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인천/이광준 기자] 베테랑들의 경험. 삼성화재가 그 힘을 제대로 증명했다.
삼성화재는 2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도드람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 원정 경기에서 3-1(22-25, 25-23, 25-14, 25-19)로 승리했다. 개막 후 2연패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삼성화재는 이후 곧바로 2연승을 내달리며 상승세를 탔다.
삼성화재가 2연패에 빠질 당시만 해도 분위기는 꽤나 심각했다. 여러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불안한 전력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비록 초반이었지만 자칫 선수들 복귀까지 계속 연패를 할 경우, 시즌 전체 전망이 어두워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삼성화재는 외인 산탄젤로가 아직까지 제대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컵 대회 이전에 생긴 발목 부상이 이유다. 회복은 다 됐지만 훈련이 부족해 출전하지 못하는 상태다.
정규시즌에서 외국인선수가 빠졌다는 건 굉장히 커다란 공백이다.
반전을 이끌어낸 건 삼성화재의 30대 형님들이었다. 맏형 박철우(34)를 중심으로 박상하(33), 김나운(32), 그리고 이번 시즌 팀에 새로 합류한 이승현(33)과 권준형(30)까지. 베테랑들이 하나로 뭉쳐 만들어낸 성과였다.
특히 남자부 1강으로 꼽힌 대한항공에게 거둔 승리는 그야말로 대어를 낚은 셈이었다. 뛰어난 공격결정력과 높은 블로킹으로 무장한 삼성화재였다.

중심에는 단연 박철우다. 박철우는 팀 주포로서 어떤 외국인선수보다 놀라운 화력을 연일 뿜어대고 있다. 첫 승리였던 지난 19일 KB손해보험전에서는 27득점, 이번 대한항공전에선 23점을 올렸다. 어떤 외국인선수가 부럽지 않은 활약이었다.
이런 활약은 적장마저 엄지를 치켜들게 했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그를 두고 “어떻게 저 나이에 해가 갈수록 경기력이 좋아지는가. 존중해야 할 선수”라고 극찬했다.
박철우 뒤에는 윙스파이커 김나운, 미들블로커 박상하가 있었다. 김나운은 리시브가 약하다는 약점 때문에 좀처럼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다. 그러나 최근 기회를 자주 받으면서 숨겨왔던 공격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김나운은 지난 KB손해보험전에서 17점을 올리며 자신감을 한껏 얻었다. 이어 대한항공과 경기서도 15득점, 공격성공률 66.66%로 매우 뛰어난 결정력을 자랑했다.

미들블로커 박상하는 연승 기간 동안 블로킹만 10개를 잡았다. 세트 당 수치로 환산해도 1.11개로 매우 높다. 지난 시즌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인해 좀처럼 활약하지 못했던 박상하가 올 시즌 팀 중앙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팀에 합류한 리베로 이승현과 세터 권준형 활약도 무시할 수 없다. 이승현은 팀 약점이던 리시브에 안정을 가져왔다. 권준형은 팀 주전세터 김형진이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메웠다.
연패 때만 해도 삼성화재가 이렇게 기운을 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적었다. 삼성화재 30대 형님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노련함으로 무장해 위기를 헤쳐 나갔다. 이들이 만든 2승에는 승리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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