 대회 출장 자격을 확보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15억 인구의 거대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이 지난 해 VNL 참가 뿐만 아니라 코어 팀 신분까지 보장받은 것과 달리 랭킹 6위에 올라있었던 캐나다가 챌린지 팀으로 내 몰린 것은 어쩌면 VNL의 성격상 당연한 처분이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관중 동원에 용이한 최상위 강팀 및 인기 팀들만을 추려낸 VNL은 지난해 남자 부의 경우 WL(161경기)에 비해 31경기나 줄었음에도 오히려 3,190명이 늘어난 494,775명이 경기장을 찾은 것으로 조사 됐다. 이는 2017 WL보다 경기 당 평균 관중 수에서 800명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WL-3,053명, VNL-3,806명)


FIVB 노골적인 상업화 정책 : 중계권료와 티켓값 인상

출전국 수 조정 및 차등적 지위 규정 등으로 수익 확대의 기반을 마련한 FIVB는 동시에 이들로부터 이익을 회수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의 신설·정비에 착수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①WL·WGP에 비해 대폭 인상된 방송 중계권료와 ②스트리밍 서비스의 전면 유료화, ③폭등한 티켓 가격의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방송 중계권료에 관련한 VNL의 수입 증가 규모는 아직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가장 최근 공개된 자료인 제36차 FIVB총회(2018년 11월, 멕시코 개최)에서 발표된 보고서는 주로 2016년과 2017년의 2개년 수입-지출 내역 결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올해 5월 초에 있었던 재정 분과 위원회의 결과 또한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총회 보고서(p208, 276)에 따르면 2017년에 60,191,018 CHF(스위스 프랑, 원화 712억 1440만원 가량)이었던 중계권료 및 광고 관련 예상수익이 2018년에는 VNL의 도입으로 60게임 가까이 경기 수가 줄었음에도 61,357,057 CHF(원화 725억 9400만원 가량)으로 늘어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략적인 수입증가 추세는 이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2017년 WL·WGP까지 무료로 제공되던 FIVB 주관 대회의 생중계 스트리밍 서비스가 2018년부터 전면 유료화 된 점도 VNL을 기점으로 생긴 큰 변화다. 다만 인터넷 중계 시청권 판매 자체는 수년전부터 논의되던 사안이기 때문에 VNL 출범은 단지 유료화 실행의 계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견해가 많다. 사실 초기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에 있어 문제가 지적된 부분은 시청료(VNL 남·녀부 전 경기 19.99달러)보다 서비스의 공급 범위 쪽이었다. 서비스 허용 지역이 적었기 때문. 첫 개시 시점에 12개국에 불과했던 시청 가능국 범위는 1년이 지난 현재 57개 나라까지 늘어났다. 다만 한국은 여전히 정식 서비스 대상국 밖에 방치되어 있다.   

 

티켓 가격 급상승은 앞의 두 요소보다 VNL이 가져온 변화를 더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배구 팬들에게 느끼게 한 영역이다. VNL은 하루(2경기) 개인석 최고가를 30,600원(불가리아 45레프)~65,700원(미국 55 달러, 남자 경기 기준)으로 책정했다. 이 밖에도 프랑스 - 47.5 유로(63,700원 선), 캐나다 - 65 캐나다달러(57,900원 선), 러시아 - 3000 루블(55,500원 선), 폴란드 - 179 즈워티(55,400원 선)등 세계 각국의 배구 팬들은 WL·WGP에 비해 크게 오른 관람료를 감수해야 했다. 이는 2017 WL에 비해 3,400원(불가리아 40레프->45레프)부터 32,600원(일본 3천엔->6천엔)까지 오른 액수다. 한국 관객들 역시 233%(15,000원->35,000원, 장충경기)라는 엄청난 티켓 가격 인상률과 대면하며 달라진 대회 성격을 체감해야 했다.

 

위에서 검토한 내용들은 VNL의 본질에 대한 해석이자 FIVB가 VNL를 WL·WGP의 후신이 아닌 별개의 대회로서 규정하려 했던 이유에 대한 논거들이기도 하다. 이전 대회들에서 내 건 ‘배구 저변의 세계 확대’ 라는 명분 하에서는 이익 확대를 위한 수단 선택에 제한이 생긴다. 대륙별 안배, 성별 차이 등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FIVB가 자신들의 목적, 즉 상업적 이익을 보다 효과적으로 획득·증대하기 위해서는 WL·WGP에서의 구속에서 벗어나 ‘도구’를 ‘자유롭게’ 고를 수 있어야 했다. VNL이 새로운 포맷으로 창설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이를 통해 참가국 숫자 제한과 그룹별 잔류·강등 규정 차등적용, 성별에 따른 일정 분리 등 차별적 성향을 띤 ‘독특한’ 제도들이 VNL에서는 큰 저항을 겪지 않고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한국 남자배구가 그래도 VNL로 복귀해야 하는 이유

분명히 명심해야 할 것은, VNL의 본질·성격과 대회가 지닌 가치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점이다. 세계적인 강팀들과 매년 5주에 걸쳐 15경기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오직 이 대회에서만 주어진다. 올림픽, 월드 챔피언십, 월드컵 등 권위 있는 국제 대회 본선에 참가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매우 희박한 한국 남자 국가대표팀의 전력을 감안할 때, VNL은 한국 팀이 세계 수준의 배구와 접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했다. 때문에 지난 해 전체 최하위 성적(1승 14패)으로 출전자격을 잃었던 아쉬움이 한층 크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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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팀의 VNL 복귀가 절실한 이유가 비단 ‘국제 경험 축적의 기회 획득’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향후 VNL 출전국들에게 ‘월드랭킹’ 포인트가 부여될 가능성이 있기에도 그러하다. 이 월드 랭킹은 올림픽 대륙간 예선 출전권 부여 여부는 물론, 월드 챔피언십 예선과 아시아 남자배구 챔피언십(아시아 선수권)에서의 시드배정 및 조 편성에도 기준을 제공한다. 현재 VNL은 참여기회가 소수에게만 주어지는데다 진입장벽이 높은 까닭에 IOC로부터 점수 산입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2020년 12월 31일 이후 FIVB가 새 월드랭킹 배분방안을 발표할 때쯤이면,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나올 것이다. VNL 참가 팀들이 혜택을 가져가게 된다는 뜻이다.  

 

한국이 2020 도쿄올림픽 대륙간 예선전 출전자격을 획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2017 WL 성적에서 얻었던 승점 16점이었다. 그러나 내년 말 이 점수가 사라진 뒤에 한국에게 남는 점수는 2017년 월드 챔피언십 아시아 최종예선(조 4위)에서 취득한 12점이 전부다. 카타르와 대만에게 밀려 아시아 7위권으로 내려앉는 상황이 곧 눈앞에 펼쳐지게 될지도 모른다.

 

한국 남자대표팀은 VNL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도 가급적 빨리 그래야 한다.  

 

이번 챌린저 컵(Volleyball Challenger Cup, 이하 VCC)에 거는 기대가 그래서 상당히 컸다. VCC는 VNL 재진입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기 때문이다. 이 대회 우승팀에게 이듬 해 VNL 참가권이 주어진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은 대표팀 전임감독직을 둘러싸고 빚어진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태 속에 예선 참가 신청서조차 제출하지 않은 채 출전을 포기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일련의 촌극들은 더 이상 세계무대를 향한 진취적 도전의식이 존재하지 않는 한국 배구계의 슬픈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 모두는 이제 ‘아시아를 호령하던 호랑이는 가죽만 남았다’는 사실을 안다. 지금 한국 남자배구에는 더 이상 지켜야 할 체면도 자존심도 없다. 지금은 패배할지언정 거듭 부딪히고 달려들어야 할 때다. 패배를 감수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고, 발전이 없이는 승리도 없다. 구식배구의 우물 속에서 십 수년간 정체·퇴보했던 한국배구가 그 기간 동안 줄곧 앞으로 달음질쳐 나아간 세계배구와의 거리를 좁히려면, 당연히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다.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글/ 조훈희 칼럼니스트
사진/ FIVB 제공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6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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