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화성/최원영 기자] 배구선수 김사니와 이별했다. 그리고 해설위원 김사니와 마주했다.
김사니 SBS 스포츠 해설위원(36,전 IBK기업은행 세터)이 18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1999년에 데뷔한 그는 한국도로공사, KT&G(현 KGC인삼공사), 흥국생명을 거쳐 2014년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세 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 우승 2회, 정규리그 우승 1회를 이끌며 팀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국가대표 세터로도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다. 중앙여고 3학년때 국가대표로 발탁됐던 김사니는 2004 아테네 올림픽을 시작으로 2006 도하 아시안게임, 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 2012 런던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주축선수로 자리했다.
은퇴식이 시작되자 김사니는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힘찬 발걸음으로 코트에 들어섰다. 전광판에 동료선수들과 어머니 지연우 씨 영상편지가 나오자 두 뺨 위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과 IBK기업은행 광고모델 배우 이정재 씨,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 김희진 IBK기업은행 주장이 자리해 김사니에게 순금 행운의 열쇠와 기념패, 기념 액자 등을 증정했다.
이후 김사니 활약상이 담긴 헌정영상이 상영됐다. 김사니 등 번호(9번) 영구결번식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김사니는 “배구선수로서 마지막 날이 왔다. 후련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은퇴식을 하니 가슴이 뭉클하다. 선수로서 코트에서는 마지막이지만 해설위원으로서 열심히 준비하겠다. 성대하게 은퇴식 치러주신 구단에 감사 드린다. 항상 준비하고 최선을 다하는 해설위원이 되도록 하겠다”라며 침착하게 감사함을 전했다.
김사니는 IBK기업은행 임직원 및 팬들,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후배들과는 진한 포옹을 나누며 인사를 나눴다. 김사니 얼굴에 행복이 흘러 넘쳤다. 은퇴식을 마친 그는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유니폼이 아닌 사복을 입고 인터뷰실에 들어선 김사니. “사실 이제 선수로는 자신이 없다. 열정이 좀 떨어진 거 같다. 열정이 없는 사람은 절대 코트에 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허리 부상이 없었다면 한 두 시즌 더 했을 것 같다. 욕심나긴 했다. 그런데 몸이 허락하지 않더라. 이제 그만 떠나라고 하는 듯 해서 은퇴를 결정했다. 미련 없다”라며 미소 지었다.
은퇴식 도중 잠깐 눈물을 보인 그는 “생각보다 덜 울어서 다행이다. 완전 펑펑 울줄 알았다. 전날부터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어제(17일) 저녁에 연락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 운전하면서 엉엉 울었다. 아무렇지 않았는데,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는데 은퇴식을 하니 조금은 마음이 아팠다”라고 전했다.
이어 “헌정영상을 보면서 그동안 선수 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기 보다는 ‘진짜 고생했구나’라는 마음이 크게 들었다. 참 오래했고, 고생했다”라고 덧붙였다.
은퇴식을 열어준 구단에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엄연히 따지면 내가 IBK기업은행 프랜차이즈 선수는 아니다. 이런 기회를 주셨다는 거 자체가 너무 감사하고 정말 영광스럽다. 지난 시즌 끝나고 발리로 우승 여행을 갔을 때 이정철 감독께서 선수들 모두 불러놓고 영구결번 이야기를 하셨다. 배구는 번호를 20번까지 밖에 쓸 수 없는데 영구결번을 해주셨다는 건 상당히 의미 있다. 감사하다”라며 힘줘 말했다.
이정철 감독 이야기가 나오자 김사니는 “같이 지내면서 단물이 다 빠졌다(웃음). 너무 힘들었지만 결과는 정말 좋았다. 가끔 감독님을 미워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감사하다. 배구를 넘어 인생을 가르쳐주신 분이다. 성격적인 부분도 많이 잡아주셨고, 언니로서 행동 하나하나 다 짚어주셨다. IBK기업은행 와서 감독님을 만나 여러 가지로 감사했다”라며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드러냈다.
이제 선수가 아닌 해설위원으로 제2 인생을 시작한다. 김사니는 “이번 시즌까지는 해설위원에 매진하려 한다. 내년 봄부터는 기회가 생긴다면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 유소년을 가르치는 등 준비 중이다. 그게 안 된다면 다른 방향도 생각해보려 한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선수로는 끝이지만 나중에 지도자로 올 수도 있고 아직은 모르는 일이다.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배구계에 계속 몸담을 것이다. 선수 시절 승부욕도 넘쳤고, 정말 열심히 했다. 해설도 빈틈 없이 준비해서 다른 해설위원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게끔 하겠다. 시원하고 재미있는 해설 들려드리겠다.”
인터뷰실에서 전한 김사니의 마지막 한 마디다.
사진/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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