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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1차 항해 마친 라바리니호가 확인한 소득과 과제
서영욱(seoyw92@hanmail.net)
기사작성일 : 2019-07-13 00:57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을 맡은 이후 처음 나선 2019 FIVB(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가 지난 6월 20일 폴란드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역대 최초로 외국인 감독과 함께한 이번 VNL은 많은 기대와 관심 속에 치러졌다. 그렇다면 VNL을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VNL에서 얻은 것
• 스피드 배구 향한 적응과 공격적인 서브

 

라바리니 감독은 부임 이후 계속 공격적인 서브와 모든 선수의 적극적인 공격 참여를 주문했다. 라바리니 감독 지휘 아래 한국 선수들은 성적과 별개로 경기 내적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라바리니 감독이 지향하는 방향성대로 팀이 가고 있다는 걸 확인한 게 이번 VNL 최대 수확인 셈이다.

 

라바리니 감독도 폴란드전 이후 인터뷰에서 “전체적으로 좋은 경기였다. 이날 승리가 더 기쁜 이유는 벤치에서도 나온 이야기지만 선수들과 감독이 같은 배구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라며 “이전에는 이 부분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됐다. 하지만 이제는 선수들도 내가 어떤 배구를 원하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연경 역시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이 블로킹을 어떻게 하고, 수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움직이는 게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라고 동의했다. 

 

물론 훈련 기간이 짧았던 탓에 세터와 공격수 호흡이나 전체적인 완성도가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라바리니 감독이 원하는 방향으로 플레이하려는 모습을 확인한 게 소득이다. 1주차부터 이다영은 의도적으로 미들블로커를 더 활용하려고 했고, 측면 공격수를 활용한 후위 공격도 시도했다. 특히 리시브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도 의도적으로 중앙 공격 점유율을 올리려는 모습은 인상적인 대목 중 하나였다.  

 

이다영은 측면 공격수를 향한 볼 배분도 김연경이 없는 동안 주전으로 나온 표승주, 강소휘, 김희진에게 고루 올려주며 최대한 여러 선수를 활용하려 했다. 김희진에게 적극적으로 오른쪽 후위 공격을 시도하게끔 했다.  

 



아포짓 스파이커는 공격에 특화된 포지션으로 쉬운 볼뿐만 아니라 어려운 볼 처리와 전위, 후위를 가리지 않고 공격에 가담해야 한다. 

 

V-리그에선 아포짓 스파이커를 대부분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고 있다. 국내 선수들은 후위 공격 옵션에서 밀린다. 김희진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유럽과 북미 강팀을 상대로 어떻게 공격해야 하는지도 경기를 치르면서 알아갔다. 1주차 첫 경기에 한국은 터키에 블로킹만 17개를 헌납하며 무너졌다. 하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상대 블로킹을 활용해 쳐내는 공격에 익숙해졌다. 

 

이는 선수들의 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VNL 마지막 경기였던 폴란드전 이후 표승주는 “주차가 지나고 경기를 치르면서 해외 장신 선수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주아 역시 “국제무대에서 붙는 팀들은 높이부터 달랐다. 상대가 다 커서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 블로킹을 보고 쳐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더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장신 선수 대처법을 언급했다.  

 



이는 방송 해설위원들도 중계 중에 언급하던 내용이다. 해설위원들 역시 선수들이 상대 블로킹을 활용한 공격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대부분 해외 강팀과 비교해 신체조건에서 열세에 있다.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이러한 대응법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어느 정도 향상된 모습을 보여준 건 분명 긍정적인 학습 효과다. 

 

공격적인 서브는 VNL에서 거둔 가장 가시적인 성과 중 하나이다. 몇몇 선수에 국한되지 않고 코트를 밟는 대부분 선수가 공격적인 서브를 구사했다. 신체조건이 열세인 팀이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필수 조건을 어느 정도 몸에 익힌 것이다. 

 

한국이 승리를 거둔 세 경기는 모두 서브가 굉장히 효과적으로 들어갔다. VNL 첫 승을 거둔 벨기에전에서 한국은 서브 에이스만 11개를 기록했다. 벨기에 리시브 라인은 크게 흔들렸고 한국은 이에 힘입어 3-0 완승을 거뒀다. 흔들리는 리시브에서 비롯된 상대 범실로 한국은 더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보령 시리즈에서 거둔 2승도 서브가 함께했다. 대회 2승째를 거둔 일본전도 서브가 주효했다. 당시 서브 에이스 자체는 일본과 같은 4개였다. 하지만 득점으로 기록되지 않은 서브 위력이 컸다. 이다영과 김연경, 강소휘가 공격적인 서브를 구사해 일본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다. 이 때문에 일본 특유의 빠른 템포에 이은 세트 플레이가 살아나기 어려웠다. 한국은 공격 득점에서 53-36으로 앞서며 경기를 주도했다. 당시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장윤희 해설위원 역시 “서브가 워낙 잘 들어갔다. 서브가 효과를 보면서 일본의 빠른 플레이를 억제할 수 있었다”라고 서브를 승리 원동력으로 꼽았다.  

 



폴란드전 역시 서브 득점에서 10-3으로 앞섰고 득점은 아니었지만 상대 범실을 유도하는 공격적인 서브로 경기를 주도했다. 당시 1세트에만 서브 에이스 5개를 기록하며 상대를 무너뜨렸고 4세트에는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안혜진의 서브를 앞세워 분위기를 바꿨고 역전까지 성공했다. 서브로 상대 연결 과정을 흔든 덕분에 신장 열세에도 블로킹에서 밀리지 않았다(7-7 동률).

 

비록 패했지만 세계적인 강팀 상대로도 서브가 효과를 봤다는 것도 긍정적이었다. 최종적으로는 완패한 중국전도 1세트는 서브를 앞세워 분전했다. 당시 얀니를 제외하고 최정예 멤버를 내세운 중국을 상대로 한국은 김연경이 없음에도 마지막까지 힘을 냈다. 이탈리아전도 승리한 3세트에는 서브의 힘이 있었다. 

 

라바리니 감독 역시 서브에는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라바리니 감독은 “서브는 상당히 빠른 시간에 늘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서브가 강해졌다고 하지만, 내가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바꾸지는 않았다.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좋은 덕분이다”라고 덧붙였다. 

 

서브가 왜 중요한지는 지난해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이 VNL에서 보여줬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 남녀 대표팀 모두 세계 무대에서는 신체조건 열세이다. 특히 이는 중앙에서 두드러진다. 여자부로 한정해도 세계적으로 190cm대 미들블로커가 득세하지만 한국은 190cm인 미들블로커조차 드문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브가 밋밋하게 들어가면 상대는 우리의 약점인 중앙을 집요하게 노리고 경기를 이어가기 힘들어진다. 지난해 남자 대표팀도 이를 인지하고 강서브로 최대한 약점을 지우려 했지만 너무 많은 서브 범실로 무너졌고 중앙 약점까지 공략당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서브가 필수다. 여자 대표팀은 VNL에서 서브는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오는 8월 올림픽 예선전에서도 VNL에서 보여준 공격적인 서브는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  



• 이다영의 성장과 김연경의 건재도 소득

 

선수 개인으로 봤을 때는 세터 포지션에 세대 교체가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었다. 지난해까지 여자 대표팀 주전 세터 자리는 이효희의 몫이었다.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이효희가 여전히 대표팀 주전 세터 자리를 맡고 있다는 건 대표팀에 좋은 신호는 아니었다. 

 

라바리니 감독 부임 이후에는 달랐다. 라바리니 감독은 이다영을 확고한 주전 세터로 키우고 있다. 이다영은 거의 모든 경기와 세트에 선발 세터로 출전했다. 1~2주차에는 오히려 이효희가 이다영을 받쳐주는 백업으로 출전했다. 

 

이다영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우선 확고한 주전 세터라는 믿음 속에 본인도 의욕과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다. 짧은 시간에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작년과 달리 올해는 주전 세터로 나서면서 좀 더 과감한 경기 운영을 시도하는 게 보였다. 여러 선수를 활용하는 경기 운영도 높이 평가할만했다.

 



세터 본연의 임무 외에도 다양한 방면으로 팀에 기여했다. 뛰어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넓은 수비 범위로 여러 차례 좋은 커버 장면을 보여줬다. 이다영은 블로킹에서도 좋은 점프력으로 상대 공격을 막아냈다. 서브도 날카로웠다. 이런 면모는 왜 지도자들이 이다영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주는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물론 20점 이후 접전 상황에서 여전히 경험이 더 필요하다는 것도 보여줬다. 도미니카공화국전 4세트 막판에 듀스 끝에 패할 때도 김연경 대신 김희진을 선택한 장면을 두고 일부 지적이 나왔다. 이는 해석이나 상황에 관한 판단에 따라 여론이 나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아쉬움을 드러낸 의견도 분명했다. 

 

대표팀의 기둥인 김연경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확인한 것도 소득이었다. 김연경은 3주차부터 합류해 3주차 마지막 경기였던 독일전부터 모든 세트를 소화했다. 조금씩 컨디션과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던 김연경은 5주차 보령 시리즈에서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김연경은 5주차 세 경기에서 총 63점, 공격 성공률 44.6%(54/121)를 기록했다. 서브와 블로킹은 각각 4개, 5개를 기록했다. 세 경기 모두 팀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고 승부처마다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일본전에는 23-24까지 일본이 추격한 상황에서 경기를 끝내는 마지막 득점을 책임졌다. 

 

김연경의 VNL 최종 기록은 총 144점, 공격 성공률 43.01%(123/286)였다. 공격 성공률은 팀에서 가장 높았고(측면 공격수 중 유일하게 40% 이상을 기록했다) 득점도 3주차부터 합류했고 첫 두 경기는 1세트씩만 뛰었음에도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김연경 효과는 분명했다. 리시브에서도 강소휘-표승주가 지킬 때보다 한 자리를 김연경이 맡아줄 때 훨씬 안정감을 주었다. 최소한 직접 서브 득점을 내주며 흔들리는 경우는 줄었다. 공격에서는 랠리가 길어질 때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며 흐름을 이어줬다. 패하긴 했어도 도미니카공화국전 4세트는 해결사로서 김연경이 여전히 강력함을 보여줬다. 

 

상대 집중 블로킹을 끌어내면서 다른 선수들에게 더 좋은 공격 기회를 마련해줬다. 이게 가장 잘 드러난 경기가 일본전이었다. 당시 일본은 1세트 김연경에게 블로킹을 좀 더 집중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 김희진이 상대적으로 널널한 블로킹을 맞아 폭발하면서 일본 경기 계획을 무너뜨렸다. 당시 김희진은 1세트에만 11점을 몰아치며 경기 주도권을 가져왔다. 김희진이 동시 폭발하면서 일본 블로킹도 분산됐고 자연스럽게 다른 공격 옵션도 풀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리더로서도 많은 역할을 했다. 김연경은 라바리니 감독과 선수들을 잇는 가교 역할을 잘 수행했다. 인터뷰실에서도 김연경은 라바리니 감독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면서 팀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이끌었다. 코트 위에서는 다른 선수들로 하여금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기둥 역할을 했다. 

 

젊은 선수들이 국제무대 경험을 풍부하게 쌓은 점도 이번 VNL 소득 중 하나였다. 양효진-김수지가 꾸준히 지켜오던 주전 미들블로커 자리를 이주아-박은진 등 젊은 선수들이 채우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장차 여자배구 대표팀을 이끌어야 할 두 선수이기에 이번 경험은 장기적으로 소득이 될 수 있다. 미들블로커도 세대 교체가 필요한 포지션 중 하나였다는 걸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주축 선수가 다수 빠진 상황에서 그들을 받쳐줄, 혹은 함께 경쟁할 선수들이 경험을 통해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소휘는 기존 주무기인 강서브를 앞세워 적극적인 공격을 보여줬고 표승주도 공수에서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5주차 폴란드전에는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당시 표승주는 복부 부상을 입은 강소휘를 대신해 2~3세트를 소화했고 4세트 선발로 나와 17점을 기록했다. 공격 성공률도 58.3%에 달했다. 특히 4세트에는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연이어 득점을 만들어내며 팀의 역전을 이끌었다. 

 

향후 올림픽 예선전에서 누가 김연경과 짝을 이룰 측면 공격수로 나설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선수 활용폭이 넓어진다는 건 언제든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강소휘와 표승주는 VNL을 5주차까지 모두 소화하면서 라바리니 감독이 추구하는 배구를 몸소 체험했다. 설사 백업으로 밀린다고 하더라도 주전이 흔들릴 때 언제든 활용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점에서 대표팀에는 긍정적인 요소다. 

 

김연경은 선수단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경기에 임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이전과 차이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폴란드전 이후 인터뷰에서 “선수단 분위기는 매우 좋다. 게다가 한국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서 더 좋은 마무리가 가능했다”라며 “올림픽 출전권에 대한 공감대가 선수단 사이에 형성됐다”라고 좋은 분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어 이번 VNL이 선수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경쟁 효과를 만들어 낼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 올림픽 예선전에 누가 갈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감독님이 많이 본 선수들은 이번 VNL에 나선 선수들이다. 감독님도 VNL 선수들에게 더 기회가 갈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이번에 좋은 인식을 준 선수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새로운 선수들도 합류할 텐데, 선수들끼리 경쟁하면서 그 승부욕이 팀에 더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


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한 과제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명확하게 나왔다. 특히 폴란드전 이후 나온 라바리니 감독의 말을 통해 대표팀이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을 확실히 짚을 수 있다. 

 

첫 번째로 짚을 내용이자 라바리니 감독이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사항은 바로 공격 효율 향상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폴란드전 이후 5주차 경기에서는 공격에서 나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것만 가지고 팀이 공격에서 발전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더불어 4주차까지는 공격 효율에서는 크게 발전하지 않았다는 점도 언급했다. 

 

기록을 보면 라바리니 감독이 왜 이런 평가를 내렸는지 알 수 있다. 김연경을 제외한 다른 측면 공격수들의 기록은 좋다고 보기 어렵다. 표승주는 폴란드전에서 굉장히 많이 끌어올렸지만 최종 공격 성공률은 35.84%였다. 강소휘는 32.26%였고 김희진도 5주차에 기록을 많이 끌어올린 경우지만 그럼에도 공격 성공률은 31.87%에 그쳤다. 

 

라바리니 감독도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라바리니 감독은 아포짓 스파이커는 어려운 볼 처리를 더 잘해줘야 하며 그만큼 공격에서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포짓 스파이커가 더 많은 볼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대표팀이 김연경 합류 전, 합류 이후에도 공격에서 어려움을 겪은 이유 중 하나는 아포짓 스파이커인 김희진의 공격 효율이 상당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공격에서 비중이 큰 아포짓 스파이커에서 득점이 안 나오면서 반대편 윙스파이커들의 짐이 커졌고 랠리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좀처럼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5주차에서 올라간 김희진의 결정력이 더 오랫동안 이어져야 한다.  

 



라바리니 감독은 미들블로커로부터 더 많은 득점이 나와야 한다고도 말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5주차에는 미들블로커와 아포짓 스파이커에게도 공격 밸런스가 맞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들블로커에서 득점이 더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VNL에서 한국 미들블로커 중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건 이주아였다(72점). 지난해에는 양효진이 73점, 김수지가 71점을 기록했다. 베테랑인 두 선수와 이제 막 성인 무대를 누비는 이주아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절대적인 기준에서 득점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라바리니 감독은 한국 윙스파이커들의 공격력은 상당히 뛰어나다는 말도 함께 했다. 여기에 아포짓 스파이커와 미들블로커로부터 득점이 더 원활히 나와야만 스피드 배구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다. 

 

라바리니 감독은 공격 효율을 올리기 위해 경기 내적으로 발전해야 할 사항들을 얘기했다. 먼저 리시브를 거론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정확한 리시브는 스피드 배구의 기반을 이룬다. 선수들이 강서브에 익숙해지면서 이 부분은 나아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 “이상한 건 리시브가 좋으면 공격 효율이 올라가야 하는데 3~4주차에는 오히려 떨어졌다. 5주차에는 전체적으로 나아졌다”라고 진단했다. 

 

리시브가 좋았는데도 공격 효율이 오히려 떨어진 건 여러 방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지치기 시작하는 시기가 3주차 즈음이라는 점도 원인 중 하나였다. 한국은 특히 윙스파이커 쪽에서 별다른 선수 변화 없이 대회를 치렀기 때문에 선수들의 떨어진 체력이 낮은 공격 효율로 이어졌다고 해석이 가능하다. 

 

라바리니 감독은 공격 효율을 위해 리시브와 이어지는 연결 과정을 더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최대한 리시브를 정확히 받아야 중앙까지 활용한 공격 전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상대 블로커에게도 더 많은 선택지를 강요할 수 있다.  

 



승부처에서 리시브가 급격하게 흔들리는 점도 보완해야 할 점이다. 4주차까지 한국은 세트 막판 접전 상황에서 리시브가 크게 흔들리며 유리한 상황도 상대에 넘겨주기 일쑤였다. 특히 4주차 러시아전과 불가리아전은 세트 중반까지 분위기를 주도했음에도 뒤로 갈수록 리시브가 흔들리며 흐름을 내줬다. 라바리니 감독도 당시 이겨야 할 경기를 졌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리시브는 기존 주축 선수들이 돌아온다면 나아질 여지가 있다. 이재영과 이소영은 리시브에서는 이번 VNL에서 주전으로 나온 표승주, 강소휘보다 V-리그에서 나은 리시브를 보여주던 선수들이다. 

 

리시브와 함께 수비 상황에서 나오는 이단 연결도 더 다듬어야 한다. 이단 연결은 선수들에게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점 중 하나이다. VNL에서도 한국이 보여준 이단 연결은 전반적으로 정확성이 떨어졌다. 중계 중 해설위원들 역시 이단 연결을 더 정교하게 올려줘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단 연결은 일본을 본받을 필요도 있다. 일본은 남녀 대표팀 모두 기본기에서는 한국보다 낫다는 평가를 듣는다. 5주차 한국을 찾은 일본 여자 대표팀은 비록 3패를 안았지만 수비 과정에서 올라오는 이단 연결은 안정감을 주었다. 

 

VNL에서 보여준 경기 내적인 면 외에 대표팀에 안겨진 또 다른 과제는 새로 합류할 선수들과 최대한 빨리 합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6월 21일 대한민국배구협회는 6월 30일 진천 선수촌에 소집될 16인 강화훈련 엔트리와 25인 후보 엔트리를 발표했다. 예상대로 이재영, 이소영 등 윙스파이커와 미들블로커 양효진, 리베로 김해란이 다시 합류했다. 

 

모두 대표팀에서 주축 선수로 활약했던 멤버다. 하지만 부상과 재활로 인해 라바리니 감독이 추구하는 배구를 경험하지는 못했다. 라바리니 시스템에 익숙해진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라바리니 감독도 새로 합류할 선수들이 최대한 빨리 새로운 스타일에 적응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새로 합류할 선수들은 강한 동기를 가지고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이 지금까지 해온 배구 스타일과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내가 추구하는 배구를 이해하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김연경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남겼다. 김연경은 “새로 합류하는 선수들이 100% 컨디션으로 대표팀에 합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VNL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감독님의 배구에 대한 이해도나 새로운 팀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리라 생각한다. 이걸 빨리 이해하고 팀에 융화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결전의 날이 다가온다




대표팀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7월 1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 대표팀은 8월 2일부터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서 2020 도쿄올림픽 대륙간 예선전을 치른다. 러시아, 캐나다, 멕시코와 한 조에 속한 한국은 VNL과 달리 최정예로 나설 러시아를 넘어야만 올림픽에 진출할 수 있다. 남은 시간 동안 라바리니 감독은 기존 선수들과 새 선수들을 평가한 뒤 최종 엔트리를 뽑아 러시아로 향한다. 이 기간에 새 선수들에 대한 평가와 함께 조직력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협회가 발표한 강화훈련 엔트리에는 새로운 선수들을 직접 확인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재영과 이소영, 양효진, 김해란은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기에 직접 확인하고 대표팀에 최종적으로 승선할 수도 있다. 정대영과 김수지는 이주아와 함께 미들블로커 공격 옵션을 다양화하고 경험을 더하겠다는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VNL에서 이주아와 박은진이 경험 부족에 따라 리드 블로킹에서 약점을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나연과 하혜진은 새로운 얼굴이다. 특히 하혜진은 정지윤 대신 아포짓 스파이커 백업 자원으로 실험하기 위해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 자리에 대한 라바리니 감독의 고민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하혜진은 지난해 AVC컵에서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서 괜찮은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한국은 새 수장과 함께 VNL에서 소득과 과제를 함께 확인했다. 이제는 VNL을 통해 확인한 내용을 집대성해 8월 혹은 2020년 1월에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대륙별 예선전에서 결실을 맺어야 한다. 1차 항해를 마치고 새 출발하는 라바리니호를 향해 기대를 보낸다.  


 

글/ 서영욱 기자  
사진/ 홍기웅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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