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숨가쁘게 달려왔던 2016~2017 V-리그도 어느새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27일 3라운드 마지막 경기까지 소화하며 전반기를 마무리한 것. 시즌 전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던 각 구단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어떤 팀은 함박웃음을 또 어떤 팀은 울상을 지었다. 후반기 돌입에 앞서 각 팀들의 전반기를 뒤돌아봤다. 이번 편은 여자부다.
1위 흥국생명
지난 시즌 흥국생명은 5년 만에 진출한 봄 배구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아쉬움과 함께 시즌을 접어야 했다. 이에 비시즌 동안 절치부심했다. 여기에 드래프트에서 최대어로 손꼽혔던 러브를 품에 안았다. 미디어데이 당시 박미희 감독은 우승이라는 목표를 숨기지 않았다.
허황된 꿈은 아니다. 현재 1위에 올라 있는 건 바로 흥국생명. 승점 32점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하며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흥국생명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건 역시나 러브와 이재영, 두 쌍포. 러브와 이재영은 각각 득점 3위(375득점)와 6위(249득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공격 종합에서도 러브가 4위(36.07%), 이재영이 6위(34.3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나 이재영은 올 시즌 한층 더 성장했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 리시브 점유율 42.2%를 가져가며 성공률 45.15%를 기록하고 있다. 세트 당 4.02개를 받아내며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중앙에서는 김수지가 힘을 불어넣고 있다. 속공 2위, 이동 공격 1위, 블로킹 4위 등 센터포지션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팀이 상승곡선을 그리는데 한 몫 거들었다.
박미희 감독은 한 때 “꾸준히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경기에서 지더라도 무기력하게 지는 것과 분위기를 한 번이라도 타는 것은 전혀 다르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고민들을 한시름 덜었다. 지난 24일 열렸던 GS칼텍스전에서 리드를 내줬지만 이를 뒤집으며 3-0의 완승을 거둔 흥국생명이다.
박미희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 경기장이 꽉 찬 느낌이었다. 한 팀이 된 것처럼 보여 빈자리가 작아 보였다"라고 말했다.
기분 좋게 전반기를 마무리 한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체력적으로 선수들이 힘들어 하니 체력을 끌어올리며 후반기를 준비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2위 현대건설
지난 시즌 챔피언 자리에 오르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현대건설. 하지만 타 팀들과 달리 비시즌 전력보강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걱정은 없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비와 리시브에서 공헌도가 컸던 에밀리를 붙잡았고 양효진도 팀에 남았다. 전력 상승 요소는 없었지만 챔피언의 저력을 가지고 있는 현대건설의 강세는 쉽게 예상 되는 바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사정은 달랐다. 1라운드 3승 2패로 시작을 알린 현대건설은 2라운드 2승 3패로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3라운드 5승을 거두며 어느새 2위로 우뚝 올라선 현대건설이다.수비형 윙스파이커에 가까웠던 에밀리가 공격에 앞장서고 있는 가운데 황연주와 김세영, 양효진 등이 힘을 보태고 있다.
사실 양효진의 몸상태는 100%가 아니다. 이에 따라 득점 역시 하락했다. 지난 시즌 16.6%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51,1%의 성공률을 기록했던 양효진이지만 올 시즌에는 15.3%의 점유율과 40.4%의 성공률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블로킹에서는 여전히 최강자로서 군림하고 있다. 세트 당 0.964개를 가로막으며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황연주와 한유미도 베테랑으로서 굳건히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황연주는 득점 8위(218득점), 공격 종합 9위(38.26%)에 안착해 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기복이 줄어든 모습. 양철호 감독은 “황연주가 올시즌에는 기복이 없어지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유미는 정미선이 빠진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다.
불안요소는 있다. 교체선수가 마땅치 않다. 황연주가 부진할 때는 루키 변명진이 아닌 세터 이다영이 공격수로 변신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양효진이 어깨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대체할 만한 자원이 없다. 김세영 외에는 센터가 정다은 한 명뿐이기 때문이다. 부상선수가 발생하면 곧바로 비상등이 켜지는 현대건설이다.
3위 IBK기업은행
미디어데이 당시 모든 팀들이 가장 경계해야할 팀으로 IBK기업은행을 꼽았다. 그랬다. 적어도 12월 4일까지 살펴본다면 역시 IBK기업은행이구나 고개가 끄덕여졌다. 선두 자리를 지키며 자존심을 세웠다.
IBK기업은행의 장점은 김희진-박정아-리쉘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였다. 사실 세 선수가 같이 활약한 적은 드물지만 어느 누가 부진해도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는 점은 이 팀이 가진 최대 강점이었다. 그렇게 IBK기업은행은 탄탄대로를 걷는 듯 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좋지 않다. 3라운드 급격히 흔들리며 1승을 올리는데 그쳤다. 박정아와 김희진이 부진하며 그 사이 3위로 추락했다. 4연패를 떠안았다.
이정철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떨어져 있다. (박)정아는 연습 때 컨디션이 올라와서 기대는 했지만 아쉽다. 모든 선수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지쳐있다”라고 진단했다. 덧붙여 “나부터 급해지면 안 될 것 같다. 돌아가는 심정으로 여유를 가져야 할 것 같다”라며 “꼭짓점을 보고 가는 것보다는 단계를 거치면서 돌아가는 전력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전반기는 다소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 든 IBK기업은행. 과연 후반기 다시 부활의 신호탄을 쏘며 선두경쟁에 뛰어들 수 있을지 주목 된다.
4위 KGC인삼공사
최근 두 시즌동안 최하위에 그쳤던 KGC인삼공사. 올 시즌 선전은 그저 놀랍기만 하다. 지난 시즌 7승에 머물렀지만 올 시즌에는 전반기 이미 7승에 도달했다. 이에 힘입어 당당히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KGC인삼공사는 서남원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지휘봉을 잡은 서남원 감독은 비시즌 분위기를 바꾸는데 주력했다.
“두 시즌을 최하위에 있다 보니 선수들의 표정도 어둡고 스스로 위축되는 모습들이 있었다. 경기를 하다보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데 일단은 긍정적인 마인드로 패배의식을 털어버리고 밝게, 신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설령 그것이 쉽지 않다고 하더라도 우리 스스로 무너지거나 위축돼서 경기를 그르치는 것 없이 밝고 신나는 분위기를 가져갔으면 했다.” 서남원 감독 말이다.
선수들이 달라졌다. 패배의식을 떨쳐냈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세터 한수지가 센터로 센터였던 장영은은 레프트로 변신했다. 그간 원포인트 서버나 리베로로 코트를 밟았던 최수빈은 주전 레프트로 발돋움했다.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모두 예년보다 기록적인 면에서 한층 올라섰다. 여기에 사만다미들본을 대신해 대체 선수로 영입한 알레나는 넝쿨째 굴러온 복덩이였다. 김해란이 뒤를 받쳐주자 순위도 성큼 뛰어 올랐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상위권 팀들을 격파하기도 했지만 예상치 못 한 반격에 주춤하기도 했다. 상대 서브의 주요 타깃이 되는 레프트 한 자리에서 리시브를 견뎌주지 못 했다. 그런 날엔 공격까지 하염없이 무너졌다. 후반기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위기를 극복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5위 GS칼텍스
이선구 감독이 지난 달 30일 현대건설전을 마지막으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왔던 그가 결국 자진 사임을 선택했다.
올 시즌 GS칼텍스는 하위권을 전전했다. 우선 범실이 너무 많았다. 득점은 어렵게 하는데 실점은 쉽게 하니 승리를 챙기기 힘들었다. GS칼텍스는 15경기 동안 296개의 범실을 쏟아냈다. 이는 6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 참고로 KGC인삼공사가 230개로 가장 적었다.
세터와 공격수간 호흡도 거칠었다. 주전 세터 이나연이 발목 부상으로 이탈하며 정지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한송이-정다운이 버티고 있는 센터진도 아쉬움을 삼켰다. GS칼텍스는 6개 팀 가운데 속공 5위, 블로킹 5위에 그쳤다. 결국 레프트 표승주가 다시 중앙으로 이동했다.
사령탑을 잃은 GS칼텍스는 지난 12월 8일 차상현 감독을 12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데뷔전이었던 현대건설전에서 1-3의 패배를 맛봤지만 두 번째 경기였던 도로공사전에서는 깔끔한 3-0의 완승을 챙겼다.
차상현 감독은 ‘소통’을 강조했다.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하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 소통을 통해 선수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파악해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
이어 “내 리더십을 스스로 이름 짓자면 솔선수범 리더십이라 하고 싶다. 선수들과 팀을 위해 먼저 희생하고, 선수들 입장에서 생각하며 언제든 열려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라고 전했다. 과연 GS칼텍스가 후반기 차상현 감독과 함께 비상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6위 한국도로공사
도로공사의 전반기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개막전에서 IBK기업은행을 꺾을 때만 해도 기대감을 높였다. FA로 영입한 배유나도 존재감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하지만 그 때뿐이었다. 외국인 선수 브라이언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3경기를 소화하며 134득점에 그쳤다. 15.2%의 점유율을 가져가며 성공률은 35.1%였다. 득점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외국인 선수는 그가 유일했다. 같은 팀 배유나(득점 10위)보다도 떨어졌다.
한 방을 해 줄 해결사가 부재하자 팀도 침체에 빠졌다. 연패는 쌓이고 쌓여 어느새 9연패에 이르렀다. 그 사이 왕따설도 제기됐다. 선수들이 해명했지만 도로공사를 향한 눈초리는 싸늘하기만 했다. 늘어나는 패배와 함께 마음고생도 심해졌다. 가까스로 지난 12월 11일 IBK기업은행을 꺾으며 어두웠던 터널에서 빠져나온 도로공사다.
분위기 반전 여지는 있다. 도로공사는 12월 19일 브라이언을 대신해 힐러리 헐리 영입을 발표했다. 헐리는 핀란드 리그에서 뛰던 도중 도로공사 요청을 받고 V-리그에 합류했다.
데뷔전은 14득점(성공률 38.70%)을 기록하며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폭발시켰다. 37득점(성공률 46.37%)을 올리며 팀에 승리를 선물했다. 이에 힘입어 도로공사가 4승을 손에 넣었다.
전반기 유난히 부침이 많았던 도로공사. 헐리를 새롭게 영입한 만큼 후반기에는 하이패스를 통과할 수 있을까.
사진_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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