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인제대회 비디오 판독을 담당하는 장비와 화면은 감독관 자리 옆에 마련되어 있었다.
[더스파이크=인제/서영욱 기자] 대학배구연맹이 비디오 판독을 도입함으로써 판정 수준을 높이는데 힘을 쏟고 있다.
대학배구연맹은 지난달 24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2019 현대캐피탈배 전국대학배구 인제대회(이하 인제대회)에서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그전까지 대학 경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비디오 판독을 도입한 것이다.
지금까지 V-리그를 제외한 아마추어 무대에서 비디오 판독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예산 문제에 부딪혔다. 대학배구연맹은 이번 인제대회를 통해서 마침내 비디오 판독을 시범 실시했다. 인터넷 중계용 화면 외에 총 다섯 개 화면이 다른 각도로 코트를 비추고, 비디오 판독을 신청하면 해당 판정에 관련된 화면을 감독관 모니터로 넘겨주는 방식을 채택했다.
비디오 판독 횟수는 세트당 1회이며 오심 및 판독 불가일 경우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었다. 이는 2018~2019시즌 V-리그 비디오 판독 횟수와 같다. 판독 가능 항목 역시 V-리그와 같다. 다만 대학배구연맹은 ‘포히트’와 ‘시차가 있는 더블 컨택’을 분리해 10개 항목으로 규정했다. 캐치볼과 오버핸드 핑거액션에 대한 더블 컨택, 포지션 폴트와 인터페어, 오버넷은 판독 불가 항목이다.
판독 요청 가능 상황
- 인/아웃(외부 물체 접촉 반영)
- 터치아웃
- 네트터치
- 수비 성공/실패
- 라인폴트
- 안테나 반칙
- 포히트
- 시차가 있는 더블컨택
- 후위선수반칙 (네트상단 공격 및 블로킹 행위)
- 리베로전위세트 (네트상단 공격 완료시)
이처럼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게 된 이유는 결국 정확한 판독을 위해서다. 대학배구연맹 관계자는 TV 중계를 하는 준결승 전까지는 별도 중계진 없이 진행하더라도 비디오 판독을 시도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인제대회는 조별예선을 인터넷으로 중계하기는 했지만 중계진은 없이 화면만 송출됐다.
비디오 판독이 없을 때는 인/아웃이나 블로커 터치아웃 등 빠르게 지나가고 판정이 어려운 경우 감독이나 선수들이 항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번 판정이 나오면 웬만하면 번복되지 않고 확인할 방법이 없어 판정 항의로 경기 시간이 늘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인제대회에서는 비디오 판독을 도입한 덕분에 판정에 항의하는 시간은 많이 줄어들었다. 대학배구연맹 관계자도 비디오 판독까지 거친 판정은 감독들이 받아들이고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조별예선에서 비디오 판독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 결정적 장면도 있었다. 4강 진출이 달린 한양대와 경희대 경기 5세트 14-13에서 경희대 서브 인/아웃을 두고 현장이 시끌벅적했다. 심판은 아웃으로 판정했고 경희대에서 곧장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판독 결과 인으로 번복됐고 경희대가 승리했다. 만약 최초 판정대로 아웃이 됐고 14-14 듀스가 됐다면 승자가 바뀔 수도 있었다.
비디오 판독 도입 자체는 현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인제대회에 참가한 한 대학팀 감독은 “그간 대학 경기에 있었던 심판 판정에 대한 신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 자체는 긍정적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선수들도 중요한 순간 판정에 흔들릴 때가 많았는데, 그런 걸 고쳐줄 수 있다. 의미가 크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대학 감독 역시 개선 의지를 보였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감독은 “첫 도입이라 운영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경기 시간도 조금 늘어질 때가 있다”라고 개선해야 할 점도 전했다.
운영 측면 외에도 비디오 판독 기술적인 면에서도 이번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비디오 판독을 위한 화면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화면 상태가 좋지 않아 판독 불가가 나오는 장면도 꽤 있었다. 인제대회 비디오 판독을 담당한 isportsTV 박정석 전무이사는 “V-리그에서 활용하는 장비는 340프레임 초고속 카메라이다. 인제대회에는 예산 문제로 120프레임 고속 카메라를 활용했다”라며 “인/아웃은 어느 정도 명확하게 보이지만 네트 부근에서 펼쳐지는 플레이(블로커 터치아웃, 포 히트 등)의 판독이 쉽지 않다”라고 이러한 문제가 생기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장비상의 문제와 함께 여대부 경기를 함께 치른다는 점에서 생긴 문제점이었다. 여대부 경기가 먼저 열리고 남대부 경기를 치르면서 네트 높이 조정으로 인해 카메라를 고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장비 한계의 경우 8일부터 열리는 해남대회에서 좀 더 높은 프레임을 구현하는 카메라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배구연맹은 그간 대학 무대에서 이어진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이러한 노력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확대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인제/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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