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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데이터연구소] 세터의 능력은 어떤 기록으로 측정할 수 있나?
서영욱(seoyw92@hanmail.net)
기사작성일 : 2019-06-25 02:13

<더스파이크>가 지난 5월호부터 시작한 발리볼 데이터 연구소는 ‘배구 데이터’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해 기획됐다. 4월호는 서브 기록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세터 능력은 어떤 기록으로 봐야 하는가’ 란 주제에 대해 이광준, 서영욱 기자가 토의한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 기사는 ‘결론’보다 ‘방향’을 제시하는데 중점을 뒀다. 두 기자가 논의한 내용을 대화체로 풀어낸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우리는 세터가 공격수에게 전달하는 것을 흔히 ‘토스(toss)’라고 말합니다. 토스는 사전적 의미로 ‘가볍게 던지다’라는 의미입니다. ‘던지다’라는 표현은 손에 들고 있는 걸 공중으로 날린다는 의미가 있는데요, 정교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세트’와는 다소 맞지 않는 의미입니다. 공식적으로 쓰는 용어는 ‘세트’가 정확하며 전 세계에서도 일반적으로 세트 혹은 ‘패스(pass)’로 더 많이 쓰곤 합니다. 라바리니 여자배구대표팀 감독도 토스가 아닌 패스라고 말하는 걸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연구에 앞서

 

서영욱 기자(이하 영욱)  두 번째 주제는 세터입니다. 세터는 배구에서 굉장히 중요한 포지션입니다. 거의 매 공격 과정에서 볼 터치를 하는 유일한 선수라고 볼 수 있죠. 대부분의 공격 과정에 참여하면서도 본인 스스로는 거의 공격을 하지 않아요. 조금 과장해서 ‘세트’ 하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포지션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이광준 기자(이하 광준)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 봐도 참 특이하죠. 어떤 스포츠에도 패스만 하는 포지션은 거의 없거든요. 공격적인 역할이 없다보니 잘 해도 티가 잘 안 나고, 반면에 못하면 팀 전체가 무너지는 그런 자리죠. 이 말로 설명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전문 도우미’같은 역할을 해요.

 

영욱  그렇지만 세터 실력을 무엇으로 가늠할 것이냐, 이런 질문이 주어진다면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정확도, 경기운영능력, 세트 속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해요. 그렇지만 이걸 수치로 말하기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광준  V-리그를 비롯해 국제배구연맹(FIVB)에서도 ‘세트성공’이라는 기록을 사용합니다. 세터가 매 경기 80~90% 이상 세트를 담당하기에 세터 고유 기록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한데 이 기록이 과연 세터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저는 조금 단정적으로 말해서 ‘아니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욱  이번에 크게 다룰 건 두 가지입니다. 먼저 ‘세트성공’이라는 기록이 가진 의미를 알아보고,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기록인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어떤 기록이 세터를 판단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입니다.


연구파일 #1. 세터 능력과 세트 성공의 관계는?

 

광준  먼저 세트 성공 기록은 어떻게 측정할까요? 아주 간단합니다. A선수가 올린 공을 B선수가 공격해 득점을 올리면 세트 성공이 됩니다. 축구나 농구에서 어시스트 개념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V-리그는 이걸 세트 당 평균개수로 계산해 순위를 산출합니다. 


영욱  당연한 말이지만, 모두 세터 포지션 선수들이 이 부분 순위에 올라 있습니다. 세트 성공은 팀 내 세트점유율이 30%를 넘어야만 순위에 오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전세터들이 이 한 시즌 내에 담당하는 세트 점유율이 70~80% 정도 됩니다. 사실상 세터만 오를 수 있죠. 그렇다면 이 세트 성공 순위가 ‘세터의 능력’을 볼 수 있는 순위일까요? 저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그렇지 않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지난 시즌 기록을 보면 얼추 실력대로 된 것 같으면서도, 아닌 기록입니다(표1).

 

표1. 2018~2019시즌 남자부 세트 순위

세트_순위.JPG

 

광준  ‘축구, 농구 어시스트 개념이면 세트성공 개수도 능력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라고 할 수 있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축구나 농구와 달리 배구는 개인이 공을 잡을 수 없습니다. 축구나 농구는 동료가 패스한 공을 본인이 잡아 연결동작으로 득점한다면, 이것도 어시스트로 기록합니다. 조금 정확하지 않게 패스가 오더라도 개인기를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배구는 이 부분이 어렵습니다. 아무리 빠르게 공을 올려도 공격수와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공격이 제대로 되지 않죠. 또 공이 정확하게 오더라도 너무 높게 오면 상대 블로킹 여럿이 따라붙어 이를 뚫어내는 게 쉽지 않죠. 당연히 공격하는 선수의 개인 기량에 따라 안 좋은 공이 득점 나는 경우가 존재하지만, 농구, 축구와 배구 사이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습니다.


영욱  조금 돌아온 것 같지만, 핵심은 ‘세트성공은 정말 복합적인 내용을 함축한 기록인데, 너무 단순화해 제공하기 때문에 맹점이 생긴다’는 겁니다.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높은 신장에 뛰어난 결정력을 보유한 외국인선수가 있는 ㄱ팀이 있습니다. 이 팀은 이 외국인선수에게 공격 70%를 준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 팀 세터 C는 대부분 공을 이 선수에게 줘 세트 당 11개 세트 성공을 기록합니다.  

다른 ㄴ팀은 타점 높은 선수가 없어 여러 선수들을 고루 활용하는 세터 능력이 중요한 팀입니다. 이 팀 주전세터 D는 세트 당 9개 세트성공을 올렸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C가 D보다 나은 세터라고 할 수 있을까요?

 

광준  C가 나쁘다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팀 상황, 스타일에 맞게 운영할 줄 아는 선수겠죠. 그러나 세터 간 비교를 이 지표 하나만으로 할 때, 얼마나 많은 오류가 생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영욱  세터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크게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세트 정확도, 그리고 다른 하나는 경기 운영능력입니다. 세트를 얼마나 공격수 입맛에 맞도록 정확하게 주느냐, 그리고 때와 상황에 맞는 선수에게 얼마나 잘 연결하느냐. 이것이 좋은 세터를 가르는 기준이 됩니다. 

 

광준  그렇지만 세터를 평가하는 유일한 기록인 세트성공은 이 두 가지를 판단하기에는 쉽지 않습니다, 이것이 위에서 말한 것을 종합한 내용이 되겠습니다. 실제로 기사를 작성할 때 세터가 흔들렸다는 걸 표현하고자 할 때, 어떤 특정한 수치를 예로 들어 말하기가 참 애매합니다. 그렇다고 세트 성공 개수가 많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기사는 저를 비롯해 많은 팬분들이 못 봤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연구파일 #2. 그렇다면 어떤 기록으로 세터를 평가해야 할까.

 

광준  중요한 건, 위와 같은 맹점을 가지는 세트기록을 두고 세터를 어떻게 평가하는 게 좀 더 합리적인지 따지는 겁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기존 ‘세트성공’이라는 수치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거죠. 이를 어떤 식으로 보완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욱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 방안 중 하나는 세트 성공률도 함께 표기하는 겁니다. 세트 성공률 역시 세터 혼자만의 능력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세터가 볼을 잘 올렸음에도 공격수가 놓치는 경우가 있고 반대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것 역시 한 시즌을 꾸준히 주전 세터로 나오는 선수라면 유의미한 기록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꾸준히 주전으로 나오는 선수라면 위와 같은 맹점이 포함되더라도 성공률이 세터 능력과 어느 정도 연관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세터에게 중요한 건 득점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지 아닌지 여부니까요.
또 세트 성공률을 보면 세터의 정확도를 간접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죠. 세터뿐만 아니라 리베로나 미들블로커의 이단연결이 얼마나 정확한지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수치가 얼마나 합리적인지 통계적 검증을 거치는 게 필요합니다.

 

광준  부수적으로 볼 요소도 있습니다. 블로커 수에 따른 공격 시도인데요, 공격할 때 몇 명의 블로커를 두고 시도했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프로 레벨에서는 웬만한 공격에 투 블로킹이 따라가는데, 한 명의 블로커만을 공격수 앞에 붙여준다면 그만큼 공격 성공률은 올라가겠죠.


영욱  매우 흥미로운 기록이지만 이것 역시 그 기록만 단독으로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한 명의 블로커만 두더라도 올라오는 공이 부정확할 수도 있으니까요. <더스파이크>에서 과거 세터에 관한 기사를 준비할 때 김사니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몇 명의 블로커를 빼주는지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올라오는 볼의 정확도”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우리 공격수가 얼마나 편하게 때릴 수 있게 올려주는지를 말하는 것이겠죠.

 

광준  이를 위해 리시브 정확을 측정하는 것처럼 세트도 볼 위치를 일정 기준에 따라 ‘정확’하다고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리시브 정확은 리시브된 볼을 세터가 원래 위치에서 1m 이내에 움직여서 받을 때를 말합니다. 세트된 볼도 이처럼 안테나, 네트와 위치에 따라 정확하다고 규정하고, 기록할 수 있다면 더 좋겠죠. 공격수가 점프하는 타이밍, 혹은 공격수가 점프 후 최고점에 위치했을 때 공의 위치를 따져보면 더 재밌을 수 있겠죠. 물론 이는 측정이 매우 어렵고 전문적인 영역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당분간은 쉽지 않을 듯합니다.

‘세트성공’만으로 뽑는 V-리그 베스트 세터
위에서 이야기한 것들로 볼 때 세트성공은 분명 의미 있는 기록이지만, 한편으로는 이것만으로 세터의 능력을 다 판단할 수 없습니다. KOVO는 매년 시상식에서 포지션별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을 선정합니다. 이 때 세터는 온전히 ‘세트성공’만 반영됩니다. 세트성공이 많은 세터를 베스트 세터로 선정하는 게 과연 맞는 건지, 생각해 볼만한 일인 것 같습니다.

 

 

데이터 연구소 세 줄 요약!
1 현재 세터 관련 유일한 기록인 세트성공 맹점을 가지고 있다.
2 세트는 팀 상황과 스타일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현재 세트 성공은 그러지 못한다.
3 세트 성공률 등 부가 기록을 함께 나열해 여러 방면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글/ 이광준 서영욱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6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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