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수원/최원영 기자] 현대건설 양효진이 연패를 끊고 나서야 그간 힘들었던 속마음을 전했다.
현대건설은 14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한국도로공사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1, 21-25, 25-13, 25-17)로 승리하며 2연패에서 탈출했다. 단독 선두(승점 14점 5승 2패)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블로킹(17-4)과 서브(9-2)에서 완벽한 우위를 점한 것이 승인이었다. 중심에 미들블로커 양효진이 있었다. 이날 블로킹 7개, 서브 4개 포함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2득점(공격 성공률 55%)을 선보였다. 여자부 역대 최초로 블로킹 성공 950개를 달성하는 쾌거도 이뤘다.
경기 후 양효진은 “내가 최다 득점인지 몰랐다. 그것보다는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연패하는 동안 맥없이 진 것 같아서 이번에는 지더라도 화끈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너무 잘했다”라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세터 이다영이 조금 주눅들어 있었는데 이번엔 정말 자신 있게 볼 배분을 잘해줬다. 상대 리시브를 흔든 게 컸다. 1라운드에 도로공사와 붙었을 때는 상대가 워낙 완벽했다. 맥 없이 지는 느낌이었다. (이도희) 감독님 및 코치 선생님들이 전술 훈련 등을 많이 신경 써주셨다. 어느 팀과 상대하든 서브가 세게 들어가야 승산이 있다. 우리 팀은 블로킹도 좋아 훨씬 플러스 요인이 된다”라고 말을 이었다.
이날 양효진이 활약할 수 있었던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패배의 아픔이 그를 강하게 만들었다. “내가 잘하고, 강해지면 상대가 약해 보인다. 반대로 내가 못하면 상대가 강해 보인다. 지난 도로공사 전에는 상대가 너무 커 보였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스스로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이러면 안되겠다 싶었다. 지더라도 이런 식으로 배구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랬더니 잘 됐다.” 양효진이 그간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양효진은 지난 시즌을 회상했다. “그때는 몸이 정말 안 좋았다. 잘하는지 못하는지도 못 느끼고 경기를 치렀다. 그때가 제일 힘들었다. 그저 경기가 시작되니 코트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 같았다. 그런 악몽 같은 시간은 다시 오지 않았으면 싶었다. 몸이 재산이고, 안 아파야 잘할 수 있다. 팀에서 몸 관리를 잘해줘서 상태가 좋아졌다”라고 전했다.
주장으로서 책임감도 더욱 커졌다. “팀 전체를 이끄는 분은 감독님이다. 큰 틀은 선생님이 잡아주시고, 세부적인 걸 나에게 맡기셨다. 예전보다 할 일이 훨씬 많아졌다. 그래도 언니들이 많이 도와주고, 동생들은 잘 따라준다. 그래서 코트 위에서도 더 잘 된다. 팀 분위기가 좋은 건 감독님 영향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특히 미들블로커 역할이 중요하다. 양효진은 “공격 점유율 등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나조차도 엘리자베스에게 의존했던 것 같다. 지난 두 경기를 지고 나서 보니 한 명에게만 의존하면 이길 수 없다는 걸 느꼈다. 되든 안 되든 함께 해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뷰 말미 블로킹 950개 기록 달성에 관한 소식을 들은 양효진. “네? 정말요?”라며 토끼 눈이 됐다. “미들블로커니까 블로킹에서 잘한다면 더없이 좋다. 하지만 개인 기록에 연연하다 보면 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해낸다면 블로킹 등 타이틀도 계속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라는 양효진이다.
사진/ 신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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