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에서 뛰었던 리베로 오지영이 후배 괴롭힘으로 인해 자격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7일 오전 9시 KOVO 사무국에서 2차 상벌위원회를 열었다. KOVO는 “페퍼저축은행 오지영 선수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2차 상벌위원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1차 상벌위원회에서 오지영과 후배 선수 1명이 직접 참석해 소명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양 측의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추가로 사실 관계 파악을 진행했다.
2차 상벌위원회에서는 페퍼저축은행 사무국장이 참고인 진술을 했고, 오지영은 변호사를 대동해 상벌위원회에 참석했다. 이후 후배 선수 1명도 소명의 시간을 가졌다.
결과적으로 오지영에게 자격정지 1년 중징계가 내려졌다. 상벌위원회는 “오지영 선수의 팀 동료에 대한 괴롭힘, 폭언 등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했다”며 “이 같은 행위들은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이며 앞으로 프로스포츠에서 척결돼야 할 악습이므로, 다시는 유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재하기로 해 선수인권보호위원회 규정 제10조 제1항 제4호, 상벌규정 제10조 제1항 제1호 및 제 5호, 상벌규정 별표1 징계 및 제재금 부과기준(일반) 제11조 제4항 및 제5항에 의거, 오지영 선수에게 1년 자격정지의 징계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취재진과 만난 이장호 상벌위원장은 “피해 선수, 오지영 선수의 진술을 두 번에 걸쳐 들었고, 구단 사무국장도 와서 참고인 진술을 했다. 동료 선수들 확인서도 제출이 돼있다. 비록 서로 주장이 다른 부분이 있지만 종합해볼 때 분명히 인권침해 사안이 된다고 봤다”고 밝혔다.
선수인권보호위원회규정 제10조에 따르면 ‘폭언, 그 밖에 폭력행위가 가벼운 경우’ 1개월 이상 1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 징계금이 주어진다.
상벌규정 제3장 제10조에 따라 ‘성범죄(성희롱 포함), 폭력, 음주운전, 불법약물, 도박, 승부조작, 인종차별, 과거에 발생한 학교폭력, 인권침해 등 행위와 관련하여 연맹 및 구단 소속 구성원 신분 획득 이후 피해자 및 관계자에 대한 회유, 협박, 조롱 기타 부적절한 대응 등 사회의 중대한 범죄행위 및 이에 준하는 사유로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로 인해 징계가 필요하다고 결정한 경우, 최고 제명의 징계까지 받을 수 있다.
이 위원장은 “규정에 보면 경고에서 제명까지 줄 수 있게 돼있다. 지금 사안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결정을 내린 것이다”고 전했다.
아울러 중징계 근거에 대해 “두 선수가 임의해지, 결국 구단을 나갔다는 것이다. 나가고 나서 확인을 해보니 오지영 선수의 괴롭힘 때문에 나간 것이라고 주장을 했고, 상당 부분 밝혀졌다”면서 “1년의 자격정지가 선수 나이로 봤을 때 어찌보면 제명에 준한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분위기 특히 스포츠, 좁히자면 배구계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는 것이 안타깝다. 후배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단의 책임에 대해서는 “구단의 책임을 묻는 단계까지는 아니었다. 작년 6월 이후 지속적으로 (괴롭힘이)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10월 말 두 선수가 떠나면서 구단이 세부적인 것까지 인지를 못한 것도 있다. 두 명이 나가면서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왔고, 동료 선수들도 불편했을 것이다. 사무국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밝혔다.
프로배구 나아가 프로스포츠에서도 화두가 될 만한 이슈다. 이 위원장은 “프로배구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징계는 처음이다. 프로배구에서는 처음이라 들었고, 다른 종목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며 “배구 뿐만 아니라 스포츠계에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구단, 기타 체육계에서도 인권에 대한 교육, 예방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오지영 측은 10일 이내에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
후배들의 형사 고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구타보다는 지속적인 불편함이었다. 피해 선수들에게는 거꾸로 자격정지 1년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형사적인 것까지 거론을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오지영 측의 주장은 이와 다르다. 상벌위원회 결과가 나오기 전에 만난 정민회 법률대리인은 “진정인1과 피진정인은 선배, 후배보다는 언니와 동생과 같은 자매 같은 관계로 보여지는 메시지 내역들이 있다. 정서적, 감정적으로 의존하면서 본인이 배울 부분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법률대리인에 따르면 오지영이 진정 내용에 대해 안 시점은 지난 1차 상벌위원회다. 법률대리인은 “지난 10월 사태가 발생하고, 2024년 1월에 피진정인이 (팀에서)배제됐다. 나름 피진정인이 대중 미디어에 많이 노출된 선수이고, 올림픽에서 성과를 거둬서 많은 인지도를 얻고 있는 선수다. 진정인 선수들이 어떤 이유와 동기로 진정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부분이 작용하지 않았나 의심이 든다. 자발적 의사에 기한 건지 구단의 자체 조사를 응하면서 진술을 했는지 파악이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페퍼저축은행은 상벌위원회 결과 이후 오지영과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사진_상암/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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