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KE포커스] 1년을 돌아 만난 최태웅-에르난데스의 너무 빠른 이별

이광준 / 기사승인 : 2019-10-19 05: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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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긴 기다림 끝에 함께하게 된 최태웅 감독과 에르난데스. 그러나 이들의 결말은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왔다.

지난 17일, 현대캐피탈 홈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카드와 경기가 한창이던 중, 현대캐피탈 외국인선수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에르난데스)가 착지 과정에서 팀 동료 발을 밟고 떨어져 부상을 입었다.

정밀검진 결과 발목골절 부상이었다. 수술을 하게 될 경우 최소 2~3개월 회복시간이 필요한, 아주 심각한 부상이었다. 결국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외국인선수 교체를 결정했다.


긴 기다림, 그리고 갑작스런 결말

최태웅 감독과 에르난데스는 올 시즌 참 극적으로 만났다. 그 시작은 에르난데스가 처음으로 V-리그 트라이아웃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2018년부터다. 당시 에르난데스는 최태웅 감독 외에 감독들에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 때문에 사전 선호도 평가도 29위로 순위가 낮았다.

에르난데스는 현장에서 뛰어난 실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리시브가 가능하고, 수비에서도 굉장히 적극적이었다. 국내 아포짓 스파이커인 문성민이 있는 현대캐피탈에겐 최적의 선택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구슬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5순위 지명권을 받았다. 현장에서 뛰어난 플레이로 주목을 받은 에르난데스는 결국 4순위 OK저축은행 선택을 받았다.

그렇게 시작된 2018~2019시즌, 에르난데스는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쳤다. 그 당시에는 요스바니라는 등록명으로 뛰면서 팀 공격, 수비 모두에 적극적으로 기여했다. 시즌 초반 OK저축은행이 선두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에르난데스의 공이 컸다.

그러나 시즌이 거듭될수록 팀 성적은 떨어져 갔다. 게다가 막판 에르난데스에게 어깨 부상까지 찾아왔다. 5위로 시즌을 마친 OK저축은행은 에르난데스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이어 지난 5월에 열린 캐나다 토론토 트라이아웃. 에르난데스를 향한 현장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시즌 막판에 있었던 어깨 부상 때문이었다. 당시 메디컬 테스트 결과 오른쪽 어깨 80%가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 상태로 한 시즌을 온전히 치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컸다.

딱 한 명, 최태웅 감독만큼은 생각이 달랐다. 최 감독은 에르난데스를 포기하지 않았다. 미리 에르난데스 어깨 상태에 대해 수소문해 알아보는 정성도 들였다. 그를 통해 ‘운동선수들이 가질 수 있는 가벼운 부상’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긴장된 드래프트 순간, 직전 시즌 우승팀인 현대캐피탈은 가장 마지막 선택권을 얻었다. 앞 순위 여섯 개 팀이 모두 그를 지나쳤다. 최태웅 감독은 환한 웃음과 함께 에르난데스를 선택했다. 왼손으로 에르난데스가 앉아있는 곳을 가리키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전부터 원했던 그 이름을 1년이 지나고서야 부를 수 있었다. 최 감독은 당시 인터뷰에서 “이 선수가 남아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1번이었다. 제발 남으라고 기도했는데 기도가 먹혔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큰 기대를 받았던 만큼, 에르난데스의 부상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1년의 기다림은 단 두 경기 만에 이별이란 결말을 맞았다.


쉽지 않은 대체선수 찾기

그 다음도 문제다. 현대캐피탈은 시즌 돌입 후 외국인선수 교체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대체선수 명단에 있는 선수들이 팀을 구해 시즌에 돌입했을 시기여서 적당한 외인을 찾는 게 쉽지 않은 때다.

올 시즌 개막 전 다른 팀에서 외인 교체가 잦았던 것도 발목을 잡는다. 괜찮은 대체선수 몇 명이 이미 팀에 합류한 이후다. 우리카드는 아가메즈-제이크 랭글로이스를 거쳐 펠리페를 택했다. 삼성화재는 조셉 노먼에서 안드레아 산탄젤로로 외국인선수를 교체했다. KB손해보험도 개막 직전 산체스를 브람으로 교체하며 시즌에 돌입했다.

최태웅 감독이 어떤 포지션의 외국인선수를 찾을 지도 향후 팀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에르난데스와 같은 윙스파이커 포지션을 선택한다면 다행이지만, 아포짓 스파이커가 올 경우엔 시스템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최태웅 감독은 이에 대해 지난 18일, <더스파이크>와 전화통화에서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선수들을 열어놓고 확인하겠다”라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두 경기서 2패로 시즌을 불안하게 출발했다. 여기에 외인 부상이라는 악재까지 덮쳐 위기인 상황. 당분간은 국내 선수들만으로 뛰면서 이 분위기를 반전해야 한다. 디펜딩챔피언 현대캐피탈이 어떻게 이 위기를 타개해 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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