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징크스’부터 ‘고군분투 징크스’까지, 신영석이 모든 징크스를 털어낸 날

의정부/김희수 / 기사승인 : 2023-11-25 06: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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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에서의 아쉬웠던 결과들도, 좋은 활약을 하면 팀이 패배했던 지난날들도 모두 실력으로 극복했다. 11월 24일은 신영석이 실력으로 모든 징크스를 털어낸 날이었다.

한국전력은 지난 2022-2023시즌 KB손해보험을 상대로 의정부에서 전패를 당했다. 그 탓에 수원에서는 2승 1패로 선전했음에도 상대 전적에서 2승 4패로 밀렸다. 전력과 순위 대비 유독 한국전력을 잘 괴롭힌, 특히 홈에서는 지옥을 선사했던 KB손해보험이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달랐다. 24일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KB손해보험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경기는 한국전력의 세트스코어 3-0(25-21, 29-27, 25-23) 완승으로 끝났다. 한국전력의 모든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친 가운데, 신영석 역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블로킹 2개‧서브 득점 1개 포함 11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은 무려 100%였다.

경기 후 기분 좋은 인사와 함께 인터뷰실을 찾은 신영석은 “지난 시즌에 의정부에서 전패를 당했다. 이번 경기까지 졌으면 아마 징크스로 이어질 수도 있었을 것 같다. 1라운드 때도 아쉽게 졌기 때문에, 이번 경기는 정말 중요했다. 셧아웃으로 이겨서 너무 다행이다. 2라운드 경기 일정이 좀 타이트한데, 다음 경기 준비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징크스를 털어낸 소감을 전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KB손해보험은 9연패에 빠져 있었다. 9연패 중인 팀이 얼마나 독기에 차있고 절실한지는 신영석 역시 지난 시즌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어제(23일) 미팅에서도 우리가 9연패를 했던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상대의 기세를 의식했다”고 밝힌 신영석은 “상대의 기세에 말리지 말고 점수 한 점 한 점을 소중하게 올리자는 마음으로 경기를 풀어갔다”고 경기에 임한 마음가짐을 돌아봤다.

이날 공격 성공률 100%를 기록한 걸 알고 있었는지 묻자 신영석은 “몰랐다. 솔직히 내가 잘 한 것보다 팀이 이긴 게 너무 좋아서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사실 1라운드 때부터 이상하게 내가 잘하면 팀이 지고 내가 못하면 팀이 이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보다는 동료들이 더 잘해주길 바랐는데, 어쩌다보니 팀도 이기고 나도 잘해서 기쁨이 두 배인 것 같다”며 또 하나의 징크스를 제거했음을 전했다.
 

이날 신영석은 3세트 도중 서브 라인으로 향하다가 임성진을 향해 익살스러운 태권도식 발차기를 날리기도 했다. 왜 임성진에게 ‘태권 킥’을 날렸는지 묻자 신영석은 “오더 상 내 서브 차례가 맞는데, 갑자기 (임)성진이가 자기 차롄데 왜 서브를 때리러 가냐고 묻더라. 정신 차리라고 발차기를 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익살스럽게 설명했다. 그는 “아무래도 후배들이랑 나이 차가 좀 있다 보니까 형식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장난기 있게 말해주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아서, 장난을 많이 건다”며 평소에도 장난기가 많은 선배임을 밝혔다.


1라운드의 부진을 털어내고 신바람을 내고 있는 한국전력의 분위기는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을까. 신영석은 가장 달라진 점으로 의지와 자신감을 제시했다. “연패하고 있을 때는 모든 것에 자신감이 없었다. 특히 용기 있는 결단들이 필요한 순간에 주저할 때가 많았다”며 1라운드 때를 돌아본 신영석은 “지금은 위기 상황이 와도 흔들리지 않는다. 또 듀스에서도 잘 이기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우리에게 누구랑 붙어도 이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주고 있다. 또 하나 좋은 건 선수들이 서로에게 미루지 않고 자기가 하겠다는 의지를 모두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공격수들이 세터들에게 서로 나에게 올리라고 하고 있다”며 달라진 팀의 정신력을 소개했다.

 

신영석은 “강팀에게는 쉽게 지면서 약팀에게만 이기는 게 가장 좋지 않은 모습이다. 누구를 상대하든 항상 좋은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흐름을 계속 유지한다면 모든 경기에서 지더라도 쉽게 지지 않고, 이길 때는 확실히 이기는 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매 경기 기복 없이 탄탄한 모습을 보여주는 팀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전력의 다음 상대는 첫 10경기에서 7승 3패를 기록하며 선전 중인 삼성화재다. “삼성화재와 우리카드의 2라운드 경기를 봤다. 팀이 상당히 안정돼 있고, 노재욱이 경기 운영을 잘하고 있다.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힘든 경기가 될 것이다”라며 삼성화재를 경계한 신영석은 “하지만 우리의 것을 잘한다면, 그러면서 상대방의 공격을 방어까지 할 수 있다면 이번 경기 같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 경기를 이긴다면 우리가 2라운드를 가장 잘 치른 팀이 될 것이고, 그 기세를 3라운드로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기세 좋게 전의를 다졌다.

경기력과 정신력으로 찜찜한 징크스를 모두 털어낸 한국전력과 신영석의 상승세는 쉽게 꺾일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과연 신영석의 말처럼 한국전력은 삼성화재까지 꺾고 2라운드의 최강자로 떠오를 수 있을까. 28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질 경기가 기다려진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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