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NL] 남자부 프리뷰 ① 중국 독일 이란 이탈리아 편

이광준 / 기사승인 : 2019-05-27 09: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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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5시 이란-이탈리아 개막전


[더스파이크=조훈희 기자] 지난 21일 미국과 벨기에의 여자부 2조 경기를 시작으로 막을 연 2019 FIVB(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이하 VNL). 이제 남자 부 일정이 오는 31일 중국의 장먼 스포츠 센터에서 열리는 이란-이탈리아의 1조 경기와 함께 문을 연다.



이번 2회 대회에서 가장 큰 변화는 출전국의 변화다. 지난 대회에서 1승 14패로 도전 팀 그룹(캐나다, 불가리아, 호주, 한국) 및 전체 최하위로 그치며 출전자격을 상실한 한국 대신, 발리볼 챌린저 컵(이하 VCC) 우승팀 포르투갈이 새로 참가팀에 이름을 올렸다.



우승을 노리는 최상위 팀들과 잔류를 1차 목표로 삼는 도전팀 4팀, 그리고 다가올 큰 무대 - 2020 도쿄올림픽 대륙 간 예선(여자:8월 2~4일, 남자:8월 9일~11일)과 2019 CEV 남자 유로발리 본선(9월 12일~29일), 2019 월드컵(여자:9월 14일~29일, 남자:10월 1일~15일) - 를 겨냥해 이번 VNL을 전력 점검과 전술 시험, 세대교체의 기회로 삼으려는 나머지 팀들이 어우러지는 5주 간의 레이스가 곧 펼쳐진다.



VNL 개막에 앞서 이번 대회에 나서는 팀들이 지난 해 거쳐온 행보를 2018 VNL과 이탈리아-불가리아 월드 챔피언십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그들이 이번 대회에서 내놓을 운영전략들을 예상한다. 코앞으로 다가온 대회를 보다 알차게 즐기기 위해, 배구 팬들이 미리 알아둘 만한 몇 가지 내용을 담았다.



총 16개 팀을 네 개조로 나누어, 한 편에 네 팀씩 알아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1조는 이란과 독일의 조 선두 경쟁이 예상된다. 이탈리아가 이번 대회 엔트리에 주전급을 대거 제외한 상황이기 때문. (이탈리아는 지난 23~24일 칼리아리에서 벌인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1승 1패를 기록한 바 있다.) 최약체로 꼽히는 중국은 홈 어드밴티지를 앞세워 이변을 노린다.



중국(세계랭킹 20위) : 2018 VNL 15위(3승 9패, 승점 9), 2018 월드 챔피언십 22위(5패, 승점 0)



감독 : 라울 로자노 루시오(62세)
주장 : 지 다오슈아이(윙스파이커, 27세, 194cm)
팀 평균 기록 : 연령 24세, 신장 198cm, 스파이크 타점 : 351cm, 블록 높이 :339cm


중국은 지난 해 열린 이탈리아-불가리아 월드 챔피언십에서 푸에르토리코, 튀니지, 도미니카와 함께 ‘5전 전패(3세트 득, 15세트 실)를 당했다. 또한 승점을 단 한 점도 따내지 못한 3개국(중국, 튀니지, 도미니카) 가운데 한 팀이었다. 이 결과는 물론 브라질, 프랑스 등 우승후보와 상위 랭커(6위)인 캐나다, 1라운드에서 대회 최대 파란을 일으켰던 네덜란드 등 만만찮은 팀들과 같은 조에 속했던 탓이 컸지만, 사실 승·패 여부보다 더 문제시 된 부분은 경기력 쪽이었다. 호주와 더불어 아시아 최고 수준의 높이와 파워를 지녔지만, 호주와 달리 유연성과 순발력, 낮은 위치에서의 수비력 등의 고질적인 약점을 전혀 보완하지 못한 채 대회에 나선 까닭이었다. 사실 이 문제점은 VNL 기간 내내 지적받았던 부분이었다.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VNL에서 출장기회를 많이 부여한 장 징인(윙스파이커, 19세, 207cm)-리우 리빈(윙스파이커, 24세, 197cm) 리시버 조합 대신 지 다오슈아이-리우 리빈 라인으로 교체했지만, 오히려 시스템과 조직력의 혼란만 가중시킨 채 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중국은 지난 해 VNL와 월드 챔피언십을 통해 세대교체를 거의 마무리했다. 따라서 이번 대회의 주안점은 팀 전술과 조직력 차원에서의 레벨 업이 될 듯 보인다.



지앙 추안(아포짓 스파이커, 24세, 205cm) 일변도의 단순한 공격패턴과 선수 개인의 유연성·순발력 부족등의 난점들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대회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독일(세계랭킹 27위) : 2018 VNL 9위(7승 8패, 승점 23점), 2018 월드 챔피언십 본선진출 실패



감독 : 안드레아 지아니(49세)
주장 : 루카스 캄파(세터, 32세, 196cm)
팀 평균 기록 : 연령-24세, 신장-198cm, 스파이크 타점-337cm, 블록 높이-305cm


독일은 2017년 7월에 치러진 2018 월드 챔피언십 유럽지역 예선에서 큰 실패를 겪었다. 2차 예선 최종전에서 프랑스(5승, 승점 15)에 완패하며 본선 직행에 실패한 데 이어, 패자부활전 격인 3차 예선에서도 벨기에(5승)와 에스토니아(3승 2패, 승점 10)에 뒤진 채 3위에 그치며 끝내 출전이 좌절됐기 때문. 무난한 승리가 기대된 첫 경기 스페인전의 패배가 3차 예선 전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는데, 스페인에게는 이미 한 달 앞서 벌어졌던 월드리그 3그룹 준결승 전에서도 0-3 패배를 당한 바 있어 충격이 더 컸다.



괴르기 그로저(아포짓 스파이커, 34세, 200cm)없이 진행된 월드리그 플레이오픈 및 월드 챔피언십 예선을 모두 실패한 지아니는, 결국 8월의 2017 CEV 유로 발리 본선에서 다시 베테랑 에이스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돌아온 그로저는 독일을 이 대회 준우승으로 이끌며, 실패를 거듭하던 대표 팀에게 향하던 비판을 잦아들게 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로저의 어깨에 대표 팀의 운명을 걸 수는 없는 노릇. 독일의 작년 VNL 행보에는 ‘그로저 이후’에 대한 지아니의 깊은 고민이 묻어난다. 다니엘 말레샤(OP, 25세, 203cm)외에도 야콥 귄터(미들블로커, 23세, 211cm)나 모리츠 라이헤트(윙스파이커, 24세, 194cm)등 타 포지션의 선수들이 아포짓에 투입되는 등, 다각도의 시험이 반복됐다. 주전 아포짓 경쟁에 있어 시몬 히르쉬(OP, 27세, 204cm)의 우위는 여전하지만, 확고히 자리를 굳히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 상황. 따라서 아포짓 보강을 위한 지아니의 노력은 올해도 거듭 이어질 것이다. 크리스토프 막스(아포짓 스파이커, 23세, 202cm) 또한 이러한 의도에서 읽히는 소집이다.



독일은 지난 월드 챔피언십 본선진출 실패로 인해 랭킹이 17계단이나 떨어져 올 여름 올림픽 대륙간 예선에 나서지 못한다. 내년 초 주어질 단 한 번의 기회(대륙별 예선)는 그로저의 노쇠화가 더 진행된 상태에서 치러지게 된다. 따라서 아포짓 스파이커에서 확실한 카드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간판 미들블로커인 마르쿠스 뵈메(33세, 211cm)의 뒤를 준비하는 작업도 병행해서 이루어질 모양새다.



리오 슈미드갈(세터, 21세, 202cm)을 토마스 코치엔-팔켄바흐(세터, 31세, 192cm)로 교체한 것 외에 지난 대회와 대동소이한 엔트리를 유지한 가운데, 에이스인 크리스티안 프롬(윙스파이커, 28세, 204cm)와 젊은 주전 토비아스 크릭(미들블로커, 20세, 211cm)등의 활약은 이번 대회에서도 독일에게 ‘비빌 언덕’이 될 것이다.




이란(세계랭킹 8위) : 2018 VNL 10위(7승 8패, 승점 21점), 2018 월드 챔피언십 13위(4승 4패, 승점 12)



감독 : 이고르 콜라코비치(54세)
주장 : 사에드 마루프(세터, 33세, 189cm)
팀 평균 기록 : 연령-24세, 신장-199cm, 스파이크 타점-337cm, 블록 높이-320cm


2014 월드리그 1그룹 4위, 2014 월드 챔피언십 3라운드 진출(6위), 2016 리우 올림픽 8강행 등 훌리오 벨라스코(67)와 슬로보단 코바치(51)에 의해 황금기를 맞았던 이란배구의 한 사이클이 서서히 저물고 있다. 사에드 마루프, 사예드 무사비(미들블로커, 31세, 203cn), 파하드 가에미(윙스파이커, 29세, 197cm)에 이번에 다시 대표팀에 복귀한 샤흘람 마흐무디(아포짓 스파이커, 30세, 198cm)까지 당시 주역들이 어느덧 (만) 30세를 맞거나 중반에 들어서는 시점이다. 이란배구가 다음 사이클을 맞을 채비에 들어간 정황들은 지난 해 VNL부터 월드 챔피언십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발견된다.



지난 월드 챔피언십 본선 무대에서 가에미와 모함마드 자바드 마나비네자드(아포짓 스파이커, 23세, 200cm)와 치열한 주전 경쟁에 돌입한 모르테자 샤리피(윙스파이커, 20세, 193cm) 및 포르야 얄리(아포짓 스파이커, 20세, 209cm), 모함마드 레자 하즈라트포르타라타페흐(리베로, 20세, 187cm), 아미르 호세인 투크테(미들블로커, 19세, 203cm)등은 2017 U19 월드 챔피언십에서 이란의 첫 FIVB주최 세계 대회 우승을 이끈 차세대 기수들. 이미 작년 VNL에서 성인무대에 데뷔한 이들 중 얄리를 제외한 3인은 이미 월드 챔피언십 본선무대까지도 밟았다.



올해는 변화의 폭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아미르 모함마드 파라하트 카(윙스파이커, 19세, 199cm), 메흐란 페이제맘더스트(미들블로커, 18세, 205cm)등을 추가로 불러들였기 때문. 이 과정에서 마루프, 무사비, 마흐무디, 가에미의 네 명을 제외한 1980년대 출생한 선수들은 모두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그 중에는 마흐디 미란디(리베로, 33세, 172cm)등 상당시간 대표 팀 주전을 지켰던 선수들도 포함돼 있다. 이는 이란이 이번 VNL을 통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보다 명확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콜라코비치가 마흐무디와 얄리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더 두는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월드 챔피언십에서 강호들을 상대로 높이 면에서 다소 아쉬운 면을 보였던 알리 샤피(미들블로커, 28세, 198cm)가 자신의 입지를 굳힐 것인지도 재미있게 지켜 볼 대목이다.



이탈리아(세계랭킹 3위) : 2018 VNL 8위(8승 7패, 승점 24), 2018 월드 챔피언십 5위(8승 2패, 승점 24)



감독 : 지안로렌조 블렌지니(47세)
주장 : 시모네 지아넬리(세터, 22세, 198cm)
팀 평균 기록 : 연령-24세, 신장-198cm, 스파이크 타점-338cm, 블록 높이-308cm


이번 VNL에서 가장 확실하게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의 색채를 드러내고 있는 팀은 단연 이탈리아다. 블렌지니는 이반 자이제프(아포짓(OP), 30세, 202cm), 오스마니 후안토레나(윙스파이커, 33세, 200cm), 필리포 란자(윙스파이커, 28세, 198cm), 마시모 콜라치(리베로, 34세, 180cm)등 기존 주전 멤버와 함께 1990년생 이전 베테랑 상당수를 엔트리에서 빼냈다. 다비데 칸델라로(미들블로커, 29, 200cm)와 올레그 안토노프(윙스파이커, 30세, 198cm)가 대표팀에 잔류했을 뿐이다.



그들을 대신해 파비오 리치(미들블로커, 24세, 204cm)를 비롯해 94년생 이후 젊은 선수들이 대거 소집됐는데, 이들의 숫자는 총 엔트리 30명 중 23명에 달한다. 향후 대표 팀의 가용선수 풀을 넓히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최고 프로무대로 자타가 공인하는 이탈리아 리그는 브라질, 미국, 프랑스, 세르비아 등 내로라하는 세계배구 강국들의 간판급 스타 선수들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리그 선수들의 수준이 매우 높은 만큼 자국(이탈리아)의 신인급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출전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다. 이러한 상황의 장기적인 누적은 대표 팀 선수층의 질적·양적 수준의 하락을 초래한다. 뛰어난 리그 수준이 대표 팀의 약화를 이끄는 역설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최근에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윙들 중 이탈리아 국적의 선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비록 세리 아1(SERIE A1)에 리베로를 포함해 자국선수 3명이 코트 내 존재해야 한다는 규정이 존재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 프로 팀들의 이탈리아 출신 윙 기용 및 육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때문에 이탈리아는 유망주 보호를 위한 장치로서 2019-2020시즌부터 세리 아2를 대상으로 ‘팀당 외국인 2명 보유, 한 명 출전’만 허용하는 강력한 제한 규칙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VNL에서 이탈리아가 내린 결단은 리그의 조치에 발 맞춰 대표 팀 차원의 유망주 발굴 및 장기적 차원에서 전력 강화를 꾀한 방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이러한 대회 운영 방식은 다음 해 출전이 보장된 ‘코어 그룹’ 팀만의 특권이기도 하다.



선수 구성이나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이번 VNL은 주장 지아넬리에게 매우 힘든 상황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그가 얻을 경험은 다가올 큰 대회들에서 그 자신과 이탈리아 대표 팀이 앞으로 한 계단 더 오를 수 있는 발판으로 작용할 것이다.


사진_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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