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올 시즌 1강으로 꼽혔던 두 팀이 같은 날 나란히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누구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결과였다.
지난 22일은 인천 배구팬들에게 아쉬움이 크게 남았을 날이다. 남자부 대한항공, 여자부 흥국생명이 나란히 패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삼성화재에게 1-3(25-22, 23-25, 14-25, 19-25)으로, 흥국생명은 GS칼텍스에 0-3(21-25, 23-25, 25-27)으로 패했다. 두 팀 모두 올 시즌 첫 패배였다.
남자부 대한항공은 지난 세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강팀이다. 그리고 그 전력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주축 한선수를 바탕으로 정지석, 곽승석이 건재하다. 특히나 새로 뽑은 단신 외인 비예나가 똑똑한 배구로 연일 주목을 끌었다. 비예나 활약에 힘입어 대한항공은 지난 컵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대한항공은 신흥 라이벌로 떠오른 현대캐피탈과 함께 올 시즌 ‘2강’으로 꼽혔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이 외인 부상, 세터 불안 등 문제로 초반부터 흔들리면서 남자부는 ‘대한항공 1강 구도’라는 평가가 나왔다. 대한항공은 뛰어난 경기력으로 스스로 1강임을 증명했다.
그런 대한항공이 삼성화재에 무너졌다. 삼성화재 승리를 예견한 사람들은 드물었다. 삼성화재는 시즌 초반 각종 부상자들 공백으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주축 윙스파이커 송희채, 외인 산탄젤로, 여기에 세터 김형진까지 세 명의 주전 선수들이 뛰지 못하는 상황. 단순 전력 상 대한항공 우위를 점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경기는 그 모든 예측을 무너뜨렸다. 국내 최고 세터 한선수가 주는 공은 거듭 블로킹에 걸렸다. 정지석도, 곽승석도 힘을 제대로 못 썼다. 유독 범실도 많이 나왔다. 대한항공은 총 37개 범실로 상대보다 11개가 많았다. 지켜보던 대한항공 관계자는 “선수들이 귀신에 씌인 것 같다”라며 아쉬워했다. 개막 후 2연승을 달리던 대한항공 이름표에 ‘1패’가 올라간 순간이었다.

여자부도 예상을 깨는 결과가 나왔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통합우승 주인공이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탄탄한 전력을 갖춰 유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된 팀이다. 시즌 전 미디어데이에서 나머지 다섯 팀 감독들이 일제히 흥국생명을 우승 후보로 뽑을 정도였다.
흥국생명은 개막전부터 제대로 보여줬다. 지난 19일 열렸던 한국도로공사와 경기. 흥국생명은 뛰어난 화력을 앞세워 3-1(25-17, 25-14, 24-26, 25-23)로 상대를 제압했다.
그 중에서도 ‘핑크폭격기’ 이재영의 활약이 단연 독보적이었다. 33득점에 공격성공률은 58.49%였다. 여자부의 경우 공격성공률이 45~50%만 나와도 매우 뛰어난 수준이다. 이재영의 공격성공률은 남자부 선수들과 비교해도 높았다. 게다가 총 53회 공격 시도 중 범실은 단 1회에 불과해 더욱 놀라움을 샀다.
팀 합류가 늦었던 외인 루시아가 적응만 끝낸다면, 이재영-루시아 쌍포가 위력을 뿜어낼 것이라 기대를 모았다.
그런 흥국생명이 GS칼텍스를 만나 셧아웃 완패했다. 내용은 팽팽했지만, 결과적으로 일방적인 세트스코어였다. 첫 날 눈길을 끌었던 에이스 이재영이 14득점, 성공률 26.67%로 저조했다. '이재영 막기'에 총력을 쏟은 GS칼텍스 작전의 승리였다.
스포츠의 재미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라는 점에 있다. 뻔한 승부는 흥미를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한두 팀이 계속 강팀에 머문다면 리그 생명력도 떨어지게 된다. 이번 2019~2020 도드람 V-리그에는 승부를 점칠 수 없는 반전 경기들이 일찌감치 나오고 있다. 절대적인 강팀도, 약팀도 없다. 지난 22일 경기결과는 마치 남자부와 여자부 모두 올 시즌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할 것이라는 예고편과 같았다.
사진_문복주,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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