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마지막, 잠실학생체육관은 FIVB 남자배구 챌린저컵(이하 챌린저컵)으로 불타올랐습니다.
BTS의 노래제목처럼 말이죠.
임도헌號의 2년 6개월만에 국제대회 복귀전인 챌린저컵에서 우리는 개최국 자격으로 톱시드를 배정받았는데 올해 VNL 강등국가이자 출전한 8개국가 가운데 FIVB 랭킹이 가장 낮은 호주와 8강 맞대결을 펼쳤습니다.
“명색이 개최국인데 첫 판에 지지 않았으면...”하는 마음으로 봤는데 5세트 혈투 끝에 3:2 신승을 거두며 준결승에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튀르키예와의 준결승에서 높이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채(블로킹 3:12 열세) 0:3으로 패하며 VNL 무대를 밟는 꿈은 결국 다음으로 미뤄야 했는데요.
코로나로 인해 엔트리에 들지 못한 전광인과 불미스러운 일로 인한 징계를 받고 있는 정지석이 있었더라면 결과가 달라진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재밌는 승부가 되었을텐데...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다음날, 아쉬움을 뒤로 하고 체코와의 3,4위전을 치렀는데 초반 두 세트를 비교적 여유있게 가져왔을 때만 하더라도 “3:0으로 이기겠구나~”했는데 3세트 듀스접전 끝에 내주고, 4세트도 접전 끝에 내주면서 “가지 말아야 될 5세트를 갔다”라는 말을 TV를 보면서 했습니다.
5세트도 쪼금이나마 앞서다가 체코에게 분위기를 넘겨줬고, 듀스에서도 체코의 매치포인트의 연속이었는데요.
예전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코미디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것을 빗대서 “버티면 복이 와요”라는 말을 하고 싶으니 버티고 버티더니 우리가 매치포인트를 잡았고, 비디오판독까지 간 끝에 마지막에 웃으며 3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습니다.
비록 VNL 출전권은 좌절되었고, 국제대회 경험을 좀 더 쌓아야된다는 지적 속에서 얻은 것도 적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은데 2가지를 말하겠습니다.
2가지를 말하고 싶으니 첫 번째는 남자배구의 인기를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여자배구에 비해 남자배구의 인기가 시들했는데 한국에서 열린 마지막 남자국제대회였던 2018년 VNL을 회상하면 당시 장충체육관은 연이은 패배의 남자배구를 향한 실망감으로 인해 관중이 텅 비었는데 그로부터 4년 후 이번 챌린저컵을 보니까 흥행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여자배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요.
두 번째는 신진선수들의 등장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허수봉•나경복은 소속팀은 물론 이미 대표팀에서도 자리매김을 한 속에 황경민 선수도 비록 체코전 3세트에서 부상을 당했지만 국제무대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이 글의 주인공 3명도 빼놓을 수 있으니 더스파이크 8월호를 장식한 99즈 3총사 임동혁•임성진•박경민 선수입니다.
세 선수는 지난 2017년 바레인 U19 세계남자선수권 4강, 2018년 바레인 U20 아시아남자배구 준우승 등을 함께 한 1999년생 동갑내기죠.
연령대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춘 세 선수는 이번 챌린저컵 대표팀 명단에 한선수•신영석•곽승석•최민호 등의 베테랑들 틈바구니 속에서 이름을 올렸는데 2019년 바레인 U21 세계남자배구 이후 3년만이자 성인대표팀으로 처음으로 의기투합한 순간입니다.
이번 챌린저컵에서도 세 선수의 활약이 빛났는데 특히 체코와의 3,4위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임동혁 선수가 호주전과 튀르키예전에서의 허수봉 선수 활약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나요?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33득점을 올리며 맹활약을 펼쳤고, 임성진 선수는 왼쪽 한 자리에 선발로 출전해서 임동혁 다음으로 많은 15득점을 올렸죠.
여기에 박경민 선수도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를 보여주며 코트 안 분위기를 끌어올렸을 뿐만 아니라 5세트 12:12 동점 상황에서 박경민 디그-임동혁 세트-임성진의 공격포인트까지 3박자가 잘 이뤄진 장면이 있었죠.
그 장면도 인상적이었지만 5세트 20:19 체코의 매치포인트 상황에서 한선수의 패스 후 바로 임성진이 곧바로 때려서 20:20 다시 균형을 맞춘(7번째 듀스) 장면도 인상적이었는데 자칫 그것이 바깥으로 나갔으면 경기가 끝날 수 있었는데 임성진 선수의 배짱이 빛났습니다.
그동안 대한민국 남자배구는 문성민•박철우•한선수•김요한 이후를 이끌어 갈 스타를 갈망해왔는데요.
농구에는 허웅•허훈 형제가 농구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배구에는 임동혁•임성진•박경민 세 선수가 남자배구 흥행을 주도함과 동시에 올시즌을 끝으로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는 이대호를 비롯해서 추신수, 오승환, 여기에 지금은 KBSN 해설위원으로 활약중인 김태균 해설위원의 KBO리그 82라인과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축구 열기를 주도했던 고종수, 이동국, 안정환 트로이카처럼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