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이 코트 중앙에 철벽을 세웠다. 그 비결은 철저한 분석이었다.
1999년생의 리그 3년차 미들블로커 이상현의 이번 시즌이 심상치 않다. 시즌 초반에는 웜업존에서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던 이상현은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려가더니 어느새 박진우의 파트너 자리를 확실히 꿰차며 팀의 주전 미들블로커로 발돋움했다. 그는 201cm의 다부진 피지컬과 날카로운 공격력을 한껏 살리며 우리카드의 고공 행진에 기여하고 있다.
22일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KB손해보험과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5라운드 맞대결에서도 이상현은 맹활약을 펼쳤다. 5개의 블로킹과 3개의 유효 블록을 잡아내며 중앙에 철벽을 세웠다. 이상현의 좋은 활약 속에 우리카드는 KB손해보험을 세트스코어 3-0(25-14, 25-18, 25-20)으로 완파하고 5라운드를 선두 자리에서 마쳤다.
경기 후 이상현이 인터뷰실을 찾았다. 그는 “5라운드의 마지막 경기에서 이기면서 다시 1위로 올라섰다. 너무 기쁘고, 준비한대로 좋은 경기를 치른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승리 소감을 가장 먼저 전했다.
이날 경기는 우리카드의 새로운 외국인 선수 아르템 수쉬코(등록명 아르템)의 첫 경기이기도 했다. 이상현은 “아르템과 함께 치르는 첫 경기였는데, 아르템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동료들과 함께 잘 마련한 경기인 것 같아 좋다. 아르템에게 첫 경기를 잘 마친 것에 대한 축하를 전한다”며 떨리는 첫 경기를 마친 아르템을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직 아르템이 팀에 합류한 지 긴 시간이 흐르지는 않았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르템과 호흡하고 있는 이상현은 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착하면서도 약간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아우라를 뿜는 것 같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운을 뗀 이상현은 “그런데 팀에 온지 얼마 안 돼서 적응하기도 쉽지 않을 상황에서 우리를 오히려 리드했다.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이런 말들도 많이 한다. 코트 안팎에서 모두 멋있는 모습을 보이는 선수 같다”며 새 친구 아르템을 칭찬했다.
이어서 이상현의 경기 내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이상현은 5개의 블로킹을 잡아냈다. 특히 중앙에서 우상조와 전위 맞대결을 펼칠 때 좋은 장면들을 많이 만들었다. 우상조가 5라운드 들어 KB손해보험의 쏠쏠한 공격 옵션으로 떠오른 선수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상현의 우상조 봉쇄는 팀적으로 꼭 필요한 플레이였다.
이상현이 밝힌 우상조 봉쇄의 핵심 비결은 분석이었다. 그는 “경기 분석을 할 때 상대의 로테이션에 따른 속공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철저히 체크한다. 또 어떤 유형의 속공이 많이 들어오는지, 또 속공수들이 어떤 코스를 선호하는지도 분석하고 철저한 준비를 한다”며 분석이 블로킹의 토대였음을 밝혔다.
여기에 신영철 감독이 늘 강조하는 부분에 집중한 것도 큰 힘이 됐다. “속공을 막기 위한 맨투맨을 완벽하게 붙을 생각은 아니었다”고 밝힌 이상현은 “대신 속공이 보일 때 리딩 블록을 들어가려고 했는데, 감독님께서 ‘손만 빨리 들면 리딩이어도 얼마든지 속공을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셔서 그 부분에 집중했다”며 신 감독의 지시사항을 잘 이행하려고 했음을 전했다.
그러나 이상현은 아쉬운 마음도 표했다. 그는 “나름 생각한대로 잘 된 것 같기는 하다”라면서도, “조금 더 많은 속공을 막아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며 더 발전하기 위한 약간의 아쉬움을 남겨뒀다.
이제 우리카드와 이상현은 단 6경기의 정규리그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매 경기가 결승전이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시기다. 이상현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순위 싸움이 치열하기 때문에 남은 여섯 경기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상현은 “지금 연습 분위기는 매우 좋고, 경기에서도 흐름이 괜찮은 것 같다. 자만하지 않고, 누굴 만나든 도전자의 마음을 갖고 경기에 임한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팀의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겸손함을 잃지 않은 채 전의를 불태웠다.
철저히 상대를 분석하고 준비한 이상현의 노력은 이날 경기에서 5개의 블로킹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다. 그는 자신과 팀원들 모두가 간절하게 원하는, 우승이라는 가장 완벽한 결실을 맺기 위해 최후의 일전을 또 한 번 철저히 준비할 참이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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