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부산/이광준 기자] 마이크도, 치어리더도, 음악 소리도 없었다. 그렇지만 팬들의 환호성과 박수만으로도 기장체육관은 뜨거웠다.
22일 부산 기장체육관에서는 V-리그 남자부 4개 구단이 모여 벌이는 친선대회, 2019 부산 서머매치 2일차 일정이 진행됐다.
대회 첫 날인 지난 21일에는 무려 3,100여 관중이 현장을 찾아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틀차인 22일은 주중인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관중들이 1층을 가득 메워 또 한 번 열기를 더했다.
많은 팬들이 모여 보여준 성숙한 응원 문화는 인상 깊었다. 친선경기로 준비된 만큼 현장에는 응원석이나 치어리더 응원은 마련돼 있지 않다. 당연히 음악이 나오는 스피커나 장내 아나운서도 없다. 원활한 현장 진행을 위해 운영 팀이 몇 차례 마이크를 잡고 안내방송을 하는 정도였다.

각종 장비 없이도 팬들은 경기장 분위기를 충분히 뜨겁게 만들었다. 선수들이 몰입해야 하는 서브 준비 시간에는 차분하게 선수에게 집중했다. 강력한 스파이크, 그리고 이를 받아내는 디그 장면마다 팬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도 빼놓지 않았다.
친선경기에 임하는 선수들도 이런 응원에 한껏 달아올랐다. 매 플레이에 몸을 날리며 열을 올렸다. 몇몇 선수들은 직접 나서 응원을 유도하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팬들은 박수와 함성을 통해 이에 응하며 흥겨운 장면도 연출했다.
현장이 조용해 선수들의 육성이 고스란히 팬들에게 전달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공격할 때 넣는 기합이나 웜업존에서 선수들이 전하는 말들이 선명하게 들렸다. 팬들에겐 또 다른 재미요소였다. 대부분 팬들이 한 쪽 팀에 치우치지 않고 오롯이 배구를 즐겼다. 승자에겐 박수를, 패자에겐 위로를 보냈다. 승패를 떠나 ‘배구’를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됐다.

경기를 지켜본 구단 관계자들도 감탄했다. 한 관계자는 “사람이 이렇게 많이 모여 한목소리로 응원을 하니 스피커가 필요 없었다. 육성만으로도 가득 차니 오히려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렇게 육성 응원이 활성화되면 배구만의 고유한 구호나 응원법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배구만의 독특한 응원문화가 생긴다면 팬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논의는 지난 6월 열렸던 2019 KOVO(한국배구연맹) 통합워크숍에서 한 차례 진행된 바 있다. 경기장 내에서 음향 장비나 그 외에 다른 응원도구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게 되면 오히려 경기 관람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응원에 사용하는 각종 도구들은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에 분명 도움을 준다. 그러나 몸에 좋은 음식도 과하면 독이 되듯이 과한 사용은 방해가 될 수 있다.
부산 팬들이 보여준 육성 응원의 힘은 대단했다. 실제 V-리그에서도 이것이 긍정적으로 적용된다면 보다 성숙한 배구응원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진_부산/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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