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터와 감독, 그 애증의 관계

최원영 / 기사승인 : 2017-12-08 11: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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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세터 이호건)


[더스파이크=배소현기자] 이겨도 웃을 수 없고, 지면 고심이 깊어진다. 자기 팀 세터를 바라보는 프로배구 감독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승리의 요인이 되고, 패배와 직결되는 세터의 활약 여부 때문이다.


한국전력 김철수 감독, 신인세터 이호건 향한 질책
7일 대한항공과 수원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배한 한국전력 김철수 감독은 경기 후 신인세터 이호건에 대해 한참 얘기를 늘어놓았다. 한국전력은 이날 1세트를 선취하고도 내리 3세트를 내주고 역전패했다.



김철수 감독이 진단한 패인은 신인 세터 이호건의 세트에 있었다. 김 감독은 “1세트를 가져오면서 리듬이 좋았는데, 2세트부터 호건이의 세트가 공 끝이 떨어져서 공격력이 나오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그 이유에 대해 “공 끝이 죽으니, 당연히 상대팀 블로킹에 걸리고 수비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전력은 이날 공격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펠리페(25점)를 제외하고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김 감독은 세터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세터가 안정적이어야 좋은 리듬이 유지되는데, 좋지 않은 세트가 너무 잦게 나오다 보니 공격수들의 리듬도 끊기고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라고 문제점에 대해 계속해서 지적했다.



김철수 감독 말에선 답답함이 묻어나왔다. 김 감독은 “어제(6일) 연습할 때만 해도 괜찮았다. 지금까지 프로무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으니, 경험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호건이와 차후에 이야기를 해보아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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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세터 한선수)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세터 기용 고민은 언제까지
이날 승리팀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역시 세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 감독은 한국전력을 맞아 선발 세터로 황승빈을 출전시켰다가 2세트부터 한선수를 교체선수로 내보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최근 황승빈을 중용해오던 흐름을 바꿔 웜업존에 머물던 최고연봉자 한선수에게 다시 기회를 준 게 적중한 셈이다.



박 감독은 이기고도 찜찜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황승빈과 한선수를 번갈아 기용하면서 팀이 안정감을 찾지못하고 있어서다. 물론 한선수를 향한 애틋한 마음도 비쳤다.



박 감독은 “감독으로선 마음 아픈 일이지만 팀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쉬게 해야 했다. 선수나 나나 많이 힘들었다. 내가 옆에서 보고 좀 도와줘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도 잘하는 선수니까 빨리 털고 올라올 것 같다”라고 신뢰를 보냈다.



대한항공의 불안 요소는 3라운드를 진행하고 있는 시점에서도 여전히 붙박이 주전세트를 낙점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기원 감독의 결단이 미뤄질수록 팀이 흔들리는 것도 막을 수 없다.



세터는 비단 대한항공과 한국전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팀의 상승세와 하강국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늘 세터와 관련된 요인을 찾을 수 있다. 남자부 삼성화재 황동일, 여자부 현대건설 이다영이 올 시즌 가장 각광받는 세터로 부상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 정도면 역시 배구는 세터 놀음이란 말에도 감독들은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사진/ 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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