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조훈희 기자] ‘별들의 전쟁’에서 서 콜루시 시코마 페루자와 쿠치네 루베 치비타노바가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한국시간 17일 치러진 2018-19시즌 이탈리아 프로 배구리그(Lega Pallavolo Serie A) 플레이오프 4강 준결승 1차전에서 페루자는 아지무트 레오 슈즈 모데나에 3-1(25-15, 26-24, 21-25, 26-24)로, 치비타노바는 이타스 트렌티노에 3-2(20-25, 25-23, 19-25, 28-26, 21-19)로 각각 승리를 거두고 결승 진출 교두보를 확보했다.
주포 빠진 페루자, 집중력에서 앞섰다
정규리그에서 1위팀 페루자는 모데나(4위)에 큰 승점차(18점)로 앞서며 객관적 전력상 우위에 있었다. 그러나 이번 준결승을 앞두고 페루자는 악재를 만났다. 지난 14일 베로 발리 몬자와의 8강 3차전에서 종료 후 주포인 알렉산다르 아타나시예비치(아포짓, 200cm)가 오르두나 산티아고(세터, 188cm)와의 불미스런 충돌로 대회 상벌위로부터 2경기 출장정지 중징계를 받은 것. 미들블로커 파비오 리치( 205cm)에게도 한 경기 출전정지처분이 내려졌으나, 경기 직전 감면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알렉산더 베르거(윙스파이커, 194cm)를 대체 투입했으나 공격력 저하는 불가피한 상황.
그러나 페루자는 에이스 윌프레드 레온 베네로(윙스파이커, 202cm)가 건재했다. 팀은 그의 공격 점유율 49.4%(41/83)을 크게 높이고 강서버들을 적극 활용하여 아타나시예비치의 공백으로 인한 전력손실을 줄였다.
경기 시작과 함께 마르코 포드라스카닌(미들블로커, 203cm)-레온의 서브가 작렬하며 티네 우르나우트(윙스파이커, 200cm)와 바르토스 베드노즈(윙스파이커, 201cm), 살바토레 로시니(리베로, 185cm)를 축으로 한 모데나의 리시버 진을 크게 흔들었다. 페루자는 경기 초반 8-2로 스코어를 벌리며 1세트를 손쉽게 따냈다.
하지만 모데나도 순순히 물러서지는 않았다. 리시버 라인을 정비한 뒤 서브 폼을 서서히 회복한 간판스타 이반 자이체프(아포짓, 204cm)를 내세워 2세트 이후 반격에 나섰다. 레온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루치아노 데 체코(세터, 191cm)의 세트 패턴을 읽은 모데나는 베드노즈의 깜짝 활약까지 더해지며 3세트를 따냈다. 4세트 초반에도 레온을 3연속 블록 셧아웃하며 4-1로 리드를 잡으며 기세를 이어갔다.
자칫 5세트로 몰릴 수 있었던 페루자를 위기에서 구해낸 소방수는 필리포 란자(윙스파이커, 198cm)였다. 포드라스카닌의 서브 로테이션에서 얻은 찬스들을 연달아 득점으로 연결시켜 승부의 추를 6-6 원점으로 돌려놓은 그는 8-7 역전 득점마저 성공시키며 경기 분위기를 가져왔다.
4세트 후반 자이체프 서브에 21-21 동점을 내주고 모데나와 듀스 접전을 벌인 페루자였으나, 결국 서브와 공격에서 연이어 집중력 부족을 드러낸 모데나의 허점을 파고들어 경기를 매듭지었다.
모데나도 1세트 이후 흐름이 그리 나빴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서브에서 큰 열세(2:10)를 보였고, 무엇보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속출하는 공격범실(2세트 24-25에서의 베드노즈, 4세트 24-25에서의 우르나우트)이 발목을 잡았다. 믿었던 주포 자이체프가 공격 결정력 38.09%(8/21)에 그치며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는 점도 무척이나 아쉬운 대목이었다.
치비타노바, 시몬 강서브로 전세 뒤집다
같은 시간 트렌티노의 홈인 BLM Group Arena에서 펼쳐진 트렌티노-치비타노바 전에서는 강한 서브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됐다. 특히 ‘불리한 전세를 일거에 뒤집는 승부수로서의 서브’라는 측면이 더욱 두드러진 경기이기도 했다.
치비타노바는 츠베탄 소콜로프(아포짓, 206cm)-후안토레나(윙스파이커, 200cm)-요안디 레알(윙스파이커, 202cm) 등 세계 최고수준의 공격력을 갖춘 좌·우 윙 스파이커들을 보유한 팀이다. 이에 비해 트렌티노 선발 라인업은 에런 러셀(윙스파이커, 205cm)-우로스 코바체비치(윙스파이커, 197cm)-루카 베토리(아포짓, 199cm)로 무게감이 떨어졌다.
따라서 트렌티노가 치니타노바를 따돌리고 결승에 오르기 위해서는 스렉코 리시나치(205cm)-다비데 칸델라로(200cm) 미들블로커 활약과 제니아 그레베니코프(188cm)로 대표되는 후위를 잇는 유기적인 수비 조직력이 필요했다. 또 상대의 리시버들을 흔들 수 있는 서브 전술도 필수적이었다.
안젤로 로렌제티 트렌티노 감독의 구상은 이러한 기본 골자 위에 놓여있었고, 실제 경기 내에서 상당 부분 구현되어 승리까지 한발만을 남겨뒀었다. 결과가 그의 계산과 달랐던 것은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한 가지 요인이 개입한 까닭이었다. 바로 상대 서브. 로버랜디 시몬 아티스(31세, 208cm)의 서브가 그것이었다.
2, 4, 5세트에서 승부의 흐름이 뒤바뀌거나 치바타노바쪽으로 승기가 기우는 순간에 언제나 시몬의 서브가 있었고, 때마가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2세트 2-7까지 뒤지던 트렌티노가 뒷심을 발휘해 22-22 동점까지 추격했던 상황에서 소콜로프에게 세트 포인트를 내준 원인이나 26-28로 내준 4세트에서 24-25로 재역전을 허용한 계기가 모두 시몬의 서브로부터 비롯되었다. 심지어 5세트에서는 13-11 상황이 시몬 서브에 의해 13-14로 뒤집히는 광경마저 연출되었다.
물론 러셀의 결정력 부족(공격성공률 38.46%(10/26))과 칸델라로의 부진(공격성공률 37.5%(3/8))으로 인한 수비조직력 저하, 시모네 지아넬리(세터, 198cm)의 세트 범실 등도 패인이었지만, 서브에서 치비타노바에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던 점이 트렌티노로선 뼈아팠다. 날개진 파괴력에서 상대에 밀리는 트렌티노가 서브에서도 이렇다 할 강점을 보이지 못한다면 준결승 시리즈 내내 고전을 면하기 어려울 것임은 자명하다.
2차전은 상대 팀의 홈으로 장소를 바꿔 치러진다.
5전 3선승제로 펼쳐지는 이번 4강 시리즈는 1차전(17일), 3차전(23일), 5차전(29일)을 정규리그 1위팀 페루자와 2위팀 트렌티노의 홈인 Pala Barton과 BLM Group Arena에서, 2차전(20일), 4차전(26일)을 3위팀 치바타노바의 Eurosuole Forum과 4위팀 모데나의 PalaSport G.Panini에서 갖는다.
이대로 페루자와 치비타노바의 연승이 이어질 것인가, 모데나와 트렌티노의 반격이 시작될 것인가. 준결승전은 이제 한 경기가 끝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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