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대한항공 새 외국인 선수 안드레스 비예나(26세, 스페인, 192cm)는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
2019 KOVO(한국배구연맹) 남자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드래프트가 지난 10일(이하 한국기준) 캐나다 토론토 첼시 호텔에서 열렸다. 2019~2020시즌 V-리그 남자부를 빛낼 외국인 선수 7명이 모두 정해졌고 그중에서도 대한항공의 선택이 화제를 모았다. 4순위 지명권을 얻은 대한항공은 192cm의 안드레스 비예나를 선택했다. 비예나는 이번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 중 최단신이었다. 역대 V-리그 외국인 선수 중에서도 등록된 신장 기준 최단신이다. 192cm라는 신장은 국내 선수 중에서도 큰 신장이 아니다.
지명 이후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조금 색다르게, 완전한 스피드 배구를 해보자는 취지에서 결정했다”라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이어 배구 지능이 굉장히 높은 점을 강점으로 봤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비예나는 OK저축은행의 선택을 받은 레오 안드리치와 함께 현장 평가가 좋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감독들로부터 가장 배구를 잘 아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고 공격과 서브에서도 기술력이 돋보였다고 한다. 신장이 192cm였음에도 사전 선호도 13위에 올랐다는 건 그만큼 비예나가 보여준 신장 외에 실력은 어느 정도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
스페인 출신 비예나는 커리어 대부분을 스페인 리그에서 보냈다. 최근 두 시즌도 스페인 리그 CV 테루엘 소속으로 보냈다. 테루엘 소속으로 활약은 좋았다. 2017~2018시즌 도중 테루엘로 이적해 팀 우승에 일조했고 2018~2019시즌에는 팀의 주 공격수로 활약해 팀의 2연패를 이끌었다.
2018~2019시즌 비예나는 챔피언결정전 세 경기에서 총 42점, 공격 성공률 52.2%(35/67)를 기록해 파이널 MVP를 수상했다. 비예나는 과거 유니카야 알메리아와 우르비아 발리 팔마 시절에도 파이널 MVP를 수상한 바 있다. 정규리그에서는 총 418점으로 총 득점 2위(세트당 득점은 4.59점으로 4위), 서브 부문 4위(세트당 서브 0.46개)에 올랐다.

사진: 지난해 스페인 대표팀 소속으로 골든 리그에 출전한 비예나
비예나는 현재 스페인 국가대표팀에서도 주 공격수 역할을 소화 중이다. 지난해 열렸던 2018 CEV(유럽배구연맹) 골든 유로피언 리그 남자부에서도 팀 내 최다 득점(114점)을 기록했고 공격 성공률은 56%였다. 이처럼 스페인 국가대표팀과 이전 소속팀에서 보여준 활약은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보여준 비예나를 향한 호평을 어느 정도 뒷받침해준다.
하지만 역시 관건은 작은 신장에 따른 하이볼 처리 문제이다. V-리그에서는 높은 타점과 힘을 바탕으로 하이볼 처리가 뛰어난 선수를 선호했다. 외국인 선수가 국내 선수와 비교해 확실하게 가져갈 수 있는 우위는 보통 신체적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비예나는 분명 이것과는 거리가 멀다.
박기원 감독 역시 이 점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박 감독은 “이단 공격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스피드 배구를 하며 바꿔보려 한다. 이번 기회에 스피드하게 해보겠다”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박 감독이 말하는 스피드 배구를 펼치기에는 좋은 전력을 가진 팀이다. 정지석-곽승석으로 이어지는 국내 공격수 라인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으며 속공 활용도도 매우 높은 팀이다(2018~2019시즌 속공 횟수 2위(537회), 성공률 1위(62.76%)). 스피드 배구를 펼치기 위해 근간을 이루는 리시브 안정감도 높은 팀이다(2018~2019시즌 리시브 효율 1위).
하지만 그간 V-리그에서 신장은 조금 작아도 기술이 좋은 선수보다 힘과 높이에서 강점을 가진 선수들을 선호한 건 어려운 볼 처리에서 외국인 선수 덕을 보기 위함이었다. 서브 위력이 갈수록 올라가는 상황에서 하이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를 주로 처리하는 외국인 선수가 오픈 공격에 강점이 있다면 팀이 보는 이점도 클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신장이 작은 비예나를 지명하면서 본래 외국인 선수로부터 가지는 이점 대신 새로운 길을 택했다. 박 감독이 지향하고자 하는 스피드 배구를 펼칠 여건은 갖춰져 있지만 약점도 뚜렷해진 상황이다. 대한항공이 이를 팀 차원에서 어떻게 풀어갈지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 대한항공을 보는 흥미로운 지점이 될 것이다.
사진=토론토/ 유용우 기자, CEV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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