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제 손으로 끝내고 싶었어요” 정관장 막내 곽선옥의 두 번째 데뷔전 이야기

신탄진/김희수 / 기사승인 : 2024-02-26 09: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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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한 번 제대로 만져보지 못한 가짜 데뷔전을 치렀지만, 그날의 아쉬움을 진짜 데뷔전으로 말끔히 씻었다. 곽선옥이 두 번째 데뷔전을 자신의 날로 만들었다.

16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 정관장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경기는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경기가 됐다. 정관장의 신인 곽선옥이 그 주인공이다. 이날 곽선옥은 3세트 막바지에 이소영을 대신해 코트에 나서 경기를 끝내는 매치포인트 득점을 올렸고, 이는 그의 V-리그 통산 첫 득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기가 곽선옥의 데뷔전은 아니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29일 현대건설과의 1라운드 맞대결 2세트에서 무려 선발 출전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곽선옥은 공 한 번 제대로 만져보지 못한 채 2-1에서 정호영과 자리를 바꿨다. 곽선옥과 강다연을 정호영과 박은진 대신 선발로 투입한 뒤, 현대건설의 미들블로커 전-후위를 확인하고 정호영과 양효진을 확실히 전위에서 맞붙이고자 한 고희진 감독의 용병술로 인해 ‘가짜 데뷔전’이 만들어진 것이다.

다행히 16일의 두 번째 데뷔전으로 가짜 데뷔전의 아쉬움을 씻어내면서,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쌓은 곽선옥을 <더스파이크>가 신탄진에 위치한 정관장의 훈련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곽선옥과 가장 먼저 이야기를 나눈 주제는 두 번의 데뷔전이었다. 먼저 1라운드의 가짜 데뷔전에 대해 곽선옥은 “그냥 코트를 보면서 멍하니 있었는데, 갑자기 감독님이 저랑 (강)다연이를 부르시더니 ‘너네 들어간다’고 하시더라. 엄청 당황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다연이랑도 ‘우리 갑자기 뭐냐, 이렇게 데뷔하는 거냐’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미들블로커 스위치를 위한 전략의 일환인지는 전혀 몰랐다”고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준 곽선옥은 “자리가 미들블로커 자리더라. 미들블로커랑 교체를 해본 적도 한 번도 없어서, 정말 놀랐던 기억이 난다”며 가짜 데뷔전에 대한 회상을 끝냈다.

이어서 얼마 전 치러진 두 번째 데뷔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곽선옥은 “경기 전에 감독님께서 점수 차가 많이 벌어지면 신인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으니 준비를 잘 해보라고 하셨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부터 심장이 너무 빨리 뛰었고, 코트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엄청 긴장됐다”면서 긴장감이 맴돌던 순간들을 먼저 언급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기 직전, 곽선옥이 마침내 코트에 들어섰다. 그리고 경기를 끝내는 점수까지 책임졌다. “코트에 딱 들어가는 순간, 긴장이 설렘으로 바뀌었다. 많은 관중들 앞에서 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좋았다”고 씩씩하게 코트에 들어선 순간을 돌아본 곽선옥은 마지막 득점에 대해서는 “반격 과정에서의 하이 볼이었는데, 내가 무조건 경기를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를 악물고 때렸다. 그런데 점수가 났다”며 자랑스럽게 목소리를 높였다.

곽선옥의 동기인 이윤신‧김세빈‧신은지 등은 곽선옥보다 먼저 V-리그 무대에 발을 내딛었다. 곽선옥은 “(이)윤신이나 (김)세빈이, (신)은지랑 다 친하다. 그런데 그 친구들은 저보다 빨리, 또 많이 경기에 나섰다. 처음에는 엄청 부러웠고 ‘나는 언제쯤 저렇게 될까’하는 조바심도 있었다”며 코트에 나서지 못하던 때에 느꼈던 감정을 전달했다.

그런 곽선옥의 조바심을 가다듬어준 사람은 그의 어머니였다. 곽선옥은 “그렇게 조바심을 느끼다가 엄마랑 통화를 했었다. 엄마는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더 몸을 열심히 만들면서 준비해보자’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만 먹었다”며 어머니의 한 마디가 성공적인 두 번째 데뷔전이 찾아올 때까지의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임을 밝혔다.

이후 곽선옥과 조금 더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아마추어와 프로 무대의 가장 큰 차이를 묻자 곽선옥은 “일단 높이랑 파워가 다르다. 기교도 마찬가지다. 확실히 수준이 높은 느낌”이라는 대답을 들려줬다. 팀 합류 후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부분으로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꼽기도 했다. 곽선옥은 “고등학교 때는 웨이트를 많이 안 했다. 무게가 너무 무겁더라(웃음). 죽을 뻔 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곽선옥과 생사를 넘나드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함께 하면서 가장 많은 걸 느끼게 해준 선배는 이소영이었다. 곽선옥은 “팀에 처음 왔을 때 (이)소영 언니가 재활 중이었는데, 같이 웨이트를 하면서 너무 열심히 하고 또 잘 하신다고 느꼈다. 언니를 보면서 이곳은 열심히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자고 마음먹었다”며 이소영을 보며 느낀 것들을 전했다.

곽선옥에게 고 감독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봤다. “감독님이요?”라며 머쓱한 웃음을 지은 곽선옥은 “모든 선수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시는 분”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특별히 본인에게 많이 하는 말이 있냐는 질문에는 “음, ‘점프해라’, ‘자신 있게 해라’, ‘공 세게 때려라’(웃음)? 또 ‘엉덩이 집어넣어라’라고도 많이 하신다”는 솔직한 대답을 들려주기도 했다.


엉덩이를 집어넣으라는 피드백은 왜 나온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곽선옥은 “내가 다리가 좀 긴 편이다. 그리고 양쪽 무릎 다 수술 이력이 있어서 중심을 낮게 가져가기가 좀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감독님이 ‘엉덩이 집어넣어라’라고 많이 하신다”며 피드백의 이유를 소개했다. “너무 잔소리만 하시는 거 아니냐”는 농담 섞인 질문에는 “잔소리도 다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 해주시는 거다”라고 밝은 웃음과 함께 답하기도 했다.

끝으로 곽선옥은 앞으로의 목표와 팬들에게 전하는 인사를 전했다. “받는 것도, 때리는 것도 다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또 부족함 없이 팀의 한 자리를 잘 메우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운을 뗀 곽선옥은 “아직은 스무 살이니까(웃음), 조금 더 길게 지켜봐주셨으면 한다. 앞으로 코트에 들어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또 한 번 보여드리겠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는 인사를 산뜻한 미소와 함께 팬들에게 보냈다.

모든 것이 새롭고, 어려움도 있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조금씩 성장하며 극복하고 있다. 주변에는 배울 것들이 가득하고, 그것들을 가르쳐줄 선배들도 즐비하다. 새내기 곽선옥의 1년차가 다채로운 이야깃거리들로 채워져 가고 있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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