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잠실/서영욱 기자] “어제 경기는 저뿐만 아니라 모두 속상했어요. 하지만 다들 마음을 다잡고 잘 해냈습니다.”
김연경은 이번 제20회 신한금융 서울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이하 아시아선수권) 마지막까지 주장의 품격을 보여줬다. 김연경은 25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3위 결정전 중국과 경기에서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9점을 몰아쳤다. 중요한 순간마다 득점을 만들어내며 주 공격수다운 면모를 보였다. 이런 김연경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은 중국을 3-0으로 꺾고 아시아선수권을 3위로 마쳤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김연경은 전날 일본에 당한 준결승전 패배를 곱씹었다. 전날 패배 여파인지 김연경은 경기 전, 평소보다 더 큰 액션을 취하고 파이팅을 내뿜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어제 경기는 나뿐만 아니라 코칭 스태프까지 모두 속상했다. 서로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라며 “분위기도 다운됐고 4일 연속 경기로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선수들에게 좀 더 힘내자고, 내가 한 발 더 움직이겠다고 했다”라고 경기 전 분위기를 돌아봤다.
이어 김연경은 “선수들이 모두 잘해줬고 따라와줘서 고맙다. 우리가 원했던 메달 색은 아니지만 승리로 대회를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소감을 덧붙였다.
김연경은 대회를 마친 심경에 대해 더 자세히 풀어놨다. 그는 “우선 ‘끝났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양)효진이나 나는 이번이 마지막 아시아선수권일 수도 있다.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대표팀은 항상 쉽지 않은 것 같다. 힘들기도 하고 마무리가 잘 됐다고 해도 마냥 좋지만은 않다.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며칠 쉴 수 있다는 점은 좋다”라고 솔직한 감정을 덧붙였다.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 다시 드러난 ‘김연경 의존도’에 관한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한국은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부임 이후 다양한 공격 옵션 활용을 위해 노력했다. 미들블로커를 활용한 속공과 이동 공격의 비중도 높였고 윙스파이커들의 파이프 공격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라바리니 감독 부임 이후 첫 대회였던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는 경기를 치를수록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세터들이 의도적으로 미들블로커에게 볼을 올려줬고 후위 공격도 활용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이다영이 부상으로 이탈한 2020 도쿄올림픽 대륙간 예선전부터는 이런 모습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도 20점이 넘어가는 급박한 상황에서는 대부분 볼이 윙스파이커에게 올라갔다. 단순한 공격 옵션에 한국은 20점 이후 상대에게 추격을 허용하거나 역전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세터와 공격수 호흡을 오랫동안 맞출 수 없어 미들블로커를 활용한 공격이나 후위 옵션도 활용하기 어려웠다.
김연경은 “공격 패턴이나 점유율이 우리가 연습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VNL 때는 많이 바뀐 듯했지만 다시 예전 스타일로 가는 것 같아 걱정도 됐다”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감독님도 언급한 부분이지만 세터가 자주 바뀐 영향도 있다.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과 부담에 연습한 게 나오지 않는 것도 있다”라며 원인을 짚었다.
김연경은 “이런 부담 있는 경기에서도 많은 패턴을 활용하고 이겨내야 달라진 배구를 할 수 있다. 라바리니 감독님이 여기까지 와서 지도하는 이유도 다른 배구를 만들어내기 위함이다”라며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하면서도 “지금까지 해온 게 있기 때문에 바뀌는 게 쉽진 않다. 하지만 바뀌는 과정이고 시간이 지나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켜봐달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사진=잠실/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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