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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국면 맞이한 외국인선수 제도, 자유계약제·아시아쿼터제의 장단점
서영욱(seoyw92@hanmail.net)
기사작성일 : 2019-12-27 18:44
2005년, V-리그가 태동한 이후 외국인선수 제도는 변화의 폭이 좁았다. 각 구단들이 외국인선수를 뽑는 과정만 바뀌었을 뿐이다. 남자부는 2005~2006시즌, 여자부는 2006~2007시즌부터 자유계약선발제도 방식으로 외국인선수제가 도입됐다. 이후 여자부는 2015~2016시즌, 남자부는 2016~2017시즌부터 트라이아웃 제도로 변경됐다. 구단에서 선수를 직접 뽑는 것이 아닌 한국배구연맹(KOVO)이 구성한 리스트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선수 제도 변화에 대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대변혁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의 분위기와 변화의 일환으로 파생된 아시아쿼터제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대체 외국인선수 선발의 한계와 문제점

외국인선수 제도 변화는 남녀부 13개 구단 관계자들이 공유하는 이슈다. 구단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역시 ‘부상선수가 발생해 대체 외인을 뽑아야 할 경우’다. 자유계약 시절에는 몸값 거품이 껴 있긴 했지만, 선수 풀(pool)은 넓었다. 구단 관계자가 에이전트와 함께 유럽으로 날아가 외인을 데려왔다. 제한된 울타리는 없었다. 헌데 트라이아웃으로 제도가 변경되면서 환경이 180도 바뀌었다. 대체 외인은 반드시 트라이아웃에 신청했던 선수들 중에서 선발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2019~2020시즌 비시즌 동안 외인 문제로 고생했던 팀들이 많다. 우리카드의 경우 두 차례나 외인이 바뀌었다. 지난 시즌 ‘센세이션’을 일으킨 리버맨 아가메즈와 재계약했지만, 허리 디스크 파열 진단으로 미국 출신 제이크 랭글로이스를 데려왔다. 그러나 기량이 부족했다. 그래서 또 다시 외인을 바꿨다. 마지막으로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은 주인공은 한국전력과 KB손해보험에서 뛴 펠리페 안톤 반데로였다. 그나마 우리카드는 빠르게 결정한 덕분에 남은 50명 안에서 펠리페를 결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KB손해보험과 현대캐피탈의 상황은 또 달랐다. KB손해보험은 마이클 산체스를 트라이아웃을 통해 뽑았지만, 컵 대회 돌입 직전 어깨 부상을 당하면서 교체될 수밖에 없었다. 헌데 새 시즌의 막을 올리는 것도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더 뼈아픈 건 데려오고 싶은 선수를 데려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시기적으로 트라이아웃에 신청했던 선수들도 새 둥지를 찾아 떠났고 특히 유럽 개막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우리만 살자’고 선수를 빼오기가 쉽지 않았다. 원소속팀 반대가 심했다. 결국 KB손해보험은 뽑고 싶은 선수 대신 빨리 데려올 수 있는 선수로 선회, OK저축은행 출신 브람 반 덴 드라이스를 품었다.

현대캐피탈은 아예 시즌 개막 이후 외인이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요스바니 에르난데스가 발목 골절 부상으로 팀을 떠났다. 데려올 수 있는 선수 범위는 KB손해보험 때와 똑같았다. 마지막 남은 카드인 우간다 출신 다우디 오켈로를 찍었지만 원소속팀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래서 현대캐피탈 협상팀, 최태웅 감독의 표현을 빌려 ‘반지원정대’가 유럽으로 날아가 구단 설득에 나섰다. 구단의 마음은 열리지 않았다. 그래서 전략을 수정했다. 선수의 마음을 사기로 했다. 현대캐피탈은 이탈리아-터키-그리스에서 펼쳐진 다우디의 경기를 따라다니면서 6차례 접촉, 만남을 가진 뒤 선수의 마음을 열었다. 이후 오켈로가 원소속팀을 설득한 끝에 22일 이적 절차를 마무리지었다.



외인 공격수가 비시즌에 다쳐 대체 외인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시즌 중 구단이 마음에 드는 선수를 데려오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한 구단 관계자는 “대체 외인 구하기 작업이 너무 힘들다. 풀이라도 넓으면 시간이라도 절약할 수 있겠지만, 트라이아웃 신청자에 한정돼 있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라며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우디를 이렇게까지 데려올 만한 선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좁아진 선택지 중 그나마 괜찮다고 해서 데려온 것일 뿐 우선 첫 번째 픽이 되지 않았다는 건 기량이 떨어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트라이아웃이 현실적 한계치에 부딪힌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트라이아웃은 과거 외인 자유계약 시절 과도한 몸값 경쟁으로 거품이 생긴 시장을 규제하고, 자금력에 여유가 있는 일부 구단들이 리그를 독식하는 현상을 막고자 하는 긍정적인 의도에서 시작됐다. 또 줄어든 거품을 유소년시스템 정착으로 환기하려는 목적이 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단점에서 우려됐던 ‘하향 평준화’ 현상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자유계약 회귀론이 나오기도 하나, 배구계 전문가들은 “자유계약을 해결책으로 보긴 어렵다. 트라이아웃을 보완하는 방향이 맞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래서 구단들이 손을 맞잡은 것이 외국인선수 제도 변화다. 대부분 팀들은 외국인선수를 한 명이 아닌 두 명을 뽑아 리그에선 한 명만 출전시키는 방안에 마음을 모으고 있다. 현장 감독들도 이 부분에 대해 적극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A 감독은 “나는 찬성이다. 아무리 공격점유율을 낮춘다고 해도 중요한 순간 외인에게 전달되는 공이 많다. 외인이 한해 농사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한 명의 외인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곧바로 대체되는 시스템이 아니라면 그 시즌은 포기해야 한다. 반면 두 명이 있다면 한 명이 문제가 생길 경우 빠른 대처가 가능해진다”라고 밝혔다. B 감독은 “경기가 더 재미있어질 가능성도 있다. 스포츠는 상대성의 운동인데 한 외인이 유독 특정 팀에 좋지 않을 경우 다른 외인으로 교체해 뛸 수도 있다”라며 긍정적인 부분을 고려했다.

하지만 C 감독은 부정적인 면도 언급했다. “분명 두 명이 있으면 한 명이 있을 때보다 활용 면에선 좋을 것이다. 그러나 두 명 중 주전감이 정해져 버리게 되면 다른 외인과의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 다른 외국인이 시즌 중 떠나겠다고 하면 또 다른 외인을 데려와야 하는데 그건 기존과 다를 바 없는 시스템이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부상이 아닌 이상 외인이 떠났을 경우 한 명을 더 영입할 수 없게 제한을 두면 결국 한 명으로 시즌을 치르는 지금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D 감독은 “다양성 측면에선 두 명이 있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하다. 그러나 선수들과의 호흡할 시간도 두 배로 많아져야 하는 등 기존 한 가지만 신경쓰면 될 것들이 두 배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시아쿼터제 명과 암

외국인선수 제도 변화에서 파생될 수 있는 건 아시아쿼터제다. 외인 두 명 중 한 명만 활용할 경우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보완점이 ‘아시아쿼터제’다. 아시아배구연맹(AVC)에 가입된 국가 중에서 아시아쿼터용 선수를 뽑아 전력향상을 꾀할 수 있다. 엄청난 장점이 있다. 가장 큰 건 ‘국내선수 몸값 거품 빼기’다. 구단들은 현재 V-리그 인기가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것과 무관하게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샐러리캡(선수들의 몸값을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진 팀 연봉 상한제) 때문에 공식 연봉과 비공식 연봉이 다르다. 땀 흘린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건 모든 선수들의 바람이겠지만, 구단 사정과 V-리그 시장규모에 비해 몸값이 너무 높다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리고 있다. 헌데 아시아쿼터제를 도입하면 거품을 싹 걷어낼 수 있다. 

가령 국내 톱 수준의 기량을 갖춘 아시아쿼터용 선수는 토종선수 연봉의 10분의 1수준밖에 안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럴 경우 국내 선수들은 연봉협상에서 궁지에 몰리게 된다. 선수들이 구단과의 연봉협상에서 하는 얘기는 주로 “아무개는 이 정도 하는데 이만큼 받고 있다”라는 내용이다. 자신의 기록이 아닌 동급이라고 여겨지는 선수들에게 시선을 맞춘다. 그런데 트라이아웃을 통해 뽑힌 외국인선수보다 상대적으로 연봉이 적은 아시아쿼터용 선수들이 맹활약할 경우 국내선수들은 연봉 협상시 비교를 당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몸값 거품에 대한 자정능력이 생길 수 있다. 장점은 또 있다. KOVO 수익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배구 인기가 높은 태국과 베트남, 일본 선수들이 영입되면 해외중계권 판매로 수익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쿼터제 도입의 단점도 있기 마련이다. 국제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시아쿼터용 선수가 국내선수 자리를 한 자리 차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토종선수들의 출전이 그만큼 제한될 수밖에 없다.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국내선수들 기량은 향상시켜야 하는데 구단은 우승을 바라보고 있고, 아시아쿼터용 선수를 활용하지 않을 수 없다. 세 마리 토끼를 잡기는 쉽지 않은 것이 프로의 세계다.

국내선수와의 불화도 무시할 수 없다. 자신들의 몸값 하락의 원인이 아시아쿼터용 선수가 될 경우 선수들이 반기지 않는 제도가 될 것이 뻔하다. 눈빛만 봐도 움직여야 하는 프로 팀에서 심리적인 거리감을 줄이지 못할 경우 경기력 하락은 불 보듯 뻔한 결과다.



무엇보다 국내선수 몸값 거품은 꺼졌지만, 오히려 아시아쿼터제 선수의 몸값에 거품이 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트라이아웃이 아닌 자유계약으로 선발할 경우다. 가령 베트남 여자국가대표 트란 티 탄 투이는 ‘베트남 김연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시아쿼터용 선수로 한국 무대 진출을 원할 경우 기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장 각광받을 수 있다. 자유계약 시스템이 될 경우 이 선수를 잡기 위한 ‘쩐의 전쟁’이 펼쳐질 수 있다. 뒷돈이 오갈 수밖에 없고, 결국 부작용에 아시아쿼터제 도입을 다시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아시아쿼터 도입 전 충분한 사전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먼저 도입해놓고 발생하는 문제점을 고쳐나가겠다는 생각은 선진적 집단의 사고발상이 아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글/ 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1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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