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름 | 조성민 ![]() |
작 성 일 | 2024-1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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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21일, 4승13패로 깊은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현대캐피탈이 최태웅 감독(現 SBS스포츠 해설위원)을 전격 경질시키는 극약처방을 내렸습니다.
진순기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한 후 승승장구를 내달리던 지난 2024년 2월 7일 일본남자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필립 블랑을 현대캐피탈의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하였는데요.
파리올림픽 일정을 소화한 후 현대캐피탈에 합류한다고 하지만 필립 블랑 감독이 현대캐피탈의 새 사령탑이 된 것은 물론 한국 V리그에 입성한다는 소식에 놀란 배구팬들은 저만은 아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일본 남자배구를 한 때 세계랭킹 2위까지 올려놓았고, 지난해(2023) VNL 남자부 3위, 올해(2024) VNL 남자부에서는 준우승을 이끈 필립 블랑 감독은 파리올림픽을 끝으로 일본 남자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후 8월 17일 한국에 입성했는데요.
현대캐피탈 스카이이워커스 좀 더 넓게는 한국 V리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운칠기삼(運七技三) 즉 “운이 7할, 능력이 3할”이라는 표현을 빗대서 “우려감 3할, 기대감 7할”인 속에 통영 도드람컵을 통해서 한국 배구팬들을 처음 만났고, 한국무대 데뷔전을 치렀는데 명장은 역시 달랐습니다.
한국무대 공식 데뷔전이었던 OK저축은행과의 첫 경기에서 3:0 완승, 이어 두 번째 경기인 KB손해보험을 상대로 5세트까지 간 접전 끝에 3:2 승리를 거두며 대한항공과의 마지막 경기와 상관없이 준결승 티켓을 확정지었는데요.
전임 최태웅 감독 시절의 컵대회를 회상하면 기존 선수들보다 시즌 때 기회를 많이 부여받지 못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데 필립 블랑 감독의 경우에는 모든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했으니 허수봉 캡틴을 비롯해서 외국인선수 레오, 전광인, 최민호 등의 기존 선수들은 물론 이준협, 정태준, 김진영 등의 영플레이어들도 기회의 문을 열어줬고, 아시아쿼터 덩 신펑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여기에 성적이라는 방점까지 찍었으니 대한항공에 이어 A조 2위로 준결승에 진출한 현대캐피탈은 2018년 제천 컵대회 이후 6년만에 성사된 삼성화재와의 V클래식매치 준결승에서 5세트 접전 끝에 3:2 신승을 거둔 후 약 16시간 30분만에 치른 결승에서도 4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한 대한항공을 만나 5세트 접전 끝에 3:2로 물리치며 11년만에 감격적인 우승컵을 들어올렸습니다.
11년만에 컵대회 우승을 차지한 현대캐피탈은 이에 만족하지 말고 깜짝 트레이드를 발표했으니 대한항공을 시작으로 삼성화재, 우리카드,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고 주전세터로 활약한 황승빈 세터를 품에 안았죠.
황승빈 세터의 합류로 세터 고민을 지우는데 성공한 현대캐피탈은 시즌 개막 전에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챔프전에 진출할 것 같은 팀은 어느 팀이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표를 받게 됩니다.
그렇게 시작한 시즌, 컵대회 우승의 기세를 이어가며 프로 출범이래 첫 개막 4연승을 질주한 것을 포함해서 1라운드 5숭1패, 2라운드 역시 5승1패로 마무리하며 2라운드를 마친 시점에서 선두를 굳건하게 지켰는데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대한항공과의 상대전적입니다.
대한항공이 구단 역사상 첫 통합우승을 차지한 2020~2021 시즌부터 지난 2023~2024 시즌까지 대한항공 상대로 무려 4승23패(2022~2023 챔프전 3경기 포함)로 움츠러들었는데요.
하지만 컵대회 결승전, 1라운드 맞대결, 2라운드 맞대결까지 대한항공 상대로 3연승을 거두며 이른바 “항공 포비아”를 떨쳐내고 있는 모습인데 그 가운데 필립 블랑 감독의 용병술도 한 몫을 했습니다.
1라운드 맞대결에서는 0:2로 뒤지고 있다가 전광인 선수 투입으로 분위기를 바꾸더니 3:2 역전승을 거뒀는데요.
야구로 치면 그동안 선발투수로 활약한 전광인 선수가 이번 시즌 구원투수로의 화려한 변신도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 배구를 보는 재미 중에 하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2라운드 맞대결에서는 초반 두 세트를 가져갔지만 3세트를 내줬고, 4세트마저 내주며 5세트로 가나 싶었던 상황에서 “큰 형님” 문성민 선수를 투입한 전략이 주효했죠.
오는 크리스마스에 있을 대한항공과의 시즌 3번째 맞대결에서는 어떤 용병술로 현대캐피탈 팬들을 놀라게 할지? 기대하겠고요.
다만, 보완해야 될 부분이 있으니 부임 초기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바로 “마(魔)의 3세트”입니다.
컵대회 때부터 필립 블랑號의 현대캐피탈을 보면 1세트와 2세트를 가져온 이후 3세트부터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3:0으로 충분히 이길 경기를 5세트까지 가서 어렵게 이기는데 이러한 부분을 완화해야 챔피언으로 가는 길이 수월해진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현대캐피탈의 마지막 우승은 최태웅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파다르-전광인-문성민의 삼각편대에 신영석(現 한국전력)과 여오현(現 IBK기업은행 수석코치)가 버티고 있던 2018~2019 시즌이었는데요.
이후 “36724”라는 비밀번호를 가지고 있던 현대캐피탈에게 또 다시 정상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2025년 벚꽃이 만발할 때, “대한항공 天下”를 무너뜨리며 남자배구의 권력지형을 바꿀 수 있을지?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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