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노트] 사라진 일회용응원도구, 줄어든 음향… 계양체육관 달라졌다

이광준 / 기사승인 : 2019-10-23 14: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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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배구단, 경기장 응원문화 혁신 시도


[더스파이크=인천/이광준 기자] 일회용 응원도구가 사라졌다. 음향은 대폭 줄어들었다. 계양이 달라졌다.

지난 2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는 대한항공과 삼성화재의 시즌 첫 번째 맞대결이 펼쳐졌다. 원정팀 삼성화재가 3-1 로 승리했다.

대한항공의 홈 경기장, 인천 계양체육관이 지난 시즌과 비교해 달라졌다. 먼저 이전까지 팬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던 클래퍼(양쪽을 맞닿게 쳐 소리가 나게 하는 도구)가 사라졌다. 팬들은 각자 준비한 도구를 갖고 응원에 나섰다.

경기장 내 음향 크기도 이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시끄러운 음악보다는 팬들의 육성 응원으로 경기장이 채워졌다.

인위적인 응원보단 팬들의 진심에서 나오는 박수와 함성 소리가 분위기를 이끌어 갔다. 홈 팀이 위기에 처할 땐 안타까움의 탄식도 들렸다. 위기를 극복하고 치고 올라갈 땐 어김없이 환호가 터져 나왔다. 선수들의 육성도 훨씬 잘 전달됐다. 팬들은 차분히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날 현장에 온 한 팬은 “이전부터 종종 계양체육관에 와 대한항공을 응원했다. 올해 유독 조용해진 것 같다”라며 “그래서 배구에 집중하기가 더 좋아졌다. 무료로 나눠주는 도구들은 경기가 끝나면 짐만 됐는데 없으니 편하다”라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사진_대한항공은 재고로 남은 클래퍼를 컵 대회 때 모두 소진했다.
컵 대회 당시 클래퍼를 들고 대한항공을 응원하는 팬들 모습.


응원도구 축소와 경기장 내 소음문제는 지난 6월 열렸던 2019 KOVO(한국배구연맹) 통합워크샵에서 한 차례 이슈가 된 주제였다. 각 구단들은 당시에 “무분별한 응원도구 제공은 환경오염을 야기할 수 있다. 무료로 나눠주는 응원도구를 줄이자”라는 의견에 긍정적 반응을 내놓았다. 경기장 내 음향장비에 대해서는 다소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논의는 그 이후에도 계속됐다. 어느 한 방향으로 결론이 나진 않았다. 다만 ‘구단 별로 자체적인 시행을 해보자’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대한항공은 과감하게 변화를 추진했다.

대한항공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이효상 사원은 “환경을 보호하자는 뜻에 따라 클래퍼를 모두 없앴다. 재고로 남아있던 것은 지난 컵 대회 때 모두 소진했다”라고 바뀐 점에 대해 설명했다.

음향기기도 절반 정도만 작동하게끔 만들었다. 경기장이 조용해진 건 이것 때문이었다. 이효상 사원은 “줄이는 김에 음향도 확 낮춰 팬들이 배구에 더 몰입할 수 있게끔 유도했다. 응원단도 다소 힘들 수 있는데 다행히 뜻을 모아줘서 시행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_대한항공이 새로 출시한 머플러. 양 옆을 잡고 들어 응원도구로도 쓸 수 있다.
아래는 기념품매장에 비치된 모습.


재활용 의자 배치, 새로 머플러 제작도

대한항공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좀 더 많은 변화를 추구했다. 재활용 업체와 협의해 코트 귀퉁이에 새로운 형태의 의자를 뒀다. 드럼통을 잘라 만든 의자였다. 이 사원은 “환경오염 방지에 앞장서자는 의미로 이 의자를 배치했다. 앞으로 코칭 스태프들이 앉는 자리에도 이 의자를 놓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응원도구가 없어 손이 허전해질 염려가 있어 새로운 것도 만들었다. ‘GREAT JUMBOS’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 고급 머플러였다. 이미 올 시즌 시즌권을 구매한 팬들에겐 하나씩 지급했다. 현재 경기장 내에 마련된 대한항공 기념품 매장에 비치되어 있는 상품이다.

이효상 사원은 “이전부터 머플러 제작은 계획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러던 중 이 이슈가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추진하게 됐다. 겨울에 열리는 스포츠이니 실용적인 아이템을 찾다가 머플러를 택했다. 시즌 후반 많은 팬들이 경기장에 찾아 머플러를 들고 육성 응원하는 그림을 상상하며 이번 일들을 추진했다. 잘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사진_인천/문복주, 이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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