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잠실/이광준 기자] 한 쪽 날개만으로는 날 수 없었다. 한국의 공격 불균형은 일본을 상대로 위력을 내지 못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지난 24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 신한금융 서울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 일본과 4강전에서 1-3(25-22, 23-25, 24-26, 26-28)으로 패했다.
지켜보는 이들에게 큰 충격을 준 결과였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첫 우승을 노렸다. 이제까지 한국은 아시아선수권과 연이 없었다. 이번 대회는 마침 처음으로 홈에서 열리는 대회였다. 우승을 노리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게다가 아시아 여자배구 강국인 중국과 일본이 1군 대표팀을 끌고 오지 않았다. 중국은 1.5~2군을, 일본은 U20 청소년대표팀을 주축으로 해 대회에 참가했다. 1군 전력으로 참가한 태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한국이 우위에 있는 전력이라고 예상됐다.
한국은 조별리그서 태국을 잡고 준결승에 오르며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그러나 예상 외 상대였던 일본에 일격을 당했다. 전력 차이가 나는 상대라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정치적으로 특수한 관계에 있는 일본이었기에 패배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공격 불균형, OPP 결정력이 아쉬웠던 경기
한국은 이날 한 쪽 날개로만 날았다. 두 윙스파이커 김연경, 이재영이 팀 내 득점 대부분을 담당했다. 김연경이 30점, 이재영이 20점으로 뒤를 이었다. 이날 두 선수만 한국에서 두 자릿수 점수를 올렸다. 김연경의 공격점유율은 38.61%, 이재영은 27.85%였다. 이 둘이 70%가 넘는 공격을 담당했다.
문제는 아포짓 스파이커, 그리고 미들블로커 쪽에서 점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 김희진은 이날 9점에 그쳤다. 공격성공률은 22.86%로 저조했다. 교체 투입된 하혜진도 단 1점을 냈을 뿐이었다. 중앙에서는 선발로 시작한 양효진이 7점, 김수지가 4점을 기록했다. 각자 블로킹 득점을 제외하면 공격득점은 4점, 1점에 불과하다.
공격의 불균형은 곧 과부하 문제로 이어진다. 게다가 윙스파이커의 경우 리시브와 후위 수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포지션이다. 공격까지 병행하게 될 경우 뒤로 갈수록 결정력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공격수들 역할이 중요하다.
이는 일본과 큰 차이였다. 일본 역시 이날 30점을 올린 선수가 있었다. 바로 윙스파이커 이시카와 마유였다. 이시카와는 순수 공격으로만 30점을 기록했다. 공격성공률은 49.18%였다.
그러나 일본에는 이시카와 외에도 무려 네 명의 두 자릿수 득점자가 더 있었다. 미들블로커 히라야마 시온이 14점, 윙스파이커 소가 하루나 13점을 기록했다. 그 외에도 오사나이 미와코 11점, 야마다 니치카 10점이었다.
일본은 에이스 공격수가 득점력을 과시하면서도 다른 공격수들 역시 일정 점유율 이상을 가져가면서 균형을 맞췄다. 한국 블로커들은 예측할 수 없는 상대 공격 패턴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매번 문제로 지적되던 한국 아포짓 스파이커 공격력이 유독 아쉬웠던 경기였다. 이날 김희진, 그리고 교체로 출전한 하혜진은 좀처럼 상대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다. 공격 스페셜리스트 포지션인 아포짓 스파이커에 걸맞지 않은 플레이였다.
한국은 세터 염혜선과 이나연이 뛰고 있다. 둘은 합류한지 얼마 안 된 선수들이다. 중앙 속공 운영은 합을 맞추는 데 꽤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이 때문에라도 큰 공격을 담당해줄 아포짓 스파이커 활약이 필요했다. 특히나 중요한 경기에서는 아포짓 스파이커의 한 방이 승부를 결정짓곤 한다.
결국 한국이 이날 밀린 것은 득점의 불균형, 그 중에서도 아포짓 스파이커의 결정력 부재가 큰 이유였다.

신장이 정답은 아니다, 단신 극복한 일본
일본은 대부분 단신 선수들이다. 주포 이시카와 마유, 소가 하루나 둘 모두 173cm밖에 안 된다. 192cm인 김연경과는 20cm가량 차이가 난다. 이런 차이로 일본은 이날 블로킹 단 1득점에 그쳤다. 한국이 9개를 잡아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일본은 이런 단점을 수비 조직력과 젊은 패기로 극복했다. 일본의 수비는 공격보다도 더 빛났다. 매 공격에 철저한 커버 플레이, 코트 위 모든 선수들의 놀라운 수비 능력은 그야말로 코트 위에 빈틈을 두지 않았다.
일본은 신장에서 열세를 알고 이에 맞는 전술을 가져왔다. 대부분 블로킹은 득점을 노리기보단 유효블로킹을 만드는 것에 치중했다. 막아내기보다는 위로 튀게끔 해 공격으로 연결하는 전략이었다. 여기서 이어지는 하이볼 반격 적중률은 굉장히 뛰어났다. 에이스 이시카와 마유의 공격력이 뛰어난 것도 이유였지만 정확한 연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배구에서 신장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일본의 플레이는 배구에서 신장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한 발 먼저 움직이는 민첩함, 그리고 팀 전체가 하나처럼 움직이는 조직력까지. 일본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결승으로 오르기에 충분했다.
3·4위전 남았다, 한국 vs 중국
우승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마지막 3, 4위전이 남았다. 한국은 25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중국과 동메달을 놓고 다툰다. 중국은 일본과 달리 장신 공격수들을 바탕으로 선 굵은 플레이를 펼친다. 한국이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만큼은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경기는 SBS스포츠에서 생중계로 확인할 수 있다.
사진_A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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