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감독은 인터뷰 내내 헛웃음을 지었다. 1점이라도 승점을 따냈다는 약간의 안도감과 기형적이었던 경기 양상에 대한 어이없음이 섞인 헛웃음이었다.
한국도로공사가 2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경기에서 GS칼텍스에 세트스코어 2-3(19-25, 23-25, 25-23, 25-23, 10-15)으로 패했다.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가 팀 내 최다인 35점을 올렸고, 배유나가 17점을 거들었지만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타나차 쑥솟(등록명 타나차)-문정원-전새얀이 나란히 공격 성공률 30%를 밑돌면서 누구도 확실한 옵션으로 활약하지 못한 것이 특히 뼈아팠다.
이날 이윤정은 경기 초반에는 과할 정도로 부키리치를 아끼다가 4세트부터는 반대로 부키리치만 바라보는 극과 극의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김종민 감독은 “이윤정이 경기 초반에 자꾸 엉뚱한 데로 패스를 했다. 1세트도 우리가 유리하게 끌고 가고 있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볼 분배가 엉뚱하게 이뤄지면서 경기가 어려워졌고, 2세트도 이윤정의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있는지를 알 수 없었다(웃음). 얘기를 좀 나눠봐야 할 것 같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김 감독은 조금 더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리시브가 잘 된 상황에서는 중앙을 먼저 활용하면서 경기를 풀어 가면 좋다. 그런데 이번 경기는 상대가 그 패턴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반대로 갔어야 했는데, 이윤정이 정석대로 가버렸다. 어차피 보이는 패스를 해야 한다면 부키리치에게 가면서, 빠르게 갈 때만 반대 쪽 옵션을 썼다면 나은 경기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는 이야기를 추가로 들려줬다.
어찌저찌 완성되는 듯 싶었던 날개 공격수 조합이 다시 원 상태로 돌아가버린 부분 역시 김 감독의 걱정거리다. 김 감독은 “어떻게든 상황에 맞게 선수들을 돌려가면서 활용하고 있다. 다만 부키리치가 확실히 아포짓에서 잘 때리기 때문에 선수 구성이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한편 GS칼텍스는 간신히 리버스 스윕 패배를 면하며 승점 2점을 챙겼다. 에이스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가 56.06%의 공격 성공률로 38점을 퍼부었고 강소휘와 유서연도 35점을 합작하며 힘을 보탰다. 김지원은 5개의 블로킹과 2개의 서브 득점을 기록하며 또 하나의 득점 루트로 활약했다. 다만 아쉬웠던 3-4세트 후반부의 집중력은 숙제로 남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인터뷰실로 들어온 차상현 감독은 “우선 이겨서 다행이다. 그리고 이 팀을 네 번이나 더 만나야 한다는 게 참 별로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차 감독은 “사실 이번 경기는 3세트 중후반에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방심을 한 게 아니었다. 리듬 상 셧아웃 승리를 거두는 리듬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분위기가 넘어가는 걸 보면 한국도로공사전에서 유독 이상하게 말리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만약 졌다면 타격이 엄청났을 경기다. 왜 이런 경기가 계속되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한국도로공사전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날 5세트에 경기를 지배하며 에이스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준 실바에 대해 차상현 감독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까지 실바에 대한 만족도는 100%다. 실바가 있기에 지금 우리 팀이 이런 위치에 있을 수 있다”며 실바를 칭찬했다. 차 감독은 “실바는 앞으로의 몸 관리가 핵심이다. 다만 본인이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며 실바의 컨디션 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도 함께 드러냈다.
승장도, 패장도 경기 내용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 깊어지는 경기였다. 두 팀의 남은 네 차례 대결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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