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은 곳에 가고 싶어요” 우리카드 나경복&이상욱

서영욱 기자 / 기사승인 : 2020-03-22 20: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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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0시즌 개막 직전, 우리카드가 처한 상황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아가메즈가 부상 낙마하자 외국인선수 연쇄 교체를 단행해야 했다. 그 자리에 펠리페가 들어왔다. 우리카드를 바라보는 기대치는 낮아졌다. 하지만 새 시즌 막이 오르고, 우리카드는 예상을 뒤엎고 질주했다.

시즌 팀 최다기록인 10연승을 한 차례 기록했고, 5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기도 했다. 개막 이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현 상황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 시즌 전만 해도 믿기 어려울 이 성과를 올 시즌 우리카드는 해냈다. 우리카드 질주 중심에는 국가대표 듀오, 나경복과 이상욱이 있다.

두 선수의 성장이 멈췄다면 우리카드의 오늘도 없었을지 모른다. V-리그 활약부터 국가대표 출전까지 좀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는 두 선수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우리카드가 10연승을 달린 직후 인천에서 나경복과 이상욱을 만났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리그가 중단되기 전 진행된 인터뷰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2년 연속 상위권 하지만 뭔가 달랐던 올 시즌?!
우리카드는 2018~2019시즌에도 아가메즈와 함께 상위권을 지켰다. 당시에도 5라운드 종료 시점만 하더라도 대한항공, 현대캐피탈과 승점이 같았으니 올 시즌 선두를 오르내리는 일이 어색하진 않다. 하지만 외부 시선도 그렇고 선수들도 그렇고, 지난 시즌과 올 시즌은 뭔가 다르다고 말한다.

Q__지난 시즌에도 상위권에 오르면서 팀이 자주 언급됐고, 올 시즌은 선두도 달리고 있지만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듭니다. 선수들은 어떤가요.
나경복 지난 시즌은 확실히 아가메즈가 우리를 끌고 가면서 상위권에 있던 것 같아요. 올 시즌은 펠리페도 잘해주고 있지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다 같이 뭉쳐서 하고 있죠. 우리도 많이 성장했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마무리가 조금 부족했는데 올 시즌은 그런 점도 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금 성적에는 만족하지 않아요.
이상욱 아가메즈가 오기 전까지는 자신감도 조금 부족했고 이기기 위한 방향도 잘 몰랐어요. 아가메즈가 그런 걸 잘 키워줬죠. 그걸 바탕으로 올 시즌에는 더 성숙해지고 더 잘하게끔 보완하고 노력했죠. 국내 선수들도 해낼 수 있다는 걸 경기장에서 좀 더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Q__지난 시즌과 달리 두 세트를 먼저 따고 5세트까지 가는 경우도 줄어든 것 같습니다. 어제 경기(인터뷰 전날 현대캐피탈 상대로 매 세트 2점차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했다)도 접전을 모두 이겨냈고요. 그런 힘이 더 생겼다고 느끼는 중인가요.
나경복 지난 시즌에는 이기고 있어도 불안했어요. 올 시즌은 지고 있어도 ‘잡을 수 있다’라는 생각이에요. 그러면서 1점, 1점 따라가니 듀스도 만들고 역전도 하고요. 그런 경기를 하니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이상욱 지난 시즌은 지고 있을 때 말로는 해보자고 하는데 솔직히 마음 속으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 시즌은 점수차가 조금 나도 극복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게 선수들 사이에서도 느껴져요. 그런 의지와 신뢰가 쌓이니까 질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우리가 해야 할 걸 생각하면서 경기에 임하고 있어요.

Q__올 시즌은 남자부 양강으로 불리는 현대캐피탈이나 대한항공 상대로도 승수를 꽤 가져왔습니다.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은 맞대결도 자신감이 붙은 느낌인데요.
나경복 전에는 현대캐피탈 상대로 연패가 길었어요. 천안에서도 많이 졌고요. 지난 시즌에 아가메즈와 함께하면서 현대캐피탈과 3승 3패를 했어요. 그때부터 자신감이 조금 생겼고 아가메즈가 도움이 많이 됐어요. 아가메즈가 우리에게 할 수 있다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많이 심어줬거든요. 지난 시즌 양상이 이어져서 올 시즌도 진다는 생각보다는 이긴다는 생각으로 부딪치니까 자신감이 더 생겨요.
이상욱 여전히 현대캐피탈이나 대한항공에는 잘하는 선수가 많아요. 배울 점도 많긴 하죠. 예전에는 두 팀과 붙으면 불안했지만 지금은 그보다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두 팀을 이기면서 우리 자신감이나 시너지 효과도 더 올라가고요. 경기도 더 재밌게 하려고 해요.

Q__지난 시즌에는 팀 창단 이후 첫 봄 배구를 했습니다. 너무 일찍 끝나서 아쉬움도 있었을 텐데요. 끝나고는 어떤 생각이었나요.
나경복 되게 아쉬웠어요. 1차전도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고 생각했는데 5세트에 잠깐 방심하는 사이에 내줬어요. 2차전에도 다시 해보려고 했는데 1차전 타격이 좀 컸어요. 올 시즌은 플레이오프를 두 경기로 끝나고 싶지 않아서 더 강하게 마음먹고 하고 있어요.
이상욱 플레이오프 끝났을 때는 정말 너무 아쉬워서 눈물이 좀 나더라고요. 조금만 더 노력하고 잘했다면 플레이오프를 극복하고 챔피언결정전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만큼 후회도 많이 하면서 간절함이 생겼고 그래서 올 시즌 더 애착을 가지면서 하는 것 같아요.



Q__나경복 선수는 막상 겪어보니 긴장되기보다는 재밌었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나경복 플레이오프는 처음이라 긴장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막상 해보니 정규시즌 경기보다 재밌었어요.
이상욱 오히려 처음이어서 별 생각 없이 했어요. 처음이니까 재밌게 해보자고 했고 실제로 그랬어요. 다만 플레이오프라 그런지 위압감은 좀 있더라고요.

Q__첫 봄 배구를 겪으면서 어떤 점이 가장 올라왔다고 생각하나요.
나경복 봄 배구를 하기 전까지는 시즌이 항상 짧게만 느껴졌어요. 큰 경기를 해보니까 힘들지 않고 재밌다고 생각하게 됐고요. 그 이후로 더 즐겁게 배구하는 것 같아요.
이상욱 확실히 봄 배구를 경험한 게 많은 도움이 돼요. 그 자신감으로 올 시즌에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선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비시즌부터 시작한 게 지금의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봐요.


다시 생각해도 아쉬운 올림픽 예선
2020년 겨울 대표팀의 기억
나경복은 2018년부터, 이상욱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대표팀에 자주 부름을 받고 있다. 지난 2020년 1월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에도 어김없이 대표팀에 다녀온 두 선수는 어느 때보다 아쉬운 결말을 안고 돌아왔다. 조금 지난 기억이지만 중국 장먼에서 겪은 두 선수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Q__올림픽 아시아예선을 치르고 한 달 정도 지났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떤가요.
나경복 되게 아쉬워요. 이란전도 그 범실 하나가 아쉽고요. 5세트에 제가 서브를 때리기 위해 들어왔는데 ‘거기서 조금만 더 잘 때렸으면’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이상욱 연습 때부터 외박도 반납하고 모두 새로 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형들이 먼저 야간훈련을 나오고 다 같이 했죠. 정말 절실함을 많이 느꼈어요. 배구를 하면서 볼 하나하나 쉬운 게 없이 소중하다는 걸 다시 깨달았고 그 점수 하나가 승패를 좌우하는 걸 보면서 많은 걸 느꼈죠. 정말 아쉬웠고 팀에 돌아와서도 모든 볼 하나하나 정성 들여서 간절하게 다루고 있어요.

Q__나경복 선수는 호주전에서 3세트 8연속 서브를 넣는 등 대단한 활약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어떤 생각으로 때렸나요.
나경복 3세트 분위기가 많이 떨어진 상태였고 그걸 올리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전날 연습 때도 서브 리듬이 좋아서 그 리듬대로 때렸는데 계속 들어갔어요. 운도 많이 따랐죠. 처음에는 잘 들어갔고 그다음에는 네트에 맞고 들어갔어요. 운이 안 좋았으면 거기서 끊겼을 텐데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됐죠.

Q__이상욱 선수는 밖에서 그 장면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나요.
이상욱 잘한다는 생각도 들면서 신기했어요. 어떻게 계속 저렇게 때릴 수 있나 싶었죠. 팀에서 같이 훈련할 때도 경복이 형 서브를 받으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 정도로 받기 어려워요. 우리 팀 에이스가 아시아에서도 통한다고 생각하니까 뿌듯했죠.

Q__두 선수는 지난해 8월 대륙간예선전도 다녀왔습니다. 지금까지 다녀온 국제무대 중 가장 중압감이 큰 무대였을 텐데요, 어떻게 느낌이 다르던가요.
나경복 아시아선수권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어요. 분위기가 아무래도 무거웠죠. 꼭 이겨야 하는 무대였으니까요. 평소 분위기부터 긴장감이 더 감도는 채로 생활했어요. 확실히 무게감 있는 대회였어요.
이상욱 그래도 네덜란드에서 열린 대륙간예선전은 조금 가벼운 분위기였다면 아시아예선은 갈 때부터 선수 모두 긴장하고 진지한 분위기였어요. 무게감이 큰 대회였고 체육관에서 훈련할 때도 즐겁게 하자고는 하는데 그 안에서 진지함이 강했죠. 다들 그렇게 마음먹었다는 게 보였어요.

Q__예선전이 모두 끝난 이후에는 서로 말 걸기도 어려운 분위기였다고 들었습니다.
이상욱 선수들 모두 서로 조심하고 있었어요. 끝나고 나서 서로 잘했다, 괜찮다 말은 하지만 너무 아쉬웠죠. 남자대표팀은 올림픽에 오랫동안 못 나갔다 보니 그 아쉬움이 더 오래갔어요.



Q__두 선수 모두 대표팀에 다녀올 때마다 많은 걸 배웠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이번에는 어떤 게 있었을까요.
나경복 다음 이어지는 플레이를 준비하는 과정을 많이 배웠어요. 놀면서 먹는 플레이가 경기마다 한두 개씩 나왔는데 그런 걸 최대한 안 하려고 했어요. 대표팀 형들에 맞춰서 느슨한 플레이를 줄이고 다음 플레이를 빠르게 준비했죠.
이상욱 우리 팀이 20점 이후 페이스가 처지는 부분이나 지고 있을 때 추격해서 역전하는 게 부족했어요. 대표팀에서 잘하는 형들과 함께 지내니까 그런 마인드가 갖춰져 있다는 걸 느꼈어요. 매 경기 고비가 있다는 걸 인식하고 어떻게 잡아낼 것인가 생각하는 걸 배웠죠. (정)민수 형도 경기 중에 조금 주춤하다가도 후반으로 갈수록 플레이가 올라올 때가 있었는데 그런 마음가짐을 물어보고 민수 형도 잘 알려줘서 많이 배웠어요.

Q__당시 배운 내용이 10연승의 밑거름이 된 셈이군요.
이상욱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대표팀 다녀와서 저나 경복이 형이나 마냥 진지하게 하려는 부분이 많았는데 지금은 조금 웃으면서 압박감도 덜 느끼고 재밌게 풀어가려고 해요.


‘따로 또 같이’ 두 선수의 나 그리고 우리 이야기
나경복과 이상욱 모두 프로 데뷔부터 지금까지 우리카드에서만 뛰고 있다. 두 선수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조금 다르다. 나경복은 굉장한 기대를 받으면서 프로 무대에 입성했지만 ‘2% 아쉽다’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지난 시즌 풀타임 주전 시즌을 거쳐 올 시즌에는 V-리그에서 손꼽히는 윙스파이커로 성장했다. 이상욱은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1순위로 지명되어 프로 2년차에 주전 기회를 잡았다. 이상욱은 첫 주전 시즌 이후 대표팀까지 승선해 리베로 차기 주자 중 한 명으로 우뚝 섰다. 이미 우리카드 기둥으로 올라선 두 선수 개인의 이야기, 그리고 서로를 향한 이야기를 함께 들었다.

PartⅠ.
‘미완의 대기’ 나경복
비로소 알을 깨고 나오다

Q__지난 시즌 첫 경기 이후 인터뷰를 했습니다(나경복은 <더스파이크> 2018년 11월호에 인터뷰가 실렸다. 2018~2019시즌 첫 경기 이후 인터뷰가 진행됐다). 당시에는 ‘미완의 대기’ 컨셉이었는데요,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시나요.
나경복 제가 3년차 시즌에도 첫 경기 잘하고 허리를 다쳐서 상승세가 끊겼어요. 4년차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초반에 좋고 후반으로 갈수록 안 좋았어요. 올 시즌에는 이전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내려가는 선수가 아니라 올라가고 싶어서 더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래서 한 경기 이겼다고 좋아하기보다 다음 경기를 더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Q__특별히 더 노력한 점이 있다면.
나경복 훈련도 훈련이겠지만 경기 끝나고 다음 날 그 경기를 무조건 따로 챙겨봐요. 안 된 점, 잘된 점 모두 몇 번씩 돌려보는데 그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Q__주위에서 나경복 선수가 올 시즌 공수 모두 많이 늘었다는 평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자신도 그렇게 느끼나요.
나경복 지난 시즌에는 제가 리시브가 워낙 부족했죠. 적어도 리시브는 조금 늘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__올 시즌 사용구가 바뀌고 리시브 효율 자체가 떨어진 선수가 많은데 나경복 선수는 오히려 좋아졌습니다. 비결이 있나요.
나경복 제가 지난 시즌 기록이 워낙 안 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 다른 형들은 기본적으로 리시브 효율 수치가 좋았기 때문에 떨어지는 것도 있는데 저는 더 떨어질 기록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Q__지난 인터뷰도 그렇고 다른 인터뷰에서도 자신감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이전보다 자신감이 생겼다는 답변이 많습니다.
나경복 시즌 초반에 지는 경기가 많았다면 자신감이 올라왔다가도 떨어졌을 텐데 시즌 초반부터 이기는 날이 많으니까 그 자신감이 시즌 후반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Q__종합적으로 봤을 때 지난 시즌과 올 시즌 가장 큰 차이를 느끼는 면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나경복 지난 시즌에는 아가메즈에게 끌려간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아가메즈라는 워낙 큰 선수가 있었기 때문에 조금 아가메즈에게 기대면서 배구를 한 것 같아요. 올 시즌은 다 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는데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오고 있어요.

Q__올 시즌 끝나고 자유계약(FA) 신분을 얻습니다. 아무래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한데요.
나경복 솔직히 아예 생각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죠. FA라는 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너무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고 봐요. 제가 잘한다면 올 시즌이 끝나고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Q__FA를 앞두고 더 좋은 성적을 보여주는 경우도 많은데요, 이것도 영향이 있나요.
나경복 FA 전 시즌이라서 잘한다기보다는 운동선수는 매 시즌 달라져야 하잖아요. 그래서 굳이 FA라고 더 열심히 한다기보다는 선수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어요.

Q__지난 시즌 인터뷰에서 개인상은 큰 욕심이 없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올 시즌은 혹시 개인적인 목표가 있나요.
나경복 저는 아직도 개인상을 받을 실력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올 시즌도 제 목표는 우승이에요. 팀 성적이 좋으면 개인상도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 중입니다.


Part Ⅱ.
욕심 많은 남자
더 많은 걸 꿈꾸는 이상욱

Q__2년차 시즌에 풀타임 주전을 겪고 대표팀까지 승선했습니다. 올 시즌도 주전으로 나서는 만큼, 최근 두 시즌이 누구보다 남다를 듯한데요.
이상욱 기회가 빨리 왔고 그 점에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감독님 가르침을 항상 받아들인다는 마음으로 알려주시는 걸 고치려고 하니까 감독님에게도 좋은 인상을 심어드린 것 같고요. 운도 잘 따라준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경기에 많이 뛴다는 생각도 들고요. 지난 시즌 아가메즈와 함께할 때부터 훈련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린 것도 플러스 요인이었다고 봐요.

Q__2년 연속 주전 시즌인데, 지난 시즌과 올 시즌 차이가 있다면요.
이상욱 지난 시즌은 첫 풀타임 주전 시즌이라서 그런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올 시즌은 시즌 중에 대표팀도 다녀오고 환경이 계속 바뀌고 있어요. 그래도 재밌었어요. 재밌게 제가 할 수 있는 배구를 해온 것 같아서 올 시즌은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Q__지난 시즌과 비교해 가장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하는 점을 꼽는다면요.
이상욱 리시브는 지난 시즌보다 안정된 것 같아요. 지난 시즌에도 디그 1위였지만 올 시즌에 더 정교해졌다고 생각해요. 받을 때 멀리 튀는 게 없고 코트 안에 안정적으로 띄우는 게 많이 늘었다고 보고 있어요.

Q__디그만 잘하는 선수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습니다. 아무래도 리베로인 만큼 그런 평가가 더 신경 쓰일 듯합니다.
이상욱 리베로는 뒤에서 받는 선수잖아요. 다 잘한다는 평가를 듣고 싶지 한 가지만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지 않아서 리시브에 항상 많이 집중해요. 아직 기복이 있고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지난 시즌보다는 좋아진 것 같아요. 감독님도 지난 시즌보다 자세 등에서 좋아졌다고 말씀해주세요. 최고 리베로가 되기 위해 항상 노력 중이죠.

Q__다른 인터뷰에서 ‘경력이 쌓일수록 더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떤 점에서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이상욱 지금 수비를 잘한다고 해도 연차가 지나면서 현재에 만족하고 도태되면 저는 부끄러울 것 같아요. 계속 발전하고 싶고 올라가고 싶어요. 팀 성적이 올라간 것처럼 제 성적도 올리는 게 목표라서 그렇게 생각 중입니다.



Q__여러 인터뷰에서 남긴 답변을 보면 스스로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채찍질한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실제로 스스로에게 엄격한 편인가요.
이상욱 경기를 하면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어요. 그런데 안 될 때를 생각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갈 때도 있더라고요. 비디오를 보면서 안 된 점을 더 연구해야 실력이 느는 건데 그런 걸 너무 쉽게 지나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릴 때 배구를 배우면서 ‘내가 뭘 했지’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어릴 때부터 지금처럼 자세하고 정교하게 배우고, 스스로 노력했다면 지금보다 더 잘하는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 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Q__아무래도 이상욱 선수에게 정민수 선수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데뷔 시즌에는 팀 동료이자 주전 선배였고, 지금은 대표팀에서 함께 리베로를 책임지고 있는데요.
이상욱 신인 시즌에 민수 형이랑 같이 뛰면서 많이 배웠어요. 다음 시즌에 민수 형이 이적하면서 제가 기회를 많이 얻었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대표팀에서 만나는데 거기서도 더 잘 알려주세요. 제가 부족한 면을 물어보기도 하고 리시브에 관해 물어보기도 하고요. 경기가 안 풀릴 때 대처도 많이 물어봐요. 민수 형이 어떤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말려선 안 된다고 말을 잘해주시는데, 그런 점에서 많이 배워요.

Q__리베로로서 올 시즌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이상욱 수비 부문 1위예요. 경기할 때마다 1, 2위가 바뀌는데 1위를 하고 싶어요. 리시브 효율도 40% 이상까지 올리고 상위 5위 안에 들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팀으로는 당연히 우승이에요. 배구 선수로 뛰면서 플레이오프도 못 가보거나 우승을 못 해보는 선수도 많은데,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Part Ⅲ.
“우리 케미, 제법 잘 어울려요”

Q__두 선수는 줄곧 우리카드에서만 뛰면서 함께하고 있는데, 서로가 보는 상대방은 어떤 사람인가요.
나경복 상욱이는 의지가 정말 강해요. 뭔가 하나 못하거나 놓쳤을 때 아쉬움이 크고 그걸 반복하지 않으려 해요. 상욱이가 그럴 때 기분이 확 안 좋아질 때가 있는데 요새는 그런 걸 잘 잡은 것 같아요. 점점 그런 점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Q__이 평가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상욱 제가 봐도 저는 기분이 다운되면 컨디션도 떨어지는 게 있어요. 경복이 형이 항상 긍정적이고 멘탈도 좋아서 옆에서 많이 봐주세요. 기분이 상하면 컨디션도 떨어지는 부분을 주변에서 배움을 얻으면서 조금 고쳤다고 생각해요.

Q__이상욱 선수가 이번에는 반대로 이야기해본다면요.
이상욱 경복이 형은 일단 우리 팀 에이스죠. 결정력이 필요할 때 가장 믿음이 가는 선수고요. 다른 사람들은 경복이 형이 소심해 보인다고 말하지만 같이 생활해보면 정말 승부욕도 강하고 긍정적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팀을 한마음으로 뭉치게 하는 좋은 마인드가 있어요.

Q__나경복 선수, 이런 평가 어떤가요.
나경복 저렇게 봐주고 있다니 정말 고맙네요.

Q__팀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인상과 지금 차이가 있나요.
나경복 상욱이를 어렸을 때부터 알고 봐왔거든요. 이런 성격인 걸 알고 있었어요. 첫 인상과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Q__서로의 첫 인상을 이야기해본다면요.
나경복 상욱이는 어려서부터 욕심이 많았어요. 경기에도 정말 뛰고 싶어했는데 그건 선수로서 당연한 거죠. 훈련 때도 누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가장 먼저 열심히 하는 선수였고 지금도 그래요.
이상욱 저도 경복이 형 어려서부터 많이 봤는데 그대로여서 편안해요. 물론 같이 생활하고 이렇게 마주 보는 건 프로에 와서 처음인데, 많이 조용할 줄 알았는데 장난기도 많고 사회성도 좋아요.

Q__함께 리시브 라인도 이루고 있습니다. 두 선수 조화는 어떤 것 같나요.
이상욱 저는 경민이보다 좋은 것 같아요. 경민이도 괜찮은데 리시브라인으로 본격적으로 들어온 건 올 시즌이 처음이니까요. 경복이 형이랑은 두 시즌째고요. 경복이 형한테 서브가 갈 때도 있고 경민이한테 많이 갈 때도 있는데 그럴 때 제가 어떻게 하자고 사인하면 경복이 형이 제 말을 더 잘 들어주는 편이에요. 서로 장난도 많이 쳐요.
나경복 상욱이가 리시브나 수비에서는 경기 중에 리더니까요. 상욱이가 어떻게 하자고 하면 저도 잘 맞춰가려 하죠. 제가 안 될 때는 상욱이한테 어디까지 도와달라고 하면 또 잘 도와줘요. 잘 맞아요.


봄 배구 아니라 우승까지 간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지금은 리그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한창 리그를 진행 중이던 인터뷰 당시, 두 선수는 이구동성으로 더 높은 곳을 향한 각오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올 시즌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 두 선수가 내비친 각오는 어땠을까.

Q__올 시즌 아직 6라운드가 남았지만 봄 배구 자체는 유력한 상황입니다. 지난 시즌과는 목표가 다를 듯한데요.
나경복 올 시즌 목표는 우승이죠. 지난 시즌은 봄 배구는 했지만 두 경기뿐이었고 모두 졌어요. 봄 배구 승리와 함께 그 이상을 가고 싶어요.
이상욱 사실 단순 봄 배구만은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올 시즌은 봄 배구가 아니라 ‘우승’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우승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왔고 올 시즌만큼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Q__두 선수 모두 국제대회 경험부터 지난 시즌 봄 배구까지 큰 무대 경험도 많이 쌓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런 무대에 대해 불안보다는 자신감이 있을 것 같은데요.
나경복 이제는 기대감이 커요. 개인적으로 경험도 계속 쌓고 있고 팀으로도 지난 시즌에 겪어봤으니까요. 올 시즌은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과 자신감이 저나 팀에 모두 있어요.
이상욱 국제대회는 어렸을 때도 가보긴 했는데 성인대표팀은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나라를 위해서 뛴다는 자부심도 있고 빛내고 싶은데 확실히 압박감이 달라요. 국제대회 경험은 더 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험을 더 쌓아야 안정감도 찾고 성숙하게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__플레이오프에 앞서 우선 정규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게 우선일 텐데요. 정규시즌을 어떻게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를 듣고 싶습니다.
나경복 정규시즌 긴 연승도 해냈는데, 그 연승이 깨지더라도 연패에 빠지지 않고 다시 더 많은 경기 이겨서 우승하고 싶습니다.
이상욱 이제 5, 6라운드가 남았어요. 10경기 정도 남았는데 누구를 만나든 방심하지 않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할 거예요. 지금까지 보여준 배구도 있지만 갈수록 더 재밌는 배구, 우리카드가 더 무서운 팀이 됐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Q__올 시즌을 마칠 때, 마지막 장면에 대해 생각해보거나 상상해본 게 있을까요.
나경복 끝났을 때 생각은 아직 안 해봤어요. 지난 시즌에 대한항공이 우리를 이기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어요. 그게 마음에 조금 걸렸거든요. 올 시즌에는 우리가 이기면서 정규시즌 우승을 해보고 싶어요. 세리머니도 하고요.
이상욱 우승하고 고글 끼고 샴페인 터뜨리는 걸 상상해본 적 있어요. 그럴 때마다 괜히 우승도 안 했는데 김칫국 마시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해서 우선 현실에 충실하자는 생각으로 준비 중이에요.

Q__만약 챔피언결정전 우승하면 어떤 기분일 것 같은가요.
나경복 그건 정말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다른 형들도 그 기분은 해봐야지 알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해본 사람만 안다고요. 일단 해봐야지 싶어요.
이상욱 처음에는 실감이 안 날 것 같아요. 우승해도 그냥 ‘이겼구나’ 싶다가 며칠 뒤에 갑자기 실감 날 것 같아요. 지금 말하면서도 그게 어떤 기분일지 감이 안 와요. 경기 당시에는 그냥 이긴 기분이다가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우승했구나’라는 기분이 많이 느껴질 것 같아요.

Q__이제 정규시즌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서로에게 남은 시즌 더 힘내줬으면 하는 격려 한 마디 부탁드려요.
나경복 상욱이가 뒤에서 수비 잘해주고 있는데 감독님이 상욱이한테 잡을 수 있는 거 하나씩 놓친다고 지적하실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상욱이가 스트레스를 조금 덜 받았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저도 전위에서 블로킹으로 많이 도와주겠습니다.
이상욱 경복이 형이 에이스 역할을 충분히 잘해주고 있지만, 우승을 해야 하고 욕심이 나니까 지금보다 좀 더 잘해줬으면 좋겠어요. 뒤에서 제가 더 잘 버티려고 노력할 테니 지금처럼 웃으면서 서로 장난도 많이 치면서 뛰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서영욱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3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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