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많은 것이 변했다. 하지만 박미희 감독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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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9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쥐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던 흥국생명. 하지만 그 눈물은 아쉬움이 되어 돌아왔다. 챔피언결정전에서 IBK기업은행에게 무릎을 꿇은 것.
비시즌 변화를 맞았다. 김해란과 남지연이라는 국가대표 리베로를 품에 안으며 뒷문을 굳게 걸어 잠그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중앙을 든든히 책임지던 김수지가 팀을 떠났다.
박미희 감독은 “끈끈한 배구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얻었지만 다가오는 시즌 높이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놓여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높이가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겠지만 좋은 환경에서만 배구를 할 수는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또 다른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부족한 부분들을 선수들이 서로 채워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잘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높이에 대한 우려는 무한 경쟁을 통해 헤쳐 나갈 계획. 박미희 감독은 “(김)나희한테도 ‘너가 제일 선배지만 다른 선수들과 경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나희뿐만 아니라 센터 포지션 선수들이 연습을 열심히 한다. 오히려 선수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언니동생 상관없이 무한 경쟁을 통해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뛰게 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정시영을 센터로 활용할 생각이다. “시영이가 어렸을 때 센터를 한 적이 있다. 블로킹 감이 조금 떨어져있기는 하지만 적응하고 있다. 본인에게 있어서도 기회다. 의욕적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
박미희 감독 부임 이후 흥국생명은 매 시즌 한 단계 한 단계 성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는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3년 전에 이 친구들을 처음 만났는데 지금 생각하면 많이 성장했다. 본인들의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잘해주고 있는 선수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동시에 성적에 대한 부담감도 느낀다. “부담감이 없지는 않다”라고 입을 뗀 그는 “수지가 나가면서 센터 포지션이 약해진 건 사실이다. 그로 인해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6 KOVO컵 대회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 팀을 주목한 이는 많지 않았지만 정규리그 우승을 거뒀다. 시즌이 돼서 뚜껑을 열어보면 우리 선수들이 잘하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흥국생명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필요한 2%는 무엇일까. 그는 큰 경기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정규리그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건 2015~2016시즌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봤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챔피언결정전은 공기에 대한 무게감부터 다르다. 이런 부분은 아무리 이야기해줘도 모른다. 본인들이 직접 느껴봐야 한다. 아마 다가오는 시즌에는 더 경험이 쌓였으리라 본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이도희 감독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 박미희 감독은 “부담감이 있다”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럴 것이 여자부 6개 팀 가운데 여자 감독은 그와 이도희 감독뿐.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건 당연했다. “서로 이기고 싶은 마음일 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분발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선수들이 현대건설을 만나면 더 잘해주지 않을까 믿는다(웃음).”
2014년 흥국생명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어느덧 4번째 시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박미희 감독. 프로라면 으레 우승이 목표겠지만 그가 만들어 가고 싶은 흥국생명은 어떤 모습일지 물어봤다. 그러자 박미희 감독은 “짜여진 플레이 외에도 상황에 맞게 선수들끼리 해결할 수 있는 그런 배구를 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예전 미도파 시절 때를 생각해보면 코칭스태프가 뭐라 말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상황에 맞게 서로 이렇게 저렇게 해보자라고 이야기하면서 풀어나갔던 것이 많았다. 그게 강팀이 될 수 있었던 요인인 것 같다. 경기를 치르다보면 예기치 않은 상황들을 맞닥뜨릴 때가 있는데 그 때 선수들이 해결할 수 있는, 위기능력을 키워서 대처할 수 있는 배구를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전했다.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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