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 괴롭힘 의혹을 받은 오지영에게 자격정지 1년 중징계가 내려졌다.
한국배구연맹(KOVO)는 27일 오전 9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KOVO 사무국에서 상벌위원회를 열었다. 약 4시간의 상벌위원회 종료 후 KOVO는 “상벌위원회는 이 같은 행위들은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이며 앞으로 프로스포츠에서 척결되어야 할 악습이므로, 다시는 유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재하기로 하여 선수인권보호위원회규정 제10조 제1항 제4호, 상벌규정 제10조 제1항 제1호 및 제5호, 상벌규정 별표1 징계 및 제재금 부과기준(일반) 제11조 제4하 및 제5항에 의거, 오지영 선수에게 1년 자격정지의 징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23일 KOVO는 “페퍼저축은행 A선수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개최했다”며 “상벌위원회에서는 A선수와 피해를 주장하는 선수들에게 소명 기회를 부여했으며, A선수와 일부 피해자 선수가 직접 참석해 소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상벌위원회는 선수들이 제출한 자료 및 소명을 통해 본 건을 면밀히 검토했다”고 밝혔다.
페퍼저축은행의 A선수가 후배 B, C선수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구단은 지난 15일 KOVO 선수고충처리센터를 통해 이를 신고했다. 하지만 이날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양 측의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인해 KOVO에서 추가 사실 관계 파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3일 상벌위원회와 마찬가지로 A선수와 후배 B선수가 27일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구단 관계자가 소명의 시간을 가졌다. 약 50분 뒤 취재진과 만난 이 관계자는 “상벌위에서 구단에 궁금한 것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했다. 질문 내용을 말할 수는 없다”면서 “상벌위에서 결론을 내기 전에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끝난 이후 말하겠다”고 밝혔다.
구단이 이 사건을 인지한 시점에 대해서는 “11월 임의해지 이후 어느정도 인지를 했고, 지속적으로 내부 조사를 했다”고 했지만, 2월 선수고충처리센터 신고에 “그 이유는 나중에 말하겠다. 그 과정에 대해서는 끝나고 소명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 가운데 조 트린지 감독과 결별도 예고됐다. 구단은 지난 23일 한국도로공사전이 끝난 뒤 트린지 감독을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사건과는 연관이 없다. 해임은 여러 가지 행정절차가 돼야할 수 있다”고만 전했다.
이어 A선수가 상벌위원회에 참석해 소명했다. 그로부터 약 1시간 30분 이후 A선수의 법률대리인이 취재진 앞에 섰다.
법률대리인은 “피진정인 선수가 진술할 수 있는 내용을 소명했다. 쟁점으로 잡고 있는 진정인1과 관련된 16가지, 진정인2와 관련되 6가지에 대해 사실 관계 자체를 부인하고 나왔다”면서 “인정하는 것은 1개다. 피진정인과 식사 도중 반찬을 옷에 묻힌 사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일방적으로 괴롭힌 것은 아니다. 진정인1이 먼저 한 것에 대해 인스타그램 사진 등을 통해 증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진정인 선수는 지난주 금요일 전까지 어떠한 내용으로 진정을 당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구체적 내용은 금요일에 알았다”며 ‘구단 내부 조사에 피진정인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냐’에 대한 질문에 “반영되지 않았다. 알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갈등의 발단에 대해서도 입장을 전했다. 법률대리인은 “이 사건은 본질은 선수 갈등 때문이 아니다. 발단의 원인은 외국인 감독 부임 이후 몇 달 뒤 감독이 선수들 정서와 감정을 이해하지 않고 선발 선수와 후보 선수를 분리한 다음, 후보 선수를 경기장에 데려가지 않은 데서 출발한다”면서 “후보 선수들이 숙소에 머물지 않고 이탈하는 것이 빈번하면서 주전, 후보 선수들 갈등이 수면 아래에서 계속 쌓였다”고 밝혔다.
이어 “진정인 선수 2명이 사전에 협의를 하고, 진정인1이 먼저 외출한 과정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전해들은 다른 선수들이 그 내용에 대해 부탁을 했음에도 외출한 부분에 대해 화가 나서 갈등이 불거졌다. 피진정인 포함 고참 선수들이 질의를 하다가 갈등이 불거졌고, 그 과정에서 견디지 못하고 진정인 선수들이 이탈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후 이장호 상벌위원장은 “페퍼저축은행 오지영 선수에 대해서 직장 내 괴롭힘 등 인권침해를 인정해서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결정했다”며 “피해 선수의 진술을 두 번 거쳐서 들었고, 오지영 선수 역시 충분히 들었다. 오늘 변호사 참여하에 진술을 들었다. 그 외 구단 사무국장도 참고인 진술을 했다. 동료 선수들 확인서도 제출이 돼있다. 서로 주장이 다른 부분이 있지만 종합해볼 때 인권침해라고 봤다”고 힘줘 말했다.
자격정지 1년 효력은 27일부터 시작된다. 단, 오지영 측에서 재심을 청구할 수도 있다.
사진_상암/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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