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역사와 함께하는 그 곳, 서울중앙여고

이광준 / 기사승인 : 2018-01-13 0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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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여고는 개교 5년만인 1945년 배구부를 창단해 7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배구부를 운영한 여학교는 경기여고를 비롯해 다수 존재했다. 해방 이후 현대화 과정중에 모두 전통이 끊어졌다. 중앙여고는 자연스럽게 여고부 최고전통을 자랑하는 팀이 됐다. 중앙여고는 지난 10월 25일, ‘제98회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 여고부에서 서울 대표로 나가 우승을 차지했다. 명감독 김철용 총감독을 중심으로 추계초등학교, 서울중앙여중·고가 한 데 모여 배구 꿈을 키워나가는 이곳. 김사니(현 SBS Sports 해설위원), 김희진(IBK기업은행) 등 국가대표 선수만 21명 배출한 그 곳을 지난 12월 19일, 더스파이크가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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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눈물,


전국체전에서 마침내 웃다


중앙여고는 2017년 뜻깊은 한 해를 보냈다. 차해원 감독이 부임하여 맞이한 첫 시즌, 그들은 우승 한 번, 준우승 두 번이란 성과를 남겼다.


결과만 보면 아름다웠지만 그 과정은 험난했다. 중앙여고는 3월 춘계연맹전, 8월 대통령배 중고배구대회에서 결승전에 올랐지만 우승 기회를 놓쳤다. 공교롭게도 그 상대는 모두 수원전산여고. 춘계연맹전에서는 0-3, 대통령배에서는 1-3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금메달을 두 번이나 목전에 두고 돌아선 중앙여고. 절치부심하는 자세로 한 해 마지막 대회인 ‘제 98회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에 임했다. 전국체전은 아마추어 선수들에겐 가장 큰 대회다. 지역을 대표하는 강팀들이 출전하는 대회지만 중앙여고는 좋은 결과를 위해 땀 흘려 대회를 준비했다.


서울 대표로 출전한 중앙여고는 전주근영여고(전북), 경남여고(부산)를 물리치고 순조롭게 4강에 진출했다. 4강 상대는 대전용산고(대전). 중앙여고는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대전용산고마저 잡고 결승에 진출했다.


중앙여고 결승 상대는 4강전에서 강적 선명여고(경남)를 물리친 대구여고(대구). 중앙여고는 높이와 스피드를 앞세운 배구로 3-1로 대구여고를 누르고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한 해 마지막 대회에서 얻게 됐다. 삼세번 만에 이룬 쾌거였다.


중앙여고 차해원 감독은 “전국체전 우승은 운이 좋았다”라며 겸손하게 말을 꺼냈다. “그렇지만 선수들 정말 노력 많이 했다. 노력하지 않은 팀이 없겠지만 선수들이 해내서 대견하다. 1년 내내 흘렸던 피땀을 보상받는 기분이 들어서 감격스러웠다. 선수들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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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우승 일군 차해원 감독




2016년까지 V-리그 GS칼텍스 수석코치로 재임했던 차해원 감독은 2017년 2월, 스승 김철용 총감독의 권유를 받고 중앙여고 감독으로 오게 됐다. 세화여고, 수원전산여고에서 감독직을 맡았던 바 있는 차 감독은 본인만의 확고한 스타일로 중앙여고 선수들을 다잡아가기 시작했다.


차 감독은 “다양한 팀을 돌다 왔다. 그 덕분에 선수들을 대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승까지 얻었다.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성과다”라고 한 해를 평가했다.


중앙여고에서 2017년을 끝으로 주전으로 뛰던 3학년 5명이 졸업했다. 두 명이 나눠 맡던 세터 가운데 한 명과 미들블로커 한 자리를 빼면 모두 새 선수들이 자리를 채워야 한다. 주전 네 자리가 바뀐 중앙여고는 2018년부터는 새롭게 팀을 꾸려야 한다.


차 감독이 이에 대해 설명했다. “5명이 빠지고 중3 두 명이 올라와 9명으로 팀을 꾸려야 한다. 그렇지만 크게 어려움은 없다. 작년에도 부임한 2월부터 팀을 만들어 나갔으니 그때와 비슷하다. 올해는 또 올해대로 충분히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차 감독 스타일은 ‘짧고 굵게’다. 훈련 때만큼은 누구보다 엄하고 강하다. 그러나 그 후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어린 선수들에게 재밌는 말도 건네고 소통도 많이 한다. 무엇보다 쉬는 시간만큼은 절대로 간섭하지 않는다. “훈련 시간은 배구를 대하는 시간이다. 나아지기 위해서는 더 엄하고 강하게 해야 한다. 그 외에 시간은 선수들 자율에 맡긴다”라고 차 감독이 설명했다.


차 감독은 “지금이 선수들에게 가장 어려운 시간”이라고 이야기했다. 선배들이 떠난 자리를 본인들이 메워야함에 따라 책임감도 생기고 그에 따른 부담도 큰 시기라는 게 그 이유였다.


“비주전이었던 선수들이 주전이 되려면 지금 잘 해야 한다. 작년엔 우승도 해서 선수들 부담도 클 것이다. 그렇지만 이 선수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지금부터 충분히 끌어올린다면 2018년에도 좋은 성적 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2018년 중앙여고를 이끌 선수들




차해원 감독 아래서 2018년을 빛낼 두 선수를 소개한다. 졸업한 선수들에 가려 크게 주목받진 못했지만 묵묵히 제 몫을 다해준 두 선수. 이젠 팀 주축으로서 중앙여고를 이끌어야 할 특명이 내려졌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윤주, 이다현과 이야기를 나눴다. (선수들 학년은 2018년에 들어서면서 올라간 학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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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중심, 주장 맡은 세터 이윤주


과거 무적 호남정유를 이끈 단신 공격수 장윤희를 기억하는가. 2018년 중앙여고 주장을 맡은 이윤주는 배구계에서 악바리 대명사로 알려졌던 장윤희의 친 딸이다. 장신 숲을 뚫어대는 공격이 인상적이던 장윤희와는 달리 이윤주는 세터로 꿈을 펼치고 있다. 쾌활한 웃음이 인상적인 이윤주 이야기를 들어본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A. 2018년 중앙여고 주장을 맡은 3학년 세터 이윤주입니다. 키는 171cm예요!


Q. 주장 맡게 된 이유가 뭔가요.


A. 친구들, 후배들이 저를 추천했어요. 다들 저보고 분위기메이커래요. 늘 웃고 다녀서 그런가 봐요. 주장 자리가 부담은 됩니다. 제가 잘 해야 친구들도 따라줄 텐데 하는 걱정 때문에요. 그렇지만 최선을 다해서 해보겠습니다.


Q. 전국체전 우승해서 기분 좋을 것 같은데요.


A. 그럼요! 우승할 때 믿을 수 없었어요. 우승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당황스러웠는데 한편으로는 뿌듯했어요. 그렇지만 아쉬움도 컸어요. 제가 다른 대회보다 많이 못했거든요. 연습 때만큼 보여주질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어요. 제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죠. 더 잘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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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세터라는 포지션, 왜 하게 됐나요.


A. 어머니가 추천해주셨어요. 저 하는걸 보시고 ‘공격 못하니 세터 해라!’라고 하셔서 그렇게 됐죠. 예전엔 ‘그 때 공격 더 배워서 공격수 해볼걸’하는 생각도 했는데 이젠 아니에요. 아, 어머니가 키도 안 클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래도 제가 어머니보단 쪼금 더 커요.(장윤희는 공식적으로 170cm다)


Q. 세터로서 본인 장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꿈이 있다면.


A. 발이 빠르고 체력이 좋아요! 아버지는 사이클 선수셨는데 체력을 잘 물려받은 것 같아요. 이도희 선생님처럼 훌륭한 세터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열심히 하고 있으니 앞으로 세터로서 대성했으면 좋겠어요. 일단 첫 번째 목표는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좋은 결과 내는 것입니다!


Q.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


A.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장윤희 딸 말고 이윤주로요!


Q. 주장으로서 팀에 한 마디 하자면.


A. 얘들아, 말 좀 잘 들었으면 좋겠고(웃음)! 농담이고 잘 따라와 줘서 고마워. 내년에도 변함없이 운동 힘들겠지만 열심히 해서 우승 많이 했으면 좋겠다. 우리 목표는 전국체전!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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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가 촉망한 주전 미들블로커, 이다현




중앙여고 선수단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이 선수가 아닐까. 훤칠한 키에 길쭉한 팔다리를 자랑하는 이다현은 이제 막 2학년에 올라가는 유망주다. 과거 선경에서 활약하던 유연수의 딸인 이다현은 여전히 키가 자라고 있어 특급 미들블로커로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Q. 자기소개 해 주세요.


A. 저는 중앙여고 2학년, 미들블로커 이다현입니다. 키는 184cm예요.


Q. 1학년때 주전 선수로 참가해 전국체전에서 우승했는데.


A. 많이 준비한 만큼 기대는 있었지만 우승할 거라곤 전혀 상상도 못했어요. 우승하겠다는 의지는 가득이었지만요. 졸업하신 언니들이 정말 잘 해주셔서 이길 수 있었어요. 아직까지도 정말 기뻐요.



Q. 2017년, 전국체전 제외하면 총 두 번 결승전에 진출한거죠.


A. 네, 춘계연맹전하고 대통령배 결승전에 올랐죠. 그런데 모두 수원전산여고에 패해 물러났어요. 잘 하긴 하더라고요. 두 번이나 떨어져 선수들이 남다른 각오로 대회에 임했던 것이 전국체전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아요.



Q. 언니들 빈자리가 부담스럽진 않아요?


A. 부담이죠. 작년처럼 좋은 성적 거둬야 할 텐데 걱정이 커요. 한편으로는 잘 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어요.



Q. 어린 시절 발레를 했다고요.


A. 맞아요. 그런데 갑자기 키가 확 커버렸어요. 그래서 초등6학년 말쯤부터 배구를 시작했어요. 어머니께서 추천해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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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왼쪽부터 중앙여고 이윤주, 엄찬미, 이다현)


Q. 부모님께서는 운동하는 딸에게 어떤 말 해주시나요.


A.아버지는 회사원이신데 운동을 엄청 좋아하세요. 특히 배구 정말 좋아하시죠. 어머니는 선수 출신이시니 두말할 것 없고요. 두 분께서 늘 응원해주시는 덕분에 행복하게 배구 하고 있어요. 어머니께서 가끔 경기 끝나고 쉬고 싶을 때 한두 마디 하셔서 싸울 때도 있지만요.


Q. 1학년 때부터 주전 생활을 했어요. 본인이 생각하는 장점은 무엇인가요.


A. 네! 참 운이 좋은 것 같아요. 그 때 경험이 저를 발전시키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더 잘해서 계속 뛰고 싶어요. 장점은 팔이 다른 친구들에 비해 긴 편이에요. 그래서 높이가 있는 게 장점이죠. 어린 시절 발레를 해서 점프력도 꽤 좋아요.


Q. 팀 자랑을 하자면.


A. 우리 팀은 정말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를 자랑해요. 여기서 운동하는 건 행운이에요. 새로 차 감독님이 오신 이후로 결승전에도 여러 차례 올라갔고요. 감독님께 믿음이 가니 좋아요.


Q. 앞으로 목표를 어떻게 세웠나요.


A. 언니들 졸업한 올해에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부상 없이 스스로 몸 관리 잘 해서 현대건설 양효진 언니처럼 좋은 미들블로커가 되고 싶어요. 효진 언니처럼 견고한 블로킹을 자랑하는 선수가 되는 게 꿈입니다.


서울중앙여고 선수명단 (2018년)


이름 학년 신장 포지션


이윤주 3학년 171cm 세터, 주장


신소원 3학년 177cm 윙스파이커


엄찬미 3학년 160cm 리베로


김사랑 3학년 180cm 윙스파이커


양유민 3학년 180cm 미들블로커


이다현 2학년 184cm 미들블로커


이세송 2학년 170cm 윙스파이커


이령규 1학년 164cm 리베로


송유정 1학년 174cm 아포짓 스파이커


글/ 이광준 기자


사진/ 홍기웅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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