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페퍼저축은행을 구하기 위해 결국 이경수 감독대행이 다시 한 번 나서게 됐다.
페퍼저축은행과 IBK기업은행이 29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페퍼저축은행이 창단 이래 첫 연승에 도전하는 경기지만, 관심은 전혀 그런 부분에 쏠려 있지 않다.
직전 경기에서 극적인 리버스 스윕으로 마침내 23연패를 끊었지만, 페퍼저축은행의 팀 분위기는 연패가 이어지던 때 이상으로 좋지 않다. 우선 명확한 이유도 밝혀지지 않은 채 경기에 나서지 않던 오지영의 충격적인 결장 원인이 밝혀졌다. 직장 내 괴롭힘 의혹으로 인해 팀 플랜에서 배제돼 있었던 것.
그 내용으로 인해 한국배구연맹(KOVO) 상벌위원회에도 회부된 오지영은 자격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후 페퍼저축은행은 오지영과의 계약 해지를 결정했지만, 오지영은 상벌위원회 재심 청구는 물론 팀과의 법적 분쟁에도 뛰어들 결심인 것으로 알려져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27일에는 조 트린지 감독과 페퍼저축은행의 계약 해지 상호 합의 사실까지 전해졌다. 성적 부진에 선수단 관리 실패까지 감독의 책임 소재가 너무 큰 상황들이 이어진 탓이었다. 하지만 시즌은 다섯 경기가 남아 있기에, 누군가는 붕괴되고 있는 페퍼저축은행을 지탱하고 이끌어야 했다. 결국 그 역할을 맡게 된 사람은 이경수 수석코치였다. 지난 시즌에 이어 또 한 번 시즌 중도에 감독대행 역할을 수행하게 된 이 수석코치다.
경기 전 인터뷰실을 찾은 이 감독대행은 “힘들다(웃음). 어려운 직책을 또 다시 맡게 됐다. 게다가 지난 시즌과는 또 다르다. 그 때는 그래도 2라운드부터 스물여섯 경기를 치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시즌이 마무리되는 단계에 갑자기 나의 일을 해야 한다. 어려움이 크다”며 두 번째로 소방수가 된 심경을 솔직히 전했다.
직장 내 괴롭힘 사태에 대해 코칭스태프들이 사전에 파악한 사실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이 대행은 “그건 저를 포함한 코칭스태프들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사안의 특성상 사전에 저희가 인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된 뒤 트린지 감독이 먼저 전달을 받았고, 그 다음이 코칭스태프들이었다”며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게 된 경위를 밝혔다.
이 대행은 “현재의 상황에 선수들은 당연히 동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 트린지 감독에게 의지하던 부분이 더 클테니 동요의 정도가 더 심할 것이다”라며 선수들의 고충을 이해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지만 우리는 프로다. 시즌의 마무리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에게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자는 이야기를 전했다”며 프로답게 해야 할 일을 해보자는 의지를 선수들과 공유했음을 전했다.
이번 경기를 준비하는 방식 역시 마찬가지다. 이 대행과 선수들은 프로답게 그간 해왔던 것들을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준비했다. 내가 감독대행이 됐다고 해서 전술 같은 부분을 갑자기 바꿀 생각은 없다. 우리가 하던 것들을 최대한 더 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준비했다. 한국도로공사전에서 보여드렸던 시스템 안에서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경기 준비의 방향성을 소개했다.
지난 시즌보다도 높은 난이도의 과제를 받아든 이 대행의 첫 경기는 어떻게 흘러갈까. 그의 말대로 프로답게,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페퍼저축은행이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사진_광주/김희수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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