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최원영 기자] 올해 한국 나이로 34세다. 리베로 김해란은 아직도 가슴 한 켠에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다.
지난 6월 7일, 홍성진 감독을 필두로 2017 월드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대표팀이 소집됐다. 14명의 선수 중 맏언니는 리베로 김해란 몫이었다. 16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그는 특유의 덤덤한 표정으로 훈련하고, 인터뷰에 응했으며 후배들에게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2016 리우올림픽이 본인에게 마지막 대표팀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선수 생활을 연장하며 한 번 더 발탁된 소감을 묻자 “지금까지 불러주신다는 게 정말 감사하다. 자부심도 느낀다. 하지만 잘하는 후배들이 많은데 내가 굳이 앞길을 막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만큼 열심히 할 것이다”라며 조심스러워했다.
오랫동안 실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법으로는 “내가 워낙 고지식하다. 놀지를 못 한다. 외출이나 외박을 받아도 무조건 집에 가서 휴식을 취한다. 원래 군것질을 즐겼는데 남편(조성원 씨. 축구선수 출신으로 현 관동대 코치)이 프로선수면 자제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밥을 잘 챙겨먹으려고 한다”라며 웃어 보였다.
이번 대표팀에는 김연경, 김희진, 양효진, 박정아 등 기존 주축 멤버들이 대거 포함됐다. 여기에 리베로 김연견, 세터 이소라, 센터 한수지, 라이트 김미연 등이 합류했다. 본래 강소휘도 이름을 올렸으나 위벽 종양 수술로 인해 황민경이 그를 대신했다. 주전 세터였던 이효희가 자리를 비워 세터 염혜선 역할이 커졌다.
이에 관해 김해란은 “감독께서 2020 도쿄올림픽까지 염두에 두고 계신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이 지금부터라도 경험을 쌓고 실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부족한 면도 있겠지만 차근차근 좋아질 거라 믿는다. 가능성은 충분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김해란 본인도 도쿄올림픽을 바라보고 있을까. 그는 “올림픽이라는 무대에 또 가면 좋겠지만 그때 내 나이가 37세 정도 된다. 내가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모르겠다. 아마 어려울 것 같다”라고 답했다.
(아직 유니폼이 나오지 않아 공윤희 옷을 빌려 입고 촬영을 진행했다.)
한편 비시즌 김해란은 FA 이적을 결정했다. 2002년부터 2015년까지 도로공사에서 뛰던 그는 리베로 임명옥과 트레이드로 KGC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2016~2017시즌이 끝난 뒤 흥국생명으로 둥지를 옮겼다.
흥국생명은 기존 한지현, 김혜선, 도수빈에 이적생 김해란과 보상선수로 온 남지연(전 IBK기업은행)까지 리베로만 5명이 됐다. 김해란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생각이 많았다. 지연 언니와 같은 팀이 됐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라며 운을 띄웠다.
그는 “다음 시즌 내가 주장을 맡을 듯 하다. 박미희 감독께서도 지연 언니에게 그 이야기를 하신 것 같다. 언니가 내게 ‘나는 항상 널 도와줄 거고, 너에게 힘을 실어줄 거다. 같이 팀을 잘 이끌어보자’라고 했다. 좋은 동반자가 생긴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리베로 동생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런데 후배들이 먼저 다가와 ‘언니들을 보며 더 배우고 성장하고 싶어요’라고 하더라. 긍정적으로 생각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주위에서 여러 이야기가 들렸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다들 서로 도와주려는 분위기다. 선수들이 정말 착하다”라며 힘줘 말했다.
흥국생명을 자신의 마지막 팀이라 표현한 김해란은 “여태껏 정규리그 우승은 해봤지만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못 해봤다. 이번에 IBK기업은행 (김)사니 언니가 챔피언에 오른 후 코트를 떠나는 게 너무 멋져 보였다. 나도 챔프전 우승하고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라고 목표를 밝혔다.
그는 “팬 분들 응원이 정말 큰 힘이 된다. 국가대표 김해란과 흥국생명 김해란 모두 지금처럼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라며 말을 마쳤다.
사진/ 유용우 기자
(자세한 내용은 더스파이크 7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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