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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공 내려놓고 배구를 본다, 유현상 KB손해보험 전력분석관
이정원(ljwon0523@hanmail.net)
기사작성일 : 2019-07-30 20:51
유현상 KB손해보험 전력분석관은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팀에 합류해 첫 시즌을 보냈다. 그는 대학 배구에 전력분석관 개념을 가장 먼저 도입한 경기대에 배구선수로 입학했다. 부상으로 배구를 그만두고도 코트를 떠나지 않았다. 코트를 바라보며 경기를 분석해 데이터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유현상 전력분석관은 자신의 프로 첫 시즌을 어떻게 보냈을까. 그를 만나 배구인 가족에서 나고 자라 배구를 포기하고 분석관에 도전하게 된 사연에 대해 들었다.



한 시즌 막 끝낸 새내기 전력분석관

Q__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경기대를 졸업하고 KB손해보험 제2전력분석관으로 일하고 있는 유현상입니다. 

Q__남자부는 대부분 전력분석관을 두 명 두고 있습니다. 본인 역할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제 위로 손재민 분석관님이 계세요. 경기 중에는 두 명이 합을 맞춰 일합니다. 저는 경기를 보고 데이터를 입력하는 역할을 주로 해요. 자료를 입력하면 프로그램이 수치를 제공하는데요, 그걸 바탕으로 손 분석관님께서 감독님께 상태를 전달하는 거죠. 지금은 상태가 이렇다, 적은 이렇다, 우리 팀 문제는 이거다 식으로요. 또 컴퓨터로 라이브 영상을 돌려볼 수 있는데요, 이걸로 이전 상황을 보며 블로킹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수비 위치를 어떻게 잡았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세터 공격 운영에 대해서도 분석하고요. 코트 위 모든 움직임을 따라가는 게 전력분석관 역할이에요.

Q__실시간으로 자료를 입력하고 분석까지 하려면 정신없겠네요.
그 말 그대로예요. 중간에 끊어지는 게 별로 없으니 순식간에 지나가요. 그렇게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 있으니 두 명씩 붙는 거죠. 두 명이 붙어서 설명하더라도 놓치는 게 꼭 발생해요. 또 배구라는 게 상황 변수가 크잖아요. 그래서 쉽지 않아요.

Q__남자부 대부분 경기를 현장에서 봤잖아요.
남자부가 사실상 매일 경기가 있었잖아요. 다 따라다니니 힘들더라고요. 우리 팀 경기뿐 아니라 다른 팀 경기도 봐야 하니까요. 지난 시즌이 첫 시즌이라서 더 열심히 다닌 것도 있지만요, 아마 100경기는 족히 간 것 같아요(V-리그 남자부 정규시즌은 총 126경기다). 오죽 갔으면 경기장 관계자들이 ‘너 또 왔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못 간 경기도 영상을 받아 프로그램을 돌렸으니 본 걸로만 따지면 거의 전 경기를 봤을 거예요.

Q__대학 때부터 준비했던 걸로 알고 있어요.
네 맞아요. 대학교 1~2학년 때부터 시작했어요. 정확한 시점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꽤 일찍 시작한 셈이죠. 저보다 한 살 위에 박성수(전 현대건설 전력분석관) 형이 경기대서 처음으로 전력분석을 시작했어요. 그 형에게 배우면서 이걸 하게 됐죠. 선수생활은 그 때부터 그만두게 됐어요.

Q__경기대가 대학에서 처음으로 전력분석을 활용했다고 알고 있어요.
맞아요. 다른 팀들은 영상을 찍어서 보는 수준에서 그쳤어요. 우리는 예전부터 프로그램을 통해 분석을 좀 더 세밀하게 했죠. 프로에서는 했지만 대학에는 없었어요. 이후 여러 팀에서 중요성을 느껴 점점 늘어났어요. 지금은 대학배구연맹에서 주도해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Q__이상열 감독님 주도 하에 시작된 일인가요.
네, 감독님께서 분석을 정말 중시하셨어요. 그래서 한 명씩 전력분석을 하면서 그게 끊어지지 않도록 체계를 만드셨어요. 박성수 형을 시작으로 제가 이어받았고, 이후에도 계속 한 명씩은 뽑아 인수인계를 해 나갔죠.

Q__선수 생활을 포기하는 게 아쉽진 않았나요.
사실 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큰 흥미를 갖진 않았어요. 저는 가만히 있는 걸 선호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러다보니 이쪽(전력분석)에 흥미를 느끼게 됐어요. 조금 내성적인 성격이라서 나서는 것도 별로 안 좋아했고요. 경기대에 정식 입학 전 고등학생 신분으로 훈련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 때 정말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어요. 사실 그 때부터 선수 생활에 부담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대학생이 되고 정식으로 훈련한 첫 날, 네트와 부딪히면서 손등에 금이 갔어요. 그 때 ‘이때다’ 싶어서 운동을 그만 뒀죠.

Q__포지션은 세터였어요.
아무래도 세터를 했던 게 전력분석에는 도움이 되더라고요. 전력분석 핵심이 세터 경기운영이거든요. 우리 블로커들이 그걸 따라가는지, 못 따라가는지가 중요하거든요. 그 부분에서 큰 도움이 돼요.


(사진_유현상 분석관 가족. 동생 유서연과 웃는 모습이 참 닮았다. 본인제공)


부모님도, 동생도 모두 배구인

Q__배구집안에서 성장했네요.
(유현상 분석관 아버지는 대한항공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유영도 씨다. 어머니 김현정 씨는 현재 경해여중에서 배구부 코치로 재직 중이다. 동생은 한국도로공사 유서연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배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평소 학교에 안 오시던 어머니께서 오셨어요. 그러더니 택시를 타고 어딘가로 갔죠. 내렸더니 배구하는 학교였어요. 저는 절대 안 하겠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피웠죠. 동생도 4학년이 되던 해에 저랑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배구를 시작했어요.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워낙 활발해서 잘 적응하고 하더라고요. 저와는 조금 달랐죠.

Q__그런 배구선수 생활을 포기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 반응은 어땠나요.
다들 별 말씀 없으셨어요. 그런 말은 하셨어요. 어머니께서 제가 배구를 하던 때에는 표정이 정말 어두웠대요. 그런데 배구를 그만두고 공부를 하면서 전력분석을 배우기 시작하니까 표정이 밝아졌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진작 그만 두게 할 걸 그랬다’라고 하셨던 게 기억나요.

Q__동생하고 사이는 어때요.
어렸을 때는 정말 많이 싸웠죠. 그런데 운동을 시작하고 엘리트 체육을 하면서 서로 힘든 걸 알잖아요. 그래서 점점 친해졌어요. 어릴 때는 참 많이 치고받고 했는데 그럴 때마다 아버지가 동생 편을 드셨어요. 딸 사랑이 심하시거든요. 어머니는 제가 불쌍한지 조금 억지로 편을 들어준 것 같고요. 별로 따뜻한 위로는 아니었어요. 여러모로 억울했죠(웃음).

Q__동생이 프로 선수인데 평소에 배구 얘기는 안 하나요.
진지하게는 안 하고요. 동생이 뛰는 경기는 종종 챙겨보는데 동생이 실책하고 그러면 ‘야, 쉴 시간 없다. 핸드폰 그만 보고 빨리 훈련해’라고 해요. 그러면 동생이 ‘미쳤냐, 왜 그러냐’라고 받아치죠.

Q__현실남매네요.
따뜻한 말을 잘 못해요. 평소에 좀 무뚝뚝한 편이죠. 얼마 전에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어? 놀래라’ 하고 그냥 지나쳤던 기억이 나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을 찾아서

Q__시즌은 끝났는데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여전히 정신없죠. 훈련도 참관하고, 분석도 계속 해야 하고요. 또 지금 대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졸업은 체육학과로 했는데 체육교육학 공부를 위해 대학원에 갔어요.

Q__또 다른 길이네요.
미리미리 준비하자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어요. 다행히도 권순찬 감독님께서 야간에 대학원 가는 것을 허락해주셨어요. 기회라고 생각하고 하고 있습니다. 호기롭게 도전한 건데 막상 공부가 쉽지 않더라고요. 운동은 하라면 하겠는데 이론 공부도 해야 하잖아요. 특히 교육학은 처음 해보는 분야라 정말 어려워요. 그런데 그 어려운 걸 또 영어로 해석해서 해야 하니 죽을 맛이죠.

Q__그래도 보람은 있겠어요.
무턱대고 사회로 나왔지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고생하고 있지만 즐거워요. 또 학창시절을 함께 했던 배구를 포기하고 도전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고요. 여러모로 생각해봐도 이 길이 제겐 맞는 것 같아요.

Q__분석관으로서 한 시즌을 보냈는데 어땠나요.
다들 하는 말이지만, 확실히 대학 때와는 차이가 많이 났어요. 분석이 훨씬 더 세분화돼 있고 자세해요. 손 분석관님이 하시는 걸 보면 제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집어내세요. 저는 아직 하라는 걸 따라가기만 해도 벅차거든요. 이제 한 시즌, 기초를 배운 셈이죠.

Q__이렇게 운동선수들에게 다른 길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잖아요.
그럼요. 정말 긍정적인 부분이죠. 지금 배구를 하는 친구들 중에도 저처럼 프로에서 뛰는 걸 원하지 않는 선수들이 있을 수 있어요. 성격과 맞는다면 이 전력분석 분야에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Q__분석관으로서 꿈이 있다면요.
다른 것 없습니다. 우리 팀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__끝으로, 아직 경력은 많지 않지만 이 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음….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되는 입장인지는 잘 모르겠네요(웃음). 모두가 지금 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무언가 하나 더 해보려는 의지가 있었으면 해요. 꼭 분석이 아니더라도 다른 길은 있어요. 그 안에서만 고민하려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저도 대학 때 프로 무대에 대해 더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잘 안 돼 아쉬웠거든요. 혹시라도 궁금한 게 있는 후배라면 어려워하지 말고 제게 연락주세요~!

유현상 전력분석관
생년월일 / 1996. 8. 9
신장 / 184cm
현역시절 포지션 / 세터
출신교 / 송림중-송림고-경기대
현 KB손해보험 제2전력분석관
현 한국 남자배구대표팀 전력분석관


글/ 이광준 기자   
사진/ 박상혁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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