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김천/최원영 기자] IBK기업은행 김희진(26)과 고예림(23)이 조금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IBK기업은행이 22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15, 25-20, 22-25, 17-25, 15-11)로 진땀승을 거뒀다.
메디(27점)를 도와 팀 승리를 이끈 김희진(19점)과 고예림(13점)에게는 이날 경기가 더욱 특별했다. 김희진은 팀 창단 멤버로 오랜 기간 함께했던 동료 박정아(도로공사로 FA 이적)와 네트를 사이에 두고 적으로 만났다. 고예림은 친정 팀 도로공사를 상대하게 됐다(박정아 보상 선수로 IBK기업은행 지명).
경기 후 두 선수는 여느 때처럼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김희진이 먼저 “아이고~힘들다. 다 5세트네 정말. 누가 먼저 3-0 게임 가져갈지 궁금하다, 그죠? 우리가 개막전(흥국생명 전, 3-2 승)에서 5세트로 스타트 끊었으니까 여자부 전 경기 5세트 기록도 우리가 끊자고 했는데 안 됐네요”라고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자연스레 박정아 이름이 나왔다. 김희진은 “경기 전에 정아와 한 마디도 안 나눴어요. 원래 저희 선수들이 다른 팀과 두루두루 다 친한데 이번엔 워낙 중요한 경기라서요.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께서도 조심스러워하셨고요. 도로공사는 저희와 함께 우승후보로 꼽힌 팀이고 정아, (최)은지, (이)효희 언니 다 IBK에 몸담았던 선수들이잖아요. 꼭 이겨야겠다는 마음이 커서 체육관 도착한 순간부터 경기에만 집중한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이날 김희진을 포함한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상대 박정아에게 목적타 서브를 집중했다. 김희진은 “정아한테 때려야죠. 어떡해요 그럼. 우리가 살려면 적을 공략해야 하는데(웃음). 큰 공격을 책임져주는 이바나와 정아를 흔들어야 하는데 리시브 하는 정아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어요”라며 솔직한 답변을 이어갔다.
(김희진)
승리를 향한 열망은 고예림도 마찬가지였다. “이겨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컵 대회 때 한 번 도로공사를 상대했는데 그때는 뭔가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근데 이제는 IBK라는 팀에 완전히 적응했고, 마음도 잘 다잡았어요. 도로공사는 상대 팀으로만 봐야죠. 그래도 이기니까 조금 더 좋네요”라며 웃었다.
두 선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희진이 “5세트는 진짜 어떤 팀이 더 간절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듯해요. 이번엔 우리가 조금 더 간절하지 않았나 싶어요. 도로공사 이기려고 전날 미팅을 거의 두 시간 동안 했거든요. 왜냐면 다들 너무 이기고 싶어서요. 분석을 1부터 10까지 세세하게 했죠”라고 하자 고예림이 “지면 진짜 울뻔했어요”라며 거들었다.
올 시즌 IBK기업은행은 세터 이고은과 염혜선을 상황에 따라 번갈아 기용하고 있다. 공격수인 두 선수는 세터와 호흡에 관해 어떻게 생각할까. 김희진이 “그런 거 따질 여유가 없어요(웃음). 공이 잘 오든 못 오든 경기에서 이겨야죠. 누구와 맞고 안 맞고 따지는 것도 다 여유부리는 거고, 핑계거리 찾는 거예요. 목표는 무조건 승리예요”라며 힘줘 말했다.
고예림도 “연습할 때 세터 두 명이 반반씩 나눠서 해요. 세터가 바뀌는 상황까지 계산해 훈련하니까 공격수들도 준비되어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고예림)
이적생 고예림에게 IBK기업은행 특유의 고된 훈련에 잘 적응했느냐고 묻자 김희진이 “우리는 항상 이런 질문이 따라와”라며 선수를 쳤다. 고예림은 “훈련하는 건 어느 팀이나 다 힘들죠. 근데 이정철 감독께서는 조금 더 강도 높게 하시는 것 같기도 해요.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라며 말을 아꼈다.
김희진이 “쉬려면 이겨야 해요. 저희가 잘해야 쉬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이기면 그래도 할 말이 있으니까. 저희 팀은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팀이에요!”라고 대신 답하며 한바탕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고예림은 IBK기업은행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몰래 노력했다. “주전으로 게임에 자주 투입되고 싶었어요. 장점은 더 살리고 단점은 최대한 보강해서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했어요. ‘무조건 경기 뛰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제 자신을 먼저 단단하게 만들고자 했어요”라고 진지하게 답했다.
이를 듣던 김희진이 “예림이 장점은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거예요. 그게 진짜 크거든요. 살림꾼 역할을 맡은 선수들은 기본기가 있어야 그 자리에 어울려요. 예림이가 코트 안에서 열심히 움직이면서 선수들을 도와줘요. 팀을 살리는 선수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마지막으로 김희진과 고예림은 긴장의 끈을 붙잡았다. “이번 시즌은 여자부 전력이 완전히 평준화됐어요. IBK를 제외하면 공격력은 도로공사와 현대건설이 제일 좋은 듯 해요. 저희도 밀리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사진/ 더스파이크 DB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