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의 포지션 이동부터 박승수-박원빈-이민규의 투입 이유까지, 오기노 감독이 4세트에 구사한 용병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친절하게 들려줬다.
OK금융그룹이 17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을 세트스코어 3-2(18-25, 25-20, 21-25, 26-24, 15-9)로 꺾었다.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는 아웃사이드 히터와 아포짓을 오가며 24점을 터뜨렸고, 바야르사이한 밧수(등록명 바야르사이한)는 5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중앙에 철벽을 세웠다. 4세트 도중 투입된 이민규도 노련함을 발휘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경기 후 익살스럽게 한숨을 내뱉으며 인터뷰실을 찾은 오기노 마사지 감독은 “교체 투입된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해줬다. 이번 경기는 우리팀의 뎁스가 한층 더 두터워지는 계기인 것 같다”며 교체로 들어간 선수들에게 칭찬을 건넸다.
오기노 감독에게 4세트부터 가동된 용병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그는 “우선 레오의 포지션을 아포짓으로 이동시킨 것은 리시브 부담을 덜어주고 공격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레오가 그 동안 아포짓으로도 많은 준비를 해왔기에 가능한 변화였다”라며 레오의 자리를 아포짓으로 옮긴 이유를 먼저 설명했다.
오기노 감독은 박원빈과 박승수를 4세트 선발로 투입하고, 이민규를 4세트 초반부터 교체 투입한 이유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그는 “3세트까지 우리 팀의 블록이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에 블록 주도권을 뺏어오고자 박원빈을 투입했고, 박승수의 경우 오버핸드 리시브에 강점이 있는 선수라서 투입했다. 공격에서도 나름 잘 해줬다”고 박원빈과 박승수의 투입 이유를 먼저 설명했다. 이민규에 대해서는 “경험치가 많은 선수고, 투입된 뒤 지시한 사항을 잘 이행해줬다”며 흐름을 바꾸기 위해 베테랑 이민규 카드를 선택했음을 밝혔다.
이날 OK금융그룹은 바야르사이한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속공 위주의 플레이를 시도했다. 반면 경기 초중반까지 후위공격으로는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오기노 감독은 “속공을 많이 써야 한다고, 적어도 4개의 공격 중 1개는 속공으로 써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주문을 하긴 했다. 다만 아흐메드 이크바이리(등록명 아흐메드)가 전위일 때는 속공이 걸릴 위험이 있으니 그걸 유의하라고도 전했다. 후위공격의 퀄리티는 앞으로도 계속 끌어올려야 할 부분”이라고 지시사항에 대해 설명한 뒤 “이민규가 지시사항을 잘 이행해줬다”며 또 한 번 이민규를 칭찬했다.
변화를 통해 승리를 챙긴 이번 경기의 라인업이 다음 경기의 선발 명단에도 영향을 미칠지 묻자 오기노 감독은 미소를 지으며 “이번 경기는 그냥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웃음). 배구는 세트 스포츠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할 때 변화를 줬던 것이다”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어서 그는 “우리는 무척 다양한 공격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상황에 맞게 좋은 쪽으로 옵션을 사용할 것이다. 또한 경기를 어떻게든 이기기 위한 도전자 정신도 계속 유지할 것이다”는 말을 남기며 인터뷰실을 떠났다.
한편 현대캐피탈은 연패에 빠졌다. 5세트 초반 아흐메드의 공격력이 떨어지면서 순식간에 상대에 분위기를 넘겨준 것이 치명적이었다. 범실 관리에서도 33-30으로 OK금융그룹에 비해 비효율적인 모습을 보였고, 블로킹 싸움에서도 7-11로 밀리며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최 감독은 4세트 20점대 이후 레오에게 연달아 백어택을 내주며 경기가 넘어간 부분에서 현대캐피탈 선수들의 플레이에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단호한 목소리로 “그 당시 우리의 플레이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상대가 잘했을 뿐이다. 그런 부분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전혀 아쉬움이 없음을 밝혔다.
3세트부터 선발로 나선 차영석이 가벼운 몸놀림으로 6점을 올린 것은 패배 속에서도 긍정적인 요소였다. 최 감독 역시 “오랜만에 코트에 나섰는데, 몸 관리를 잘 해놓은 것 같다”며 차영석을 칭찬하면서 인터뷰실을 빠져나갔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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