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13개 구단 주장이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
선선한 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어느덧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는 듯하다. 천안 넵스컵 대회로 예열을 마친 남녀부 13개 구단이 가을 바람과 함께 V-리그로 출격한다. 각 팀 주장들이 그 동안 기다려준 팬들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 한 통을 띄웠다(리베로는 경기 중에 주장을 맡을 수 없는 규정에 따라 각 팀들은 경기 주장을 따로 둔다).
(IBK기업은행 김희진)
IBK기업은행 김희진
안녕하세요 IBK기업은행 주장 김희진입니다. 제가 주장인데도 대표팀에 나가 있느라 팀을 많이 돌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저 없이도 선수들이 영차 영차 하는 분위기로 훈련을 많이 했더라고요. 대표팀 선수들이 얼마만큼 그 속에 녹아 드는지가 관건이 될 것 같아요.
지난해에 이어 다시 주장을 맡았어요. 책임감이 무거울 수 있지만 그 책임감을 제가 질 수 있어서 영광이에요. 첫 해에는 (김)사니 언니나 (남)지연 언니가 있어 피드백도 해주고 그랬는데 지금은 구성원이 많이 바뀌었잖아요. 그 때보다는 제가 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팀원들 도움 받으면서 더 탄탄한 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사니 언니랑 오래 맞춰왔는데 이번 시즌부터는 (염)혜선 언니랑 맞추게 됐어요. 혜선 언니도 잘해줄 거라 생각해요. 저와는 대표팀에서 맞춰봤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신뢰가 쌓인다면 좋은 결과 있지 않을까요?
올 시즌 저희는 전원 공격, 전원 수비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렇게 하려면 모든 선수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를 해야 해요. 그리고 코트에서 즐겁게 뛰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점을 주목해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선수들과 매 경기 이기든 지든 승패와 상관없이 멋있는 경기 보여주자고 얘기해요. 이번 시즌은 기존 IBK기업은행보다 새로운 반전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IBK기업은행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있으니까 팬 분들도 아낌없이 성원해주시고 경기장 많이 찾아와서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셨으면 해요.
흥국생명 김해란
안녕하세요 리베로 김해란입니다. 올 시즌 FA로 이적해 주장까지 맡게 됐어요. 선수들이 워낙 열심히 준비했어요. 체력운동도 많이 했고요. 볼운동도 계획적으로 했어요. 그동안 눈에 띄지 않았던 선수들이 작년보다 실력이 많이 올라왔어요. 그 선수들이 당당하게 자기 기량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팀 분위기가 처음에는 어색한 부분도 있었죠. 저도 이 팀에 처음 왔는데 바로 주장을 맡다 보니 선수들을 지켜볼 시간이 필요했어요. 적응을 마치고 (남)지연 언니랑 선수들 잘 이끌어 보자고 이야기 나눴어요. 지금 분위기는 좋아요. 선수들도 언니들을 잘 따라와요.
제가 밖에서 봤을 때 흥국생명은 수비가 만만치 않았던 팀이었어요. 여기에 이재영, 심슨 등 날개공격수들이 좋죠. 그런데 저는 선수들한테 파이팅을 많이 강조해요. 코트에서 활발하게 하자고 했는데 밝은 모습들이 나오고 있어요. 그런 점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팀을 옮긴 만큼 이 팀에서 잘하는 게 첫 번째죠. 그리고 선수들이 코트에서 단합할 수 있게, 한마음이 될 수 있게 잘 이끌어야죠.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지만 늘 그래왔던 것처럼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목표는 당연히 우승입니다. 그런데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서 플레이오프에 가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정규리그 우승을 하면 더 좋겠죠. 하지만 너무 욕심 부리면 안 될 것 같아요. 선수들을 다독이면서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경기장에 많이 찾아와주셔서 응원해주시는 것이 선수들한테는 정말 큰 힘이 돼요. 비시즌동안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KGC인삼공사 이재은. 오른쪽)
KGC인삼공사 이재은
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재은 입니다. 지난 시즌에는 경기 주장만 했는데 (김)해란 언니가 나가면서 팀 주장을 맡게 됐어요. 그전에는 언니가 가지고 있던 부담감을 잘 몰랐는데 막상 언니가 없으니까 어깨가 무거워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고요.
그래도 (한)송이 언니가 들어왔잖아요. 경기력으로만 보면 알레나 부담이 덜어질 것 같아요. 그리고 블로킹도 좋잖아요. 저희가 윙스파이커쪽 높이가 낮았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송이 언니 합류는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송이 언니야 워낙 이름 있는 선수잖아요. 저는 이번 시즌 한수지 선수를 주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지난 시즌 미들블로커로 전향한 후 두 번째 맞는 시즌이잖아요. 대표팀에도 다녀오고 하면서 아마 올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아요. 저도 기대가 돼요.
저희는 비시즌 동안 주 2회 정도 비치발리볼을 했어요. 체력이나 볼 다루는 연습을 했죠.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했다기보다는 다같이 하는 운동을 많이 했어요.
이번 시즌 저희 팀 달라진 점이요? 확실히 저 빼고는 블로킹이 좋아졌어요. 제가 못해서 그렇죠. 그리고 작년보다 공격수가 보강된 만큼 화끈한 공격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매번 하는 말이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릴 테니 경기장에 많이 찾아와서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선수들에게 좋은 말, 따뜻한 말 부탁 드릴게요.
현대건설 양효진
안녕하세요, 현대건설 주장 양효진입니다. 2016~2017시즌 현대건설은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고배를 마셨습니다. 먼저 응원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와 사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2년 동안 현대건설은 신기하게도 시즌 초반 강하다가 후반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드렸습니다. 팀 분위기도 많이 침체된 느낌이었고요. 그래서 이번 시즌 이 부분만큼은 꼭 바뀐 모습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도희 감독께서 새로 오셨고, (황)민경이도 이번에 합류하게 되면서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아졌습니다. 팀 변화 후 첫 시즌입니다. 그래서 이번 시즌 그 어느 때보다 정말 좋은 성적 내고 싶어요.
새로 온 민경이가 이번 시즌 키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는 늘 그 자리(윙스파이커)에서 잘 해주면 성적이 좋았거든요. 민경이가 충분히 제 몫을 해 줄 거라 믿어요. 현대건설은 연습량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여느 해와 다를 것 없이 이번 시즌도 정말 열심히 훈련했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선수들 모두가 스스로 나서서 훈련에 임했습니다. 그래서 다가오는 시즌 좋은 모습 보여드릴 자신 있습니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입니다. 항상 인터뷰 때마다 목표를 물어보시는데 저는 ‘팀 목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시즌은 지난해 실패를 딛고 팀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탈피하고 밝은, 즐거운 배구를 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대표팀에서 좋은 성적 냈던 것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팬 여러분들께서 더 많은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GS칼텍스 나현정)
GS칼텍스 나현정
팬 분들 안녕하세요! 나현정입니다. GS칼텍스는 차상현 감독께서 오시고 나서 플레이가 정말 빨라졌어요. 감독께서 훈련할 때만큼은 선수들 봐주지 않고 강하게 지도해주셨어요. 체력 훈련을 강도 높게 했고, 팀 이미지도 바꾸려고 했어요. 지난 시즌처럼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거예요.
(이)소영이가 무릎 수술로 빠지면서 빈 자리가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선수들끼리 좌우 공격수 가리지 않고 모두 힘내서 티 안 나게 하자고 이야기 했어요. 선수들 정말 열심히 준비했거든요.
지난 시즌 저희 팀은 미들블로커 활용도가 낮았어요. 블로킹도 잘 안 됐고요. 하지만 미들블로커 김유리, 문명화 선수 등이 들어오며 부족한 부분이 채워졌어요. 주목해야 하는 선수는 (강)소휘예요. 한-태 올스타전 다녀와서 위 종양 수술을 하느라 운동을 잠깐 쉬었어요. 실망이 컸을 텐데 더 독하게 준비하더라고요. 마음가짐이 평소와 달라 보여요.
이번 시즌은 스피드 배구를 준비했기 때문에 모두가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최선을 다해야죠. 팀 분위기도 정말 좋아요. 활발하고 화목해졌어요. 감독께서 편안한 분위기를 형성해주세요. 모든 팀 구성원이 다같이 소통하며 지내고 있어요.
팀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는데요, 그만큼 젊은 패기로 비시즌 준비한 것들을 마음껏 보여드리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베스트7 리베로 부문에 들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요. 팀 성적부터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면 개인 기록은 자연스레 따라올 거라 믿어요.
아직 부족한 선수이자 주장이지만 응원해주시는 분들 실망시키지 않도록 잘할게요. 최근 2년동안 저희 팀 성적이 너무 저조했죠. 이번 시즌은 팬 분들을 위해 정말 이 악물고 준비했어요. 경기장 많이 찾아주시고, 응원해주세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한국도로공사 정대영
안녕하세요, 한국도로공사 미들블로커 정대영입니다. 어느덧 가을이 왔는데요. 저희는 비시즌 운동하다 우는 선수가 나올 정도로 독하게 체력 훈련에 임했어요. 고강도 기술 훈련도 병행했고요. 그런데도 열외자 없이 모두가 열심히 해줬어요. 지난 시즌 최하위였으니까 올해는 꼭 우승을 해보자는 마음이에요. 훈련만큼은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팀이 예전보다 더 성장한 듯 해요.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가 비교적 약했는데요. 이번에는 이바나가 와서 큰 힘을 얻고 있어요. 팀이 어려울 때 분위기를 바꿔줄 수 있는 한 방을 갖춘 선수예요. 전체적인 플레이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빠른 플레이를 선보이려 해요. 날개 공격수 자원이 정말 좋아졌기 때문에 기대돼요. 중앙과 더불어 날개 공격수까지 살아나는 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키플레이어는 (박)정아예요. 이바나와 함께 공격에 앞장서줄 거예요. 주전 세터 (이)효희 언니와 정아가 대표팀에서 자주 맞춰봤기 때문에 금방 적응하더라고요. 전력이 강해진 것 같아요.
그동안 제가 가는 팀마다 우승을 했어요. 도로공사에서는 정규리그 우승만 해보고 챔프전 우승을 못 했잖아요. 이번에는 잘하는 선수들이 다수 모였고, 팀 분위기도 최고예요. 감독, 코칭스태프들이 선수들을 편하게 대해주시고, 잘 이끌어주시거든요. 다들 통합우승을 바라보고 있어요.
시즌을 치르다 보면 모든 팀에게 한 번쯤은 고비가 올 거예요. 그럴 때 작년처럼 무너지지 않고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지난 시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렸을 때도 팬 분들께서 끝까지 믿어주시고,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어요. 올해는 반드시 통합우승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글/ 더스파이크 편집부 사진/ 더스파이크 DB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0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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