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자란 이재영, 우승과 함께 꽃피우다

정고은 / 기사승인 : 2017-03-07 1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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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인천/정고은 기자] 입단 3년차, 팀의 어엿한 중심이 된 이재영이 드디어 첫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4~2015시즌 프로무대에 혜성같이 등장한 이재영. 입단 두 번째 시즌 만에 팀 에이스로 거듭났다. 그의 활약 속에 흥국생명도 5년 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아쉬움은 있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전에서 현대건설에 맥없이 시리즈 전적 2패로 무너졌다.



그렇게 다음을 기약했던 흥국생명. 올 시즌 한층 강해진 모습으로 선두권 경쟁에 뛰어들며 우승이라는 목표가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흥국생명 정규리그 우승에 이재영 활약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올 시즌 공수에서 그의 존재감은 더욱 빛났다. 득점 6위, 공격 종합 8위, 오픈 6위, 시간차 2위 등 각종 공격지표뿐만 아니라 리시브 1위에 이어 수비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의 성장과 함께 팀도 9년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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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이재영과 함께 웃다
2016~2017 V-리그 개막을 앞두고 가진 미디어데이. 박미희 감독은 우승이 목표라고 했다. “올해는 봄 배구보다는 우승이라는 큰 목표를 가지고 시작하려고 한다. 비시즌 흘린 땀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리라 생각 한다. 좋은 경기력으로 우승을 향해 뛰겠다.”


믿는 구석은 있었다.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최대어라 평가 받았던 러브가 합류했다. 지난 시즌 이재영 홀로 분전했던 아쉬움이 컸던 만큼 그와 함께 공격을 책임질 든든한 파트너를 얻었다. 여기에 이재영도 리우올림픽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다. 흥국생명은 이재영과 러브라는 쌍포와 함께 대권경쟁에 뛰어들었다.


위력은 생각보다 강했다. 두 쌍포의 거침없는 화력에 흥국생명은 시즌 초반 IBK기업은행에 이어 2위 자리에 안착, 호시탐탐 선두 탈환을 꿈꿨다. 이재영은 2라운드 MVP에 선정되는 등 팀 상승세를 이끌어나가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3라운드, 흥국생명은 1위로 올라섰다. 기세는 꺾일 줄 몰랐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경쟁상대들을 제치고 순위표 첫 째 자리를 사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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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과 확신’, 이재영의 힘
올 시즌 이재영 성장은 눈부셨다. 지난 시즌보다 기록적인 면에서 상승곡선을 그렸다. 2015~2016시즌 33.9%였던 공격 성공률을 37%로 끌어올렸다. 리시브에서도 마찬가지. 38.5%였던 점유율이 39.9%로 늘어났지만 성공률은 오히려 43.67%에서 45.97%로 치솟았다.


단지 기록상으로만은 아니다. 그가 에이스라고 불리는 이유. 바로 승부처에서 해준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재영 손끝에서 희비가 갈렸던 적도 있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이 더 강하게 만들었다. “볼이 올라오면 득점을 할 수 있다는 나에 대한 확신이 있다. 승부처에서도 부담이나 불안은 없다. 나를 믿고 자신감으로 하고 있다.” 이재영의 말이다.


박미희 감독도 이재영의 에이스 기질을 인정했다. 여기에 하나 더 그의 자세를 높이 평가했다. 피해가지 않는 다는 것. “재영이가 좀 더 공격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려고 리시브 부담을 덜어주려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본인이 받겠다고 했다. 아무래도 흐름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맡겼다. 피해갈 수도 있는데 본인이 하겠다고 하는 걸 보면 욕심이 아니라 자신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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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통, 우승 되어 돌아오다
그렇게 잘 나갈 것만 같았던 그지만 위기는 있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둔 지난 1월 20일. 도로공사와 1세트를 하던 도중 왼쪽 발목 부상으로 쓰러졌다. 검사 결과 발목 인대 손상이라는 진단을 받아 들었다. 다행인 건 뼈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 재활에 돌입했다.


그리고 다음 경기였던 1월 28일 KGC인삼공사전에서 복귀를 알렸다. 부상선수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은 활약이었다. 21득점(공격 성공률 42.85%)으로 펄펄 날았다. 이는 팀 내 최다 득점이기도 했다.


한 인터뷰에서 이재영은 "작년 플레이오프에서 지고 많이 울었다. 후회가 남았다. 이번 시즌에는 후회 없이 하는 것이 목표다. 무조건 우승 하겠다"라고 말했다. 후회 없는 시즌을 위해 이재영은 힘차게 달렸다.


물론 힘들 때도 있었다. 올해 3년차를 보내고 있는 이재영. 하지만 그의 어깨엔 무거운 책임감이 얹어져 있다. 이재영도 “솔직히 정말 많이 힘들었다”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 경기를 펼쳤던 그는 바람대로 7일 KGC인삼공사를 물리치고 그토록 염원했던 우승이라는 선물을 받아 들었다.

이재영은 “지난 시즌은 아쉽게도 플레이오프에서 시즌을 마감했다. 지금은 그냥 너무 좋다. 그 생각밖에 없다”라고 감격의 소감을 전했다.


박미희 감독은 이재영에 대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자기 운명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스스로 목표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랬다. 이재영. 그는 올 시즌 자신을 채찍질하며 하루하루 성장해나갔고 그 끝에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맺었다.


사진_신승규 기자, 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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