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한 선수들에게 당연한 결과” 트린지 감독이 가장 먼저 꺼낸 이름은 이한비

김천/이보미 / 기사승인 : 2024-02-24 12: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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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저축은행이 눈물의 1승을 거뒀다. 23연패 악몽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페퍼저축은행은 여자부 역대 최다 연패인 23연패에서 멈췄다. 23일 오후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6라운드 한국도로공사전에서 세트 스코어 0-2를 뒤집고 풀세트 접전 끝에 3-2(23-25, 24-26, 25-22, 27-25, 15-9) 신승을 거뒀다.

이날에는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 홀로 싸우지 않았다. 팀워크를 발휘하며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야스민, 이한비, 박정아, MJ 필립스가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고른 활약을 보인 것. 야스민과 이한비는 34, 20점을 터뜨렸고, 박정아와 필립스도 18, 11점을 기록했다. 결정적인 순간 수비 후 반격 과정이 매끄러웠다.

무려 24경기 만에 승수를 쌓았다. 한국도로공사전이 열린 날, 서울에서는 페퍼저축은행의 A선수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상벌위원회가 열리기도 했다. 선수단 분열까지 엎친데 덮친격이었다.

시즌 도중 ‘팀워크’를 강조했던 트린지 감독이다. 지난 20일 흥국생명전을 앞두고는 “프로 선수로서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한 팀으로 플레이를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상황이 어떻든 시즌을 잘 끝내는 것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좋은 신호가 나온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도로공사전에는 상벌위원회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일단 팀 내 갈등이 있었고 이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됐다. 현재 이를 해결하는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한다. 팀이 하나로 모이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고 밝혔다.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은 한국도로공사를 만나 코트 위에서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쉽게 득점을 내주지 않았고, 수비 이후에는 공격 득점을 챙기며 팀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야스민은 "쉽지 않은 시즌이다. 그동안 모두가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의미 있는 승리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좋은 순간을 느낄 수 있음에 무척 기쁘다"며 "오늘은 원팀으로 플레이를 했다. 계속 파이팅하자고 말하고 싶다. 남은 경기가 많지 않다. 같은 팀원으로 같은 코트에 설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좋은 순간,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인터뷰실을 찾은 트린지 감독 역시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가장 먼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시즌 내내 열심히 노력해왔기 때문에 오늘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연패가 지속되면서 오늘도 2세트를 내주고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다음 점수, 다음 플레이에 대해 집중하자고 얘기를 했다”면서 애써 차분하게 답했다.

팀워크에 대해서는 “이한비가 특출나게 잘 보여줬다. 아웃사이드 히터에서 리시브를 하는 아포짓 자리에 들어서면서 공격까지 했다. 쉬운 일이 아니다. 눈에 띄는 자리도 아니다. 하지만 불만을 갖지 않고 노력을 열심히 해줬다. 경기 초반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좋은 수비, 유효블로킹 등 경기를 잘 마칠 수 있었다. 모든 선수들이 하나가 된 모습을 보였다”며 리시빙 아포짓으로 뛴 이한비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한비는 올 시즌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인 20점을 올렸다. 모두 공격 득점이었다. 공격 점유율은 26.11%, 공격 효율은 41.46%로 높았다.

3라운드 이후 최근 2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2003년생의 프로 3년차 세터 박사랑 카드도 효과적이었다. 트린지 감독은 “박사랑도 토스웍에 있어서 올바른 결정을 내려줬다. 토스 위치가 흔들렸지만, 전반적으로 운영을 잘해줬다”고 평을 내렸다.




이한비, 박정아의 공격력이 살아나면서 야스민도 어깨의 짐을 덜었다. 트린지 감독은 “시즌 내내 두려움 없이 공격을 해야 한다고 말을 했다. 20점 이후에는 공을 넘겨주기 급급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20점 이후에도 두려움 없이 공격을 때리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수비형 아웃사이드 히터였던 채선아는 리베로 유니폼을 입고 4, 5라운드 꾸준히 중책을 맡았다. 트린지 감독은 “팀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 매번 훈련장에 들어와서 감독, 코치가 어떠한 지시를 햇을 때 정확하게 이행해주고 있다. 흥국생명전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칭찬했다.





트린지 감독에게도 의미있는 그리고 간절한 1승이었다. 그는 “경기는 감독, 코치가 아닌 선수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내가 열심히 해서 이긴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노력해준 선수들에게 당연한 결과라고 기억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페퍼저축은행은 웜업존에 위치한 선수들까지 파이팅을 외쳤고, 코트 위 선수들까지 똘똘 뭉쳤다. 마침내 2023년 11월 10일 GS칼텍스전 승리 이후 가까스로 시즌 3승을 신고했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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