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지난 달 14일 개막했던 V-리그가 어느새 지난 7일을 끝으로 1라운드를 소화했다. 올 시즌은 그 어느 시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던 바. 뚜껑을 열자 그 열기는 생각보다 더 뜨거웠다.
여자부 1라운드 순위 (11월 7일 기준)
1위 현대건설 4승 1패 승점 10
2위 IBK기업은행 3승 2패 승점 9
3위 KGC인삼공사 3승 2패 승점 9
4위 한국도로공사 2승 3패 승점 9
5위 GS칼텍스 2승 3패 승점 4
6위 흥국생명 1승 4패 승점 4
(순위 결정 방식: 승점-승수-세트 득실률-점수 득실률 순)
초반부터 3-2 경기가 속출했다. 지난 시즌 1라운드 15경기 가운데 2경기에 불과했던 풀세트 경기가 올 시즌에는 무려 9경기나 나왔다. 감독들은 하나같이 전력평준화를 외쳤다.
KGC인삼공사 서남원 감독은 “우리가 어느 한 팀을 확실히 이기고 간다라는 것이 없다. 매 경기, 매 세트마다 분위기가 왔다갔다한다. 그만큼 전력평준화가 됐다는 말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 역시도 “전력차이가 거의 없다. 상대든 우리든 같은 입장이다. 상대를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순위는 가려지는 법. 치열한 승점 전쟁에서 울고 웃었던 각 팀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 이 성적 실화? 탄탄한 전력 뽐낸 현대건설
잘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잘할 줄이야. 1라운드는 가히 현대건설의 독주 무대였다. 도로공사에게 일격을 당하며 패배를 떠안기까지 4연승을 질주했다.
어느 포지션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다. 우선 염혜선이 빠진 자리는 이다영이 잘 메워주고 있다. 아니, 그 이상을 해주고 있다. 비시즌동안 현역시절 최고의 세터로 불렸던 이도희 감독 밑에서 집중 훈련을 받으며 한층 더 성장했다는 평가다. 수치를 보더라도 지난 시즌 평균 5.485개였던 세트가 올 시즌에는 11.5개로 늘어났다.
여기에 양효진-김세영이 버티는 미들블로커진은 여전히 견고하다. 현대건설은 7일 현재 속공(성공률 55.84%)과 블로킹(세트 당 3.2개)에서 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황민경의 가세가 반갑다. 그의 합류로 약점이었던 리시브 보강에 성공한 현대건설이다. 지난 시즌 리시브 부문 5위(세트 당 7.162개)에 그쳤던 현대건설은 2위(세트 당 7.850개)까지 순위를 바짝 끌어 올렸다. 황민경은 리시브 점유율 29.8%를 가져가며 성공률 44.35%를 기록하고 있다. 이도희 감독도 “황민경이 들어오면서 리시브 라인이 탄탄해졌다”라고 흐뭇해했다.
-그래도 강하다, IBK기업은행
지난 시즌 챔피언의 주인공 IBK기업은행. 그러나 비시즌 많은 것이 바뀌었다. 메디와 김희진을 제외한 주전 선수 대부분이 바뀌었다.
우려는 있었다. 염혜선, 김희진, 김수지, 김미연 등이 국가대표 차출로 팀을 비우며 온전히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박정아가 빠진 공백을 고예림이 얼마만큼 메워줄지도 관건이었다.
우선 고예림은 합격점. 메디, 김희진과 함께 삼각편대 한 축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정철 감독도 “(정아와)블로킹이나 공격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잔 볼 처리나 외발 공격 등 자신의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수비나 맞고 튀는 볼도 세터에게 잘 연결해주고 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세터들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이정철 감독은 “세터와 속공수와의 호흡이 아직은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염혜선을 가리키며 “우리 팀에서 연습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지금도 과정에 있다. 점프 토스할 때 코어가 안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본인에게 얘기했다. 빨리 하려고 하니 급해지는 것도 있다. 단번에 고칠 수는 없겠지만 코칭스태프와 함께 조금씩 고쳐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IBK기업은행은 여전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1라운드를 2위로 마무리했다.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은 아쉽지만 언제든 선두를 노려볼 만하다.
- 여전히 굳건한 알레나 파워, KGC인삼공사
KGC인삼공사의 출발은 다소 불안했다. 앞선 두 경기 모두 풀세트 끝에 패했다. 하지만 GS칼텍스전에서 3-1로 승리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지난 29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 세트스코어 0-2의 열세를 뒤집고 3-2로 승리한 데 이어 1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IBK기업은행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순위를 3위로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알레나가 건재하다. 지난 시즌 득점 1위(854점), 공격종합 2위(43.76%)에 빛나는 알레나는 올 시즌에도 득점 1위(204득점), 공격 종합 2위(42.75%)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한송이가 합류하며 높이가 강화됐다. 서남원 감독도 “지난 시즌에는 윙스파이커들 신장이 작아 상대를 마크하는데 있어 아쉬움이 있었다. 한송이가 오면서 높이나 공격력에서 한결 나아졌다. 블로킹 높이에서 상대가 심리적으로 위협을 느낄 것이라고 본다. 현대건설을 제외하고는 여느 팀과 비교해 높이는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KGC인삼공사는 현대건설에 이어 블로킹 부문 2위(세트 당 2.667개)를 차지하고 있다. 개개인으로 봐도 블로킹 10위권 안에 3명이 포진해 있다. 알레나(2위), 한수지(5위), 한송이(9위)가 굳건한 벽을 만들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서브. 6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다. 1위 GS칼텍스가 서브로만 29득점을 챙긴 반면 KGC인삼공사는 19득점에 그쳤다. 서브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3연패 뒤 2연승, 롤러코스터 탄 한국도로공사
미디어데이 당시 대다수의 구단들이 우승후보 가운데 한 팀으로 도로공사를 언급했다. 그럴 것이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이바나를 품에 안았다. 이어 FA를 통해 박정아를 영입하며 쌍포를 구축했다.
여기에 기존 정대영, 이효희, 배유나, 임명옥 등 경험 많은 선수들에 하혜진, 전새얀, 유서연등 젊은 피들의 신구 조화가 더해지면서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초반은 쉽지 않았다. 개막 이후 3연패에 빠졌다. 김종민 감독은 “팀에 변화가 많았다, 선수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효희 세터 역시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거 같다 "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시간이 약이었다. 도로공사는 지난 1일 흥국생명전에서 첫 승을 올린데 이어 4연승을 질주 중이던 현대건설마저 잡아내며 1라운드를 2승 3패로 마쳤다.
도로공사는 후위공격을 제외한 오픈, 속공, 퀵오픈 등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시즌과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 더 이상 중앙만 좋은 팀이 아니다. 리시브와 디그 역시 각 3위, 4위에 올라있다. 공수에서 안정을 찾으며 우승후보로서의 능력을 증명하고 있는 도로공사다.
- GS칼텍스에 떨어진 특명, 리시브를 견뎌라
2017 천안넵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매서운 돌풍을 예고했던 GS칼텍스. 그러나 주위의 기대와 달리 차상현 감독은 우려를 표했다. 베스트 멤버들로 온전히 훈련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 나현정과 김유리가 대표팀 일정 후 복귀하자 이번에는 듀크가 아프리카네이션스컵 참가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 그는 첫 경기를 하루 앞둔 9월 15일에야 한국으로 돌아왔다.
뚜껑을 열자 정작 고민은 다른 곳에 있었다. 주전 윙스파이커로 나서는 강소휘, 표승주가 리시브에서 불안감을 노출했다. 강소휘와 표승주의 리시브 성공률은 각 37.67%, 34.86%에 머물고 있다. 두 선수가 60%에 육박하는 리시브 점유율을 나눠가져가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아쉽다.
리시브가 휘청이자 GS칼텍스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1승을 챙기며 3연패에서 탈출, 6위(2승 3패)로 마무리했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 차상현 감독도 “리시브와 수비에서 지금보다 잘해줘야 한다. 승주와 소휘가 버텨줘야 한다. 1라운드는 많이 힘들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더 어렵게 진행됐다. 2라운드에는 경기력이나 안정감이 조금 더 올라오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 흥국생명, 현실로 드러난 중앙 공백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에 빛나는 흥국생명. 하지만 올 시즌은 사정이 다르다. 순위표 맨 아래로 처져있다. 5경기에서 단 1승밖에 챙기지 못했다.
이재영 컨디션이 온전치 않았던 탓도 있었다. 지난 시즌 득점 부문 6위를 차지했던 이재영은 올 시즌은 10위권 안에도 얼굴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격성공률도 27.9%로 떨어졌다. 지난 시즌 이재영의 공격 성공률은 37.18%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중앙. FA를 통해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한 김수지의 공백이 크다. 김수지는 지난 시즌 속공 1위, 블로킹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시영이 올 시즌 미들블로커로 전향해 중앙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모습. 신인 김채연을 투입시키며 경험을 쌓게 하고 있지만 그 역시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흥국생명은 현재 속공 6위(성공률 25%), 블로킹 5위(세트 당 1.810개)를 기록하고 있다.
박미희 감독도 “가운데서 점수가 나지 않아 재영이가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단적으로 지난 4일 있었던 GS칼텍스전에서 흥국생명은 2-0으로 앞서고 있었음에도 불구,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상대 블로킹 벽에 가로막히며 결국 승리를 내주었다. 기록을 살펴보더라도 블로킹에서 4-13으로 압도당했다. 시즌 전 어느 정도 예상되던 바였지만 박미희 감독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사진_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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