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TV] 한선수·정지석·임동혁이 털어놓은 대한항공 V2 후일담

강예진 기자 / 기사승인 : 2021-05-08 22: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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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우승, 정말 힘들었죠."

창단 첫 통합우승. 대한항공은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통합우승 숙제를 풀어냈다. 그간 우승 문턱에서 자주 고배를 마셨던 한선수(36)는 주장의 무게감에 참아왔던 눈물을 흘렸고, 생애 첫 챔프전 MVP를 수상한 정지석(26)은 미안함의 눈물을 쏟기도 했다. 어느덧 팀에 든든한 선수로 자리매김한 막내 임동혁(22)까지. 쉽지 않았던 6개월간의 대장정 끝에 맛본 우승은 달콤했다. 챔프전의 못다 한 이야기, 투닥거리면서도 서로에게 전하는 진심 어린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TMI 대방출까지. <더스파이크>가 통합우승을 일궈낸 3일 후, 감격이 가시지 않은 우승 주역들을 만나러 대한항공 체육관으로 향했다(티키타카로 흘러갔던 인터뷰의 생생함을 살리고자, 선수들 한마디 한마디를 모두 담았다는 점 유의해주세요).

 


고대하던 통합우승! 우리가 해냈다!

강예진(예진) 통합 우승한 지 3일이 지났습니다. 소감 다시 한번 부탁드릴게요.

한선수(선수) 그냥 힘들었어요. 많이 힘들었고, 버텨서 가져온 승리라고 할까. 그래서 더 값졌던 것 같아요.

정지석(지석) 저도 힘들었어요. 통합우승? 당시에는 얼떨떨했어요. 챔피언결정전(2017-2018시즌) 때는 ‘드디어 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통합우승과 챔프전 우승의 차이는 뭘까?’ 했죠. 뭔진 모르겠지만 좋더라고요. 져서 지금까지 꽁하게 있는 것보다는 아무 생각없이 쉬고 있는 이 느낌이 너무 좋아요. 아마 동혁이는 ‘통합우승해서 본인이 건재하다는 걸 알렸습니다’라고 할 것 같은데요?

임동혁(동혁) ‘해냈다!’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어요. 우승했을 땐 솔직히 얼떨떨해서 ‘맞나?’ 싶었는데 하루하루 지나면서 체감 중이에요.

예진 한선수 선수는 구단 SNS에 올라온 게시글을 보니, 유광우 선수와 인터뷰를 하다가 울더라고요. 

선수 힘든 상황이 있지만 선수로서 뭔가 표현을 하면 안 되잖아요. 팀을 이끌고 가야 하니까…그런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예진 지석 선수는 MVP가 본인께 아니라고 생각해서 울었다고 인터뷰 때 말했잖아요.

지석 저는…아휴 덥네요(웃음). 끝나니까 하는 말인데 챔피언결정전 시작하기 전에 ‘미친 선수’가 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그냥 너무 좋았어요. 하필 챔피언결정전에서 못해서 더 민폐를 끼쳤다는 생각에 너무 아쉬운 게 많아서 그랬어요.

예진 주장이 보기엔 어땠나요. 미친 선수가 되겠다고 했던 지석선수요!

선수 다른 쪽으로 미치지 않았나…(웃음)

예진 다른 쪽이요?

지석 근데 몇 번 미치긴 했어요.

예진 똑바로요…? 아님 반대로…?

지석 기자님 저한테 투표 안 하셨구나(웃음).

예진 막내는 안 울었어요?

동혁 저는 안 울었어요. 진짜 눈물 날 줄 알았는데, 너무 감격스럽다 보니 울음을 넘어섰어요. 눈물은 안 나왔는데 가슴이 웅장해지더라고요.

예진 건재함을 보여줬다고 생각하시나요.

동혁 그건 이제…형들이 잘 생각해주세요(눈치). 저는 솔직히 (그 말에) 자신 있진 않지만 뭐라도 보여드렸던 시즌이었다고 생각해요.

예진 동혁 선수가 인터뷰할 때면 ‘건재함’이라는 이야길 많이 하는데요. 두 형이 보기엔 어땠나요.

선수 동혁이가 큰 역할을 했죠.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이 다 같이 했고, 연습할 때도 그렇고 동혁이를 믿었어요. 믿은 만큼 동혁이가 해내서 정규리그 우승까지 가지 않았나 생각해요.

지석 동혁이 대단하죠. 챔피언결정전 4차전까지 선발 출전 안 하다가 출전했는데, 깡으로 뛰기 쉽지 않잖아요. 한 번 지면 상대가 우승하게 되니까요. 저도 그랬지만 동혁이도 어린 나이에 값진 경험과 우승컵 둘 다 잡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가 훨씬 더 기대되죠.

동혁 (입꼬리 올라감).

예진 예상과 달리 1차전을 0-3으로 패했잖아요. 당시 어땠는지 궁금해요[대한항공은 1차전서 우리카드에 0-3(26-28, 22-25, 23-25)으로 패했다. 가장 차이가 났던 건 범실이다. 대한항공은 승부처마다 범실(25개)을 쏟아냈다(상대 9개).]

선수 매 세트 1~2점 싸움이었잖아요. 우리카드도 강한 상대였죠. 우리가 할 걸 못 하면 충분히 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했는데 1차전에선 우리가 해야 할 플레이를 하지 못해서 졌죠.

예진 챔프전에 들어가기 전 몇 차전까지 갈 걸로 예상했나요?

선수 예상은 안 했는데, 힘들 거라고 생각은 했죠. 근데 지석이가 더 힘들게 만들었죠.

지석 원래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예진 선수 형이 우승 후 인터뷰에서 정규리그 우승으로 산 하나를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깔딱고개조차 넘지 않았다고 말했거든요. 그만큼 힘들었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두 동생은 어떻게 생각했나요.

동혁 이번 시즌엔 여러 일들 때문에 힘들었지만 우승했을 땐 너무 좋았어요. 솔직히 우리카드는 챔피언결전전에 처음 올라오는 팀이기도 하고, 우리는 경험이 더 많아서 수월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역시 ‘세상엔 쉬운 게 없다’라고 생각했어요.

지석 잠깐 리그가 중단되고 훈련할 때 저 스스로가 산만했어요. 그때부터 정규리그 우승하기까지 제 페이스에 기복이 있었잖아요. 그래도 정규리그 우승을 우리카드전에서 확정 짓고, OK금융그룹과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좋게 끝내서 자신감이 있을 줄 알았는데…. 동혁이가 말했듯이 우리카드는 처음 올라오니까 부담이 없어 보였고 잃을 것도 없고 분위기도 좋았죠. 반면 우리는 7번이나 기회가 있었는데 잡지 못했고요. 저만 그런 진 모르겠는데 알게 모르게 방심을 해서…근데 전 아닐 거예요.

선수 뭔 말이야?

예진 방심을 했다는 이야기인가요?

지석 아니요. 동혁인 조금 한 것 같은데?

동혁 전 항상 긴장의 끈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지석 (빵터짐) 힘들었다는 말밖에 생각이 안 나요. 일주일에 다섯 경기 해본 것도 컵대회 때? 그땐 하루라도 쉬었죠. 그래도 건진 건 있어요. 제 스스로 ‘할 만은 하다? 아직 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예진 선수 형은 할만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선수 힘들었죠. 힘들고, 팀을 끌고 가야 하니까요. 어린 선수들 멘탈도 잡아야 하고, 저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챔피언결정전이다 보니 실력은 다 똑같다고 생각하고, 멘탈의 문제인데, 그 멘탈을 잡고 가느냐 아니냐였어요. 근데 처음부터 잘 잡히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예진 이런 선수 형이 지닌 주장의 무게감을 아시나요. 두 선수는?

지석 주장해봤어?

동혁 고등학교 때 해보긴 했는데, 프로에서 선수형 마음과는 많이 다르지 않을까요? 저는 형들 믿고 따라가는 처지라서 그런 부담감은 못 느껴봤어요.

지석 저는 주장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씩 해요. 우승하고 SNS를 보는데 선수 형, 광우 형이 주장의 무게감을 이야기하더라고요. 제가 그 입장이 돼 보니 힘들 것 같았어요. 자기 플레이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팀원들 상태도 체크해야 하잖아요. 좋은 말 해주면서도 와일드하게 나가야 하니까. 보통 일이 아닐 것 같긴 하더라고요. 다른 팀으로 치면 GS칼텍스 때 이소영 선수가 ‘소영 선배’였잖아요. 보니까 바쁘더라고요. 그래도 선수 형이 유일하게 네트에 붙어서 우리를 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서 있어요. 사인도 주면서 누가 경직되어 있나 확인하니까. 선수 형이 많이 고생한 것 같아요. 나중에 제가 주장할 때쯤이면 선수형이 선수로 있으려나? 

예진 어떨 것 같아요. 주장 지석 선수는요?

선수 어…그다지 추천하고 싶진 않아요. 

 

 

이제는 ‘믿을맨’ 

쑥쑥 자라난 임동혁

올 시즌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절반 가까운 경기를 외국인 선수 없이 치렀다. 외인의 공백을 전혀 느껴지지 않게 메워준 건 팀 막내 이자 ‘믿을맨’으로 자리 잡은 임동혁이다. 두 형은 임동혁에게 대견하다는 눈빛을 마구 쏘아댔다.

 

예진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동혁 선수가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는데요, 밖에서 지켜보니 어떻던가요.

선수 분명히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기 때문에 본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편안한 마음으로 들어갔을 거라 생각해요. 동혁이가 들어가기 전에 트리플크라운을 할 거라고 했더라고요.

예진 말이 씨가 됐네요?

동혁 될 줄 몰랐는데…됐습니다(웃음).

예진 트리플크라운하고 나서 웜업존으로 달려가더라고요. 그때 환호하는 형들 보셨나요.

동혁 네 봤어요. 보고 싶어서 그쪽으로 갔어요. 

예진 어떤 선수가 가장 좋아하던가요?

동혁 선수 형은 뒤에 가려져 있어서…. 앞에 승석이 형이 제일 좋아하셨어요. 지석이 형은 뒤에서 약간 아기 보듯이 흐뭇하게 웃고 있던데요?

지석 원래 서브 하나 남았을 때가 가장 힘들거든요. 저를 보는 것 같아서…. 그래도 마지막 서브는 힘 빼고 때렸나? 힘을 빼고 때리더라고요. 보면서 ‘역시 힘 들어가면 될 것도 안 되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좀 귀여웠어요.

예진 동혁 선수는 챔프전 4차전 경기 당일 선발 소식을 들었다고 했는데, 어땠나요.

동혁 선발인 건 당일에 들었는데 매 경기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어요. 다른 챔프전 때보다 훨씬 단기전이기도 하고, 분명히 요스바니도 몸이 안 좋아질 시기가 올 거로 생각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들어간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많이 떨렸죠. 팀이 낭떠러지에 있는 상황이어서 많이 부담스러웠죠. 그래도 운 좋게 알렉스가 몸이 안 좋아서 안 나왔고, 제 경기력이 좋게 나왔어요. 많은 운이 따랐던 것 같아요.

 


예진 임동혁 선수의 성장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 두 형이 놀랐던 적이 있나요.

선수 이번 시즌 내내 그랬어요. 하면 할수록 성장했던 것 같아요.

지석 동혁이가 근래 밥을 엄청 많이 먹더라고요. 살이었는지, 벌크업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재작년부터 눈에 띄었어요. 엉덩이가 막 허리에 있고, 신체조건이 최근에 제가 본 사람 중 세 손가락 안에 들어요. 올해 하는 거 보고, 역시 잘될 줄 알았어요. 당연하게 기대했던 대로 된 것 같아요.

예진 지석 선수의 길을 동혁 선수가 걷고 있다고 하는데, 선수 형이 보기엔 어떤가요(갑자기 지석 선수가 끼어들어 말하기 시작했다). 

지석 신기한 게 끼워 맞추는 거일 수도 있지만 저도 3년차 때부터 경기 뛰고, 자신감을 찾기 시작했거든요. 동혁이도 3년차부터…(동혁아 3년차지?) 아 4년차야? 그러면 동혁이는 작년부터 잘했어요. (허)수봉이가 3년차 때 ‘허다르’라고 불렸죠? 동혁이도 공통점이 있어요.

예진 이게 진정 끼워 맞추기 아닌가요?

지석 (웃음) 진짜 끼워 맞춘 거죠. 그래도 저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해요.

선수 일단 둘 포지션이 다르잖아요. 동혁이는 기회가 적었고, 지석이는 기회가 많아서 자리를 잡았잖아요. 이제 동혁이도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요. 포지션에 외국인 선수가 들어오는데 거기서도 두각을 나타냈다는 건 그만큼 실력이 받쳐준다는 거니까요. 만약 외인이 없었다면 동혁이가 지석이보다 더 두각을 드러냈겠죠.

 

 

갑분 TMI 대방출

‘투머치토커’ 정지석

영상 촬영을 하다가, 자리 조정이 필요해 임동혁 선수에게 조금만 뒤로 가 달라고 요청했다. “선수 형 얼굴이 너무 작아요”라고 하자 선수 형이 지석 선수를 가리키며 “제가 작은 게 아니라 얘가 큰 거예요. 지석아 너 저기 뒤로 가”라며 웃었다.

 

지석 근데 저 어제(19일) 시상식에서 머리 작다는 소리 되게 많이 들었어요. 너무 갑자기 인가요?

선수 마스크가 너무 작아 보이던데? 마스크밖에 안 보였어.

예진 시상식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어제 시상식 보셨죠?

선수 아니요. 안 봤어요. 했나요? (동혁이 바라보면서) 아 방송 했어?(웃음)

예진 그럼 누가 MVP인 줄 모르는 거죠?

선수 애들이 지석이가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지석 제가 상 받고 단톡에 감사하다고 했어요.

선수 저는 그냥 확인만 했어요. 

예진 따로 축하는 해주셨어요?

선수 아니요?(웃음) 

동혁 저는 축하한다고 했어요.

지석 내년부터는 임동혁의 해가 될 거예요.

 

 

선수 형의 애정표현

지석이에겐 채찍을, 동혁이에겐 당근을

 

예진 선수 형은 지석 선수에게 채찍을 들고, 동혁 선수에게는 당근을 많이 주던데, 두 선수를 다루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걸까요?

선수 동혁이는 자기가 하던 대로 경기든, 훈련이든 최선을 다해 플레이하죠. 지석이는 생각이 많아요. 챔프전을 치르면서 느낀 게, 아직은 부족하다? 우리 팀 에이스지만 에이스가 되려면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예진 정신적으로 이겨내야 진정한 챔피언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선수 형은 이겨냈나요?

선수 저는 챔프전에 강하게 들어갔어요. 무조건 제가 뛰어다니고, 쓰러져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요. 근데 제가 혼자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제 멘탈이 괜찮다고 모든 게 되는 게 아니잖아요. 지석이, 승석이, 팀원들을 믿고 들어갔는데 멘탈이 강하지 않더라고요. 원래 정규리그 때 했던 본인들 플레이를 못 하니까 저는 답답했죠. 그래서 4차전 때 ‘우리 전술이 아니라 너네가 하던 플레이해라’라고 이야기했죠.

 


지석 제가 기량을 떠나서 멘탈 부분에서는 반성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멘탈, 마인드가 나이 먹을수록 단단해지고 괜찮아 질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자기 페이스를 빠르게 찾아가고 마인드컨트롤 할 수 있는 선수가 우리 팀엔 선수 형, 성태 형이에요. 가장 티나는 사람이 저랑 동혁이에요. 그리고 은렬이. 은렬이는 리시브 흔들리면 눈을 작게 떠요. 머리를 쓸어 넘기면서(웃음). 우리가 나중엔 언젠가 형들처럼 선배가 될 텐데 뜻대로 안 된다고 해서 흔들리거나 하면 실격이죠.

예진 올 시즌 선수 형의 당근을 가장 많이 받은 선수가 누군가요?

선수 음…동혁이, 은렬이?

예진 앞으로 더 주고 싶은 선수는요?

선수 지석이한테 주고 싶은데 지석이가 잘하면…정신만 다른 곳에 안 가 있으면 돼요.

예진 지석 선수가 선수 형 칭찬받는 게 목표라고 했는데요.

선수 지석이는 시즌 끝날 때까지 경기에만 집중하면 됩니다(웃음).

예진 그러면 이번 시즌 ‘이것만큼은 정말 잘했다’ 한 가지를 꼽자면요?

동혁 한창 국내 선수들로 경기할 때 5세트에서 졌던 게 많았어요. 거기서 제가 접전일 때 범실해서 다운되어 있었는데 KB손해보험전 5세트에서 서브 에이스 2개를 했어요. 다시 저를 일으켜 세울 수 있었던 계기가 됐어요.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지석 저는 올해 국내 선수로 열심히 싸워서 이긴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하나를 꼽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비시즌 때 우리가 많이 준비한 걸 잘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도 잘한 것 같아요. 매번 선수 형이나 승석이 형 저, 동혁이도 대표팀 갔다가 오면 바로 컵대회 뛰고 그러다보면 시즌이잖요. 숨 돌릴 시간이 없었는데, 이번엔 우리가 준비한 게 잘 나왔어요.

선수 뭘 뽑기보다는 잘 버틴 거요. 힘든 상황을 버텨냈던 게 챔프전을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예진 올 시즌 유독 특별했던 일 중 하나가 외국인 사령탑의 부임이잖아요. 한 시즌을 돌아봤을 때 황당했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선수 어…거의 끝날 때까지 황당했던 것 같아요(웃음). 뭐라고 해야 하지…처음엔 옛날 사람 같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만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외인 비예나, 요스바니도 그렇게 생각하더라고요.

동혁 황당할 수밖에 없는 게, 제가 생각한 외국인 감독과 스타일이 달랐어요. 젠틀하고, 운동도 짧게 할 것만 하고 그러실 줄 알았는데, 고교 시절 훈련을 다시 하는 기분이었어요. 생각했던 운동 환경과 달랐는데 저는 아직 젊어서 괜찮았는데 형들이 많이 고생하셨죠.

지석 ‘가자’ 이게 아니라 ‘따르라’ 이런 게 있었어요. 가장 황당했던 건 훈련할 때 몸 3분 풀고 바로 본 운동 들어가는 거였어요. 무릎, 도가니 깨지는 줄 알았어요(웃음). 몸 풀고 하자고 말했는데 그러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더라고요.

 


지석&동혁 “이번 시즌이 자극제죠”

선수 “저는 좀 더 쉬고 싶네요”

 

예진 차기 시즌 목표를 묻기엔 이르긴 하죠? 

선수 다음 시즌을 지금 벌써 생각하라고요? 아직 힘들고 지쳤던 게 풀어지지도 않았는데?

지석 선수 형 지금 팀이 없어요. 무직이에요 지금(웃음). 아직 계약도 안 했어요(인터뷰 당일 한선수 선수의 FA공시가 떴다.)

 

 

예진 어제 선수 형이 SNS에 글을 하나 올리셨더라고요. 보셨어요?(한선수 선수가 SNS에 ‘지슥아 형이 다음 시즌 어떤 유니폼을 입을까?’라는 문구를 올렸다)

선수 얘(지석) 모를걸요? 너 나 팔로우했니?

지석 형…당연히….

선수 얘랑 규민이만 제가 팔로우를 안 했을걸요?

지석 저 선수 형 게시물 올라올 때마다 항상 봐요. 규민이 형만 팔로우 안 되어 있으면 돼요.

선수 오늘 가서 규민이 팔로우해야겠네.

예진 그러면 세 선수에게 자극제는 뭔가요?

동혁 이번 시즌이 자극제인 것 같아요. 이번 시즌보다 더 잘해야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계기로 삼아서 다음 시즌도 잘하고, 그다음 시즌도 더 잘해야 할 것 같아요.

지석 목표는 트레블? 자극제는 동혁이 말대로 작년보다 나은 플레이, 기량을 보여주는 게 선수로서도 팬분들이 좋아하실 거예요. 그러다 보면 성적은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을까요?

예진 정말 고생한 서로에게 한마디씩 해볼까요? 

지석선수 이번 시즌 우리가 우승해서 좋게 보이는 거지, 감독님과 성격 차이 때문에 선수들이 힘들어했거든요. 좋은 길이든 나쁜 길이든 하나를 잡아서 우리가 힘들다고 할 때면 ‘그냥 하자’라고 앞장서주셨어요. 그래서 형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아요. 제가 후배 노릇을 더 열심히 해야 했는데... 선수 형이 채찍질하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게 아쉬워요. 내년에는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칭찬 한번 들어보고 싶어요. 

선수 나 아직 팀 없어. 상대로 만나면 어쩌려고 그래?

지석 상대로 만나면 칭찬 더 해주지 않을까요?

선수동혁 선배들 잘 따라서 끝까지 해줘서 고맙다. 어린데도 힘든 상황에서 끝까지 따라서 버텨준 게 가장 고마워. 

동혁 지석 지석이 형, 마지막에 가식인 줄 모르겠는데 챔프전 MVP를 받고 울 때 짠하더라고요. 이게 진정한 미안함의 눈물일까, 감격의 눈물일까 의아했어요. (선수 “선수들 다 그렇게 생각했을걸?”) 뒤에서 보면 억지로 짜낸 것 같은데 카메라로 보니까 아니더라고요. 사실 손가락으로 눈 찔렀을 수도 있어요(웃음). 그래도 우는 모습 보니까 외인 없을 때 지석이 형이 정말 고생하셨고, 형이 잘해주셔서 저도 공 편하게 때릴 수 있었어요. 다음 시즌에도 이 조합으로 뛸 수 있다면 지석이 형보다 제가 더 잘해서, 부담을 좀 덜어….

선수 지석이보다 잘해서 MVP를 받겠다?

동혁 네! 한 번 해보겠습니다(웃음). 아 사실 그거까진 바라지 않아요.

지석 동혁이가 받으면 최연소 아닌가? 철우 형인가?

동혁 아…아니에요. MVP 괜찮아요. 그것보다 지석이 형 부담을 덜어주도록 할게요.

지석 너랑 나랑 후보면?

동혁 그럼 당연히 제가 받아야죠. 다른 팀이면 모르겠는데 같은 팀에서 거론되면 지석이 형이 양보해 주시겠죠?

선수 우승하고 이야기해.

동혁 아직 우승 기운이 안 가셔서, 김칫국을 제대로 마셔버렸네요(웃음).

 

예진 올 시즌, 자주 만나지 못한 팬들에게 한마디하고 인터뷰 끝내도록 할게요.

선수 챔피언결정전 때 더 즐기고, 같이 축하해야할 순간이었는데 팬분들 모두가 안 계셔서 선수들 모두가 아쉬워했어요. 빨리 이 상황이 없어져서 팬분들과 만나고 싶어요. 그래야 선수들도 힘이 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글. 강예진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영상 촬영 및 편집. 최이레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5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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