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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말이야” V-리그 최선참들이 전하는 BEFORE&AFTER
서영욱(seoyw92@hanmail.net)
기사작성일 : 2020-02-24 23:22
요즘 유행하는 표현 중에 ‘나 때는 말이야’가 있다. 최초 의도가 좋은 뜻은 아니었지만 최근에는 일종의 ‘밈(meme)’처럼 바뀌었다. V-리그도 어느덧 15년째를 맞이한 상황, ‘라떼’를 말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쌓였다. V-리그 최고 베테랑들이 말하는 소싯적 V-리그(혹은 그보다 전), 그리고 이른바 ‘요즘’ 선수들을 보며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밀레니엄 세대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덧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첫 번째 수가 다른 선수들도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여자부는 이미 많은 2000년대 출신들이 V-리그에 데뷔했고 남자부도 이태호, 장지원 등 2000년대생 선수들이 대학을 건너뛰고 프로무대에 들어오고 있다. 그들을 보면 어떤 느낌일까?

여오현(1978년생) 젊은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보기 좋은 면이 있어요. 더 팀에 주축이 되면서 팀에 활력소가 되거든요. 우리 팀도 주전들 나이가 있는 편인데 가끔 (김)지한이 같은 젊은 선수들이 분위기를 바꿔줄 때가 있어요. 그런 점이 도움이 많이 돼요.

윤봉우(1982년생) 같은 프로선수니까 운동할 때는 스스럼없이 지내려고 하는데 평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놀랄 때가 있죠. 중고등학교 감독이나 코치가 제 친구이거나 후배일 때가 있거든요. 그걸 들으면 깜짝 놀라죠.

하현용(1982년생) 고졸로 프로에 오는 선수들은 그만큼 실력이 된다는 거잖아요. 제가 고등학생 때는 저 정도로 했나 하는 생각이 들죠. 우리 팀에도 (장)지원이처럼 어린 친구들이 있는데, 배구에 대한 열정도 크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세대 차이를 느끼는 순간은?
윤봉우 세대 차이야 자주 느끼죠. 줄임말 할 때 많이 느껴요. 그리고 어린 선수들이 아무래도 어려워하는 면이 있는데 저를 비롯한 선배들이 더 다가가려고 해요. 그래야 선수들도 편하거든요. 장난도 많이 치려 하고 간혹 실수해도 도와주죠.

여오현 워낙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니까 세대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운동선수로서 생각하는 게 예전과 지금은 다른 것 같아요. 제 세대는 무조건 이기는 것만 생각했다면 지금 선수들은 팬도 많이 생각하고 관중과 호흡하는 세리머니도 더 열정적으로 잘하는 것 같아요.



이효희(1980년생) 요새 옛날 가수도 나오고 요즘 가수도 나오는 프로그램이 많잖아요. 저나 (정)대영이가 이야기하거나 따라부르는 노래를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볼 때 좀 느끼는 것 같아요. 후배들이 말하는 가수를 처음 들을 때도 그렇고요. 이제는 옛날이야기를 해도 고개 끄덕여주는 사람은 대영이 밖에 없어요.


베테랑들이 들은 “라떼는 말이야”는?
여러 세대가 한 곳에 뭉치는 곳에서는 분야를 불문하고 최근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하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라떼’를 시전할 때도 있는데, 그 순간은 언제였을까? 더불어 베테랑들이 소싯적 선배들에게 들은 ‘라떼’도 들어보았다.

이효희 최대한 그런 이야기는 안 하려고 노력하는데 같이 수다 떨다 보면 옛날이야기를 하게 되잖아요. 그때 제일 많이 하는 이야기는 생활에 관한 것들이에요. ‘지금 너희는 편한 거다, 지금은 운동만 하면 된다, 우리 때는 청소에 설거지까지 할 일 되게 많았다’ 이런 이야기들인 것 같아요. 예전에 언니들이 “요새 애들은 참 우리 때랑 달라” 그런 말을 많이 했어요. 근데 이런 이야기는 2년차만 되도 하는 것 같아요. 2, 3년차 선수들이 신인들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들을 때도 있거든요. 그러면 2, 3년차 애들이 “언니, 우리 땐 안 그랬는데 요새 애들은 달라요”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해요. 옆에서 보고 있으면 그냥 귀엽죠.

윤봉우 예를 들면 운동 시간에 몇 분씩 조금 늦을 수도 있잖아요. 최근에는 그럴 때 벌금이라고 하면서 웃어넘기곤 해요. 그럴 때 “야, 형 때는 죽었어, 바로 모였어!”라고 할 때가 가끔 있어요. 제가 들은 것도 비슷한 것 같아요. 시간 엄수에 대한 얘기나 후배들이 더 파이팅해야 한다거나.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은 것 같아요.

하현용 제가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선배들과 좀 더 어렵긴 했어요. 제가 입단하자마자 첫 경기부터 뛰었는데 형들이 ‘너는 열심히 파이팅하고 뛰어다녀야 한다’라는 말을 많이 했고 그런 말을 많이 들은 기억이 있네요.

여오현 제 시절 이야기를 해도 믿질 않아요. 워낙 차이가 많이 나고 제 세대와 지금은 운동하는 스타일이 다르니까요. 실업 시절에는 선후배 간에 엄격함도 더 있었고 그랬죠. 요즘은 후배들한테 저 때 어땠다고 말하면 그냥 웃는 것 같아요. 제가 들은 건 주로 운동량에 대한 것들이었어요. 선배들이 “우리 때는 한두 시간 런닝하고 또 운동하고 그랬어”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죠. 


이제는 더 부드럽게?! 좀 더 자연스러워진 팀 분위기
당장 10년 전 V-리그를 겪고 돌아온 가빈도 ‘팀 분위기가 예전과는 다르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보다 더 오랫동안 V-리그와 함께해온 베테랑들이 느낀 변화는 어땠을까.

여오현 프로화되기 이전에는 뭐랄까 선수들이 경기에서 지는 날에는 자책 때문에 팬서비스가 부족했어요. 요즘은 지든 이기든 팬을 위한 서비스에 더 신경을 쓰죠. 지금은 결과 만큼이나 과정에서도 더 즐거운 배구를 추구하고 그걸 보여줄 수 있는 시스템이 된 것 같아요.



윤봉우 제가 처음 성인 배구를 할 때는 실업 시절이었어요. 그때는 지금보다 군기 아닌 군기가 더 있었어요. 하지만 세대가 바뀌었고, 요즘 젊은 선수들은 너무 억압하면 자기가 가진 기량을 못 보여주거든요. 어차피 배구를 위해 모인 선수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게 달라진 점이라고 봐요.
선수들 사이 분위기는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군기가 좀 더 바짝 있었죠. 지금은 많이 자연스러워졌고요. 선수단 전반적인 나이 폭도 더 넓어지면서 그러지 않으면 한데 뭉칠 수 없어요. 더 자연스러워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후배들도 ‘이게 우리 팀이구나’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어요. 지금 저랑 지원이 나이 차이면 장난 못 쳤거든요. 지원이는 못 치지만 (황)경민이나 (한)성정이는 가끔 장난도 쳐요. 그 친구들이랑도 제가 15년 차이 나거든요. 제가 현대자동차(現 현대캐피탈) 처음 들어갔을 때 가장 선배가 강성형 코치님이었어요. 저랑 띠동갑인데 저는 말도 못 붙였어요. 그게 지금과 과거의 차이죠.

이효희 요즘 숙소는 1인 1실이 많고 예전에는 대부분 2인 1실이었죠. 숙소를 다니다가도 언니들이나 동기들과 부딪치는 시간이 많았어요. 같이 어울릴 시간이 많았다면 지금은 운동이 끝나면 개인 시간이 좀 더 늘어난 것 같아요. 그게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인 것 같아요.


팬 문화뿐만 아니라 선물도 다르다?!
최근 V-리그는 남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팬이 늘어나는 만큼 팬층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 변천사에 관해 물었다. 더불어 팬들로부터 받는 특별한 선물에 대해서도 함께 들었다. 

하현용 지역 연고가 자리 잡고 팬들이 선수들에게 거는 기대감이 예전보다 커진 것 같아요. 다만 이번에 올림픽에 가지 못한 건 아쉬워요. 지금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서 올림픽에 갔다면 V-리그를 향한 인기도 더 커질 수 있었잖아요. 지금 잘하고 있지만 선수층이 워낙 얇아서 어린 선수들이 잘 이어가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어린 학생들이 배구를 많이 해야 하는데 그건 조금 아쉬워요. 그래도 요새는 팀마다 유소년 클럽도 있으니까 그걸 기반으로 더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선물이라고 한다면, KB손해보험에 있을 때부터 먹거리를 챙겨주시는 분이 있었어요. 제가 우리카드로 이적한 이후에도 간식을 챙겨주실 때가 많아요. 정말 감사하죠.

윤봉우 길 다니다가도 많이 알아봐 주시고,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도 열심히 하라고, 항상 잘 보고 있다고 말씀해주시죠. 운동도 운동이지만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늘어나니 생활에서도 더 조심스러워지는 게 있어요. 그리고 요즘은 팀마다 서포터즈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단체로 와서 응원하는 것도 예전과는 다른 점 같아요.

여오현 예전보다 지금 팬들이 더 열정적이고 적극적이라고 생각해요. 응원도 더 적극적이고 같이 호흡하는 느낌이에요. 저는 선물이 주로 몸보신하라고 주는 게 많아요. 젊은 선수들은 맛있는 과자나 빵, 선수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 굿즈가 많은데 저는 몸보신하라고 홍삼 같은 걸 받아요. 지금도 못 잊는 팬이 한 분 있는데, 섬에 사시는 분인데 전복을 직접 양식하는 분인 것 같아요. 전복을 직접 따오셔서 주신 적이 있어요. 


사진: 이효희 선수가 말한 신발 주머니 선물.

이효희 소위 퇴근길이라고 하잖아요. 예전에는 퇴근길 하면 거의 가족이었어요. 가족이 대부분이고 팬은 별로 없었어요. 경기가 끝나면 가족과 인사하고 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지금은 가족들 보기가 힘들어요. 팬들이 워낙 많으니 가족들은 뒤에 서 있어요. 가끔은 눈인사만 하고 헤어질 때도 있을 정도로 팬이 많아졌어요. 요새 팬들은 선물도 워낙 많이 주시는데 정말 기억에 남는 게 하나 있어요. 우리 팀 유니폼을 디자인으로 한 신발 주머니를 만들어서 주신 분이 있어요. 다른 선수들도 너무 이쁘다고 하니까 모든 선수 등번호로 다 만들어주셨어요. 그렇게 챙겨주는 팬들도 많아졌고 선물에도 더 공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후배들에게 전하는 진심 어린 조언
최근에는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조언하는 것도 상당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자칫 일방적인 흐름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낸 베테랑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조언은 분명 존재한다. V-리그 베테랑들이 후배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여오현 운동선수는 오래 하는 게 가장 큰 복이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관리가 정말 중요하겠죠. 그리고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면 좋겠어요.

이효희 지금 잘나간다고 그게 쭉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고 지금 조금 안된다고 포기할 필요도 없어요. 항상 성실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인기도 영원하지 않을 수 있거든요.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현용 분명 더 잘할 수 있는 선수인데 부상으로 안타깝게 다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들을 많이 봤어요. 어린 선수들이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혹시라도 자기 몸을 너무 혹독하게 다룬다거나 자기관리에서 아쉬움을 보이면서 부상을 당하면 정말 안타까워요. 자기 몸을 챙기면서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팬들도 더 신경 써야 해요. 팬에게 더 살갑게 대하고 관리하는 것도 중요해요. 제가 어렸을 때는 그런 걸 잘 못 한 것 같아요. 결국에는 팬이 있어야 리그 인기가 올라가고 한국배구도 발전해요. 

윤봉우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후배들이 무엇을 잘해야 더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고, 또 자신의 위치에서 무엇을 내세울 수 있는지를 확실히 알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하는 일에 대해 더 생각하고 책임감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정리/ 서영욱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KOVO, 본인 제공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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