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황연주가 V-리그에 새 역사를 남겼다.
황연주가 속한 현대건설은 지난 5일 수원체육관에서 펼쳐진 IBK기업은행과 맞대결에서 2-3으로 패했다. 팀은 비록 패했지만 황연주는 V-리그 남녀 통산 5,000득점이라는 대기록을 5세트 막판 극적으로 달성했다.
이번 경기 전, 황연주는 기록 달성까지 10점을 남겨 둔 상황이었다. 4세트까지 9득점에 머물면서 기록 달성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결국 5세트, 9-13으로 팀이 뒤진 상황에서 상대 메디를 잡아내는 블로킹 득점으로 대기록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황연주가 달성한 이 기록은 남자부와 여자부를 통틀어 최초로 나온 통산 기록이다. 또한 다른 선수들과 비교할 때 그 격차가 커 더 대단한 기록으로 다가온다. 여자부 통산 득점 2위인 KGC인삼공사 한송이는 5일 기준 4,352점으로 황연주에 한참 뒤쳐진다. 남자부 1위인 삼성화재 박철우 기록 역시 4,315점으로 황연주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황연주는 프로배구 원년인 2005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1라운드 2순위로 흥국생명에서 그 첫 발을 내딛은 황연주는 꾸준한 활약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왼손잡이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황연주가 걸어온 길이 늘 평탄하진 않았다. 10년 넘게 프로 생활을 하면서 다섯 차례나 무릎 수술을 받았다. 이 때문에 공백기도 생겼다. 2012~2013, 2013~2014 시즌은 황연주 프로 인생에서 가장 어두웠던 기간이었다.
그럼에도 포기는 없었다. 이전처럼 높게 뛰지 못해도, 제 기량이 나오지 않아도 황연주는 코트 위에 올랐다.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꾸준함이 결국 남녀 통산 첫 5,000득점이라는 대기록을 만들었다.
기록 달성 뒤 황연주는 “다들 몇 주 전부터 너무 기대했다. 2주 전부터 난리가 났다. 그래서 부담이 됐던 것 같다. 최대한 빨리 하고 싶었는데 마침내 달성했다.”라고 그 소감을 밝혔다.
스스로 꼽은 기록 달성 비결 역시 ‘꾸준함’이었다. “꾸준함이 비결인 것 같다. 마치 개근상 같은 느낌이다. 그 때문에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번 기록을 세운 뒤 황연주는 2011~2012 시즌 기록한 첫 3,000득점, 그리고 3년 뒤 2014~2015 시즌에 세운 첫 4,000득점 때와는 다른 감정을 취재진에 전했다.
“처음에는 기록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몇 천점을 기록하든 간에 다 비슷한 것이라고 여겼다. 단순히 오래 하면 채우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문득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세운 이 기록이 계속 남아 훗날 선수들에게 목표가 되고 잣대가 될 것이라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고 책임감이 생겼다. 눈물이 날 뻔 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대로다. 황연주가 세운 이 기록은 긴 시간 주전 자리를 지켜야만 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록이다. 소속팀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 역시 “(황연주가)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제 자리를 지켜 대기록을 세웠다는 점에 훨씬 의미 있는 기록”이라며 치켜세웠다.
‘모든 일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꾸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박찬호가 한 것으로 한 가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주는 격언이다. 황연주는 그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꾸준함’으로 배구 계에 역사를 썼다.
아직 그 꾸준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황연주의 열정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6,000점도 지금처럼 꾸준히 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웃으며 던진 그의 말이 단순히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 더스파이크 DB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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