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날개 화력’ 우리카드, 초반 1위로
OK저축은행은 세 경기서 승점 9점
‘2강’ 대한항공-현대캐피탈, 흔들리는 출발
‘4연패’ 최하위 한국전력, 국내선수 활약 절실
[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2019~2020 도드람 V-리그 남자부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세 경기를 소화한 팀부터 다섯 경기를 뛴 팀들도 존재한다. 그 과정에서 예측하기 힘들었던 순위표가 나왔다. 우리카드와 OK저축은행이 1, 2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중위권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던 팀들이 상위에 오르면서 재미난 구도를 형성됐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시즌 초반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됐던 삼성화재가 그 뒤에 위치했다.
반면 올 시즌도 ‘2강’을 이룰 것이라던 대한항공, 현대캐피탈은 다소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종잡을 수 없는 결과들이 쏟아지면서 남자부 순위표가 요동치고 있다. 아직 경기 수가 많지 않아 순위 자체가 갖는 의미는 작다. 하지만 이전 시즌들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것을 기대하게 한다.
여기서는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있었던 경기 결과를 바탕으로 각 팀 최근 경기력과 분위기를 되짚어 본다. 그리고 29일부터 11월 3일까지 예정된 일정을 통해 앞으로 있을 한 주를 내다본다.

1위 우리카드 (승점 10, 4승 1패, 연속 2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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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vs 한국전력 3-1 승
27일 vs KB손해보험 3-2 승
출발이 ‘아주’ 좋다. 날개 화력을 바탕으로 연일 좋은 경기를 펼치고 있다. 펠리페, 나경복과 황경민까지, 세 날개가 4:3:2로 가져가는 공격점유율이 인상적이다. 지난 시즌 이 조합이 보였던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리시브였다. 나경복, 혹은 황경민 한 쪽에서 크게 흔들리는 리시브가 발목을 자주 잡았다. 잘 버티다가도 한 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곤 했다. 올 시즌은 다르다. 나경복도, 황경민도, 리베로 이상욱도 리시브 쪽에서 진일보했다. 그 결과 팀 리시브효율 42.23%로 남자부 1위에 올랐다. 특히나 효율 57.66%로 남자부 전체 1위에 오른 황경민의 활약이 눈부시다. 리시브가 안정이 되니 세터 노재욱이 좀 더 편하게 운영을 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팀 퀵오픈 성공률 61.97%로 우리카드는 이 부분 역시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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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vs 대한항공 (서울 장충체육관)
우리카드는 1라운드 마지막 경기만 남겨둔 상태다. 최근 기세만 놓고 보면 우리카드 쪽이 나쁠 게 없다. 한창 상승 중인 우리카드와 달리 대한항공이 최근 처지고 있기 때문. 정지석-곽승석 두 윙스파이커 조합에 대항하는 나경복-황경민 싸움도 볼거리. 우리카드에 1패를 안겼던 OK저축은행은 이상욱, 나경복 쪽을 서브로 공략해 재미를 봤다(당시 리시브효율 나경복 6.67% / 이상욱 23.33%). 우리카드 외인 펠리페는 오픈에 강점이 있는 선수가 아니다. 팀 오픈 성공률도 37.65%로 남자부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오픈보다는 다양한 세트플레이를 통해 상대 블로킹을 흔드는 게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시브가 최소한으로 버텨주는 게 필요하다.

2위 OK저축은행 (승점 9, 3승, 연속 3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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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vs 대한항공 3-0 승
세 경기서 3승에 승점 9점. 그야말로 깔끔한 전적을 자랑하고 있는 OK저축은행이다. 초반 두 경기는 주로 송명근이 끌고 갔다면 지난 대한항공전은 잠잠하던 레오가 눈을 뜬 경기였다. 레오는 지난 경기에서 22득점, 무려 74.07% 높은 공격성공률을 보였다. 날카로운 서브, 전-후위를 가리지 않는 공격력은 눈길을 사로잡았다. 레오-송명근 쌍포에 더불어 신진급 중앙 선수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손주형-전진선 두 명이 세우는 벽이 위력적이다. 속공도 적중률이 높다. 손주형은 남자부 속공 1위(성공률 81.25%)를 달리고 있다. 조금 늦게 합류한 전진선도 지난 대한항공전에서 블로킹 2개를 포함해 7득점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팀 서브가 독보적인 1위(세트 당 2.182개, 2위 대한항공 세트 당 1.857개)인 점 역시 눈여겨봐야 할 점. 석진욱 감독 아래서 한 층 성장한 OK저축은행은 올 시즌 돌풍의 팀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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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vs KB손해보험 (의정부체육관)
11월 2일 vs 한국전력 (수원 실내체육관)
한 경기만 남은 우리카드와 달리 OK저축은행은 1라운드 세 경기나 남았다. 이번 주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 그리고 그 다음 주에는 현대캐피탈전이다. 우선,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은 두 팀과 경기를 앞두고 있다. OK저축은행 입장에선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매치업. 강한 서브가 그대로 살아있다면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다.

3위 삼성화재 (승점 8, 3승 2패, 연속 3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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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vs 대한항공 3-1 승
26일 vs 한국전력 3-1 승
외국인선수 없는 삼성화재의 상승세를 누가 예측했을까. 삼성화재는 시즌 개막 후 2연패로 좋지 않았던 분위기를 이후 3연승으로 단번에 뒤집었다. 특히 외인 산탄젤로의 본격적인 합류 없이 국내 선수들로만 얻은 결과여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여느 외국인선수 그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아포짓 스파이커 박철우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박철우는 득점 1위(120점), 오픈 2위(성공률 52.08%), 공격종합 5위(성공률 54%) 등 공격 여러 부분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왼쪽에서 힘을 보태고 있는 김나운과 세트 당 블로킹 0.7개로 블로킹 2위에 오른 박상하. 세터 권준형과 리베로 이승현까지 30대 선수들의 활약이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지난 26일 한국전력전에서는 기다리던 송희채가 복귀를 신고했다. 완벽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송희채가 있는 삼성화재는 다르다는 걸 다시금 확인시켰다. 점점 감각을 살려 나간다면 2라운드부터는 훨씬 강력한 삼성화재를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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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 vs 현대캐피탈 (천안 유관순체육관)
삼성화재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는 라이벌 현대캐피탈전이다.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은 줄곧 ‘11월 1일 현대캐피탈전’을 기다려 왔다. 송희채, 산탄젤로, 김형진 등 부상 선수들이 회복해 돌아오는 시기를 이 때로 잡은 것이다. 이들은 이제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리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 다행히도 공백을 메운 선수들 활약이 뛰어났다. 기존 선수들과 복귀하는 선수들이 함께 융화를 이룬다면, 11월부터 또 다른 삼성화재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4위 대한항공 (승점 6, 2승 2패, 연속 2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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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vs 삼성화재 1-3 패
25일 vs OK저축은행 0-3 패
2승 뒤 2패. 대한항공에겐 굉장히 어두운 한 주였다. 그 시작은 삼성화재전이었다. 홈에서 삼성화재를 맞아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탄탄했던 리시브진에 균열이 생겼고 이에 따라 단신 외인 비예나의 화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 당시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선수들이 더 절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진 OK저축은행과 경기에서는 0-3 셧아웃 패배였다. 문제였던 리시브는 더 크게 흔들렸다. 박 감독은 이 경기 후 “재정비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아쉬워했다. 컵 대회 당시 뛰어난 경기력으로 우승했던 대한항공이기에 이 정도 부침을 겪을 것이란 예상은 거의 없었다. 먼저 내부적으로 결속을 다잡고,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만한 계기를 만드는 게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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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vs 우리카드 (서울 장충체육관)
11월 3일 vs KB손해보험 (인천 계양체육관)
그러나 다음 상대가 만만치 않다. 최근 뛰어난 경기력을 자랑하는 우리카드다. 기세만 놓고 보면 우리카드 쪽이 훨씬 낫다. 우리카드는 날개 화력에 있어선 대한항공과 비교해 절대 밀리지 않는다. 대한항공은 특유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살려 싸우는 것이 필요하다. 대한항공은 지난 경기를 마치고 꽤 많은 휴식을 가졌다. 박 감독이 말했던 ‘재정비 시간’을 얼추 가진 셈. 다시 기운을 내 반전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5위 KB손해보험 (승점 5, 1승 3패, 연속 3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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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vs KB손해보험 2-3 패
27일 vs 우리카드 2-3 패
KB손해보험은 첫 경기 승리 이후 내리 3연패했다. 문제는 지금까지 치른 전 경기가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이었다는 것. 풀세트 끝 패배는 선수들에게 체력적, 정신적으로 큰 데미지를 준다. 특히나 김정호, 정동근, 황택의 등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KB손해보험에겐 더욱 힘든 점이 될 수 있다. 지난 주 두 경기 모두 잡을 수 있는 경기를 놓쳤다. 현대캐피탈전은 상대 외국인선수가 빠진 가운데 치러진 경기였다. 우리카드전은 더 아쉬웠다. 1, 2세트를 따고 3세트 중반까지 리드하다가 이후 역전을 허용했다. 여러모로 ‘단단함’이 필요한 KB손해보험이다. 리시브를 보면 잘 하다가 급격하게 무너지는 경우가 많이 나온다. 네트터치, 서브범실 등도 꼭 중요한 순간에 터진다. 고비를 이겨내는 힘이 있어야 강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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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vs OK저축은행 (의정부체육관)
11월 3일 vs 대한항공 (인천 계양체육관)
어려운 경기가 이어진다. 30일 예정된 OK저축은행전은 그 어느 때보다 리시브가 중요하다. OK저축은행은 팀 서브 부분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KB손해보험은 리시브가 잘 될 때와 흔들릴 때 공격 퀄리티 차이가 굉장히 큰 팀이다. 서브 1위 팀을 상대로 KB손해보험 리시브진이 시험에 든다. 또 KB손해보험은 지난 24일 이후로 경기 간격이 계속 촘촘하게 이어지고 있다. 3~4일 간격으로 11월 3일까지 네 경기를 소화한다. 잦은 5세트로 지친 선수들이 이겨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6위 현대캐피탈 (승점 3, 1승 2패, 연속 1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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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vs KB손해보험 3-2 승
한 숨 돌렸다. 개막 후 2연패, 여기에 외국인선수 에르난데스가 부상으로 인해 전력 이탈하면서 큰 위기에 빠진 현대캐피탈이었다. 그런 현대캐피탈에게 24일 KB손해보험전 승리는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선수들이 외국인선수 부재에도 자신감을 갖고 싸워나갈 계기가 됐다.
경기력 자체가 좋은 날은 아니었다. 이날 팀 공격성공률은 43.9%밖에 되지 않았다. 범실은 5세트 동안 25개로 적었지만, ‘공격력’이라는 숙제를 안았다. 에르난데스 공백이 곧 공격력 저하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4인(전광인 22점, 신영석 18점, 문성민 14점, 이시우 11점) 중 성공률 50%를 넘긴 건 전광인(58.06%) 뿐이었다. 결국 아포짓 스파이커 문성민이 좀 더 해줘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외국인선수가 빠졌기에 문성민 활약이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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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vs 한국전력 (천안 유관순체육관)
11월 1일 vs 삼성화재 (천안 유관순체육관)
현대캐피탈 다음 경기는 29일, 한창 분위기가 좋지 않은 한국전력과 맞붙는다. 한국전력은 연패 기간 내내 리시브 불안 문제로 고생했다. 뛰어난 외국인선수 가빈을 두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현대캐피탈도 강한 서브를 통해 상대를 연신 흔들어야 한다. 또한 상대 한국전력은 중앙이 취약하다. V-리그 정상급 미들블로커 신영석, 최민호 활약이 필요한 때다. 라이벌 삼성화재와 경기는 11월 1일이다. 삼성화재는 26일 경기를 마친 뒤 일정이 없었다. 충분히 회복한 상태로 현대캐피탈과 경기에 나선다. 현대캐피탈 입장에선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7위 한국전력 (승점 1, 4패, 연속 4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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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vs 우리카드 1-3 패
26일 vs 삼성화재 1-3 패
지난 네 경기에서 한국전력이 획득한 승점은 단 1점에 불과하다. 지난 주 우리카드, 삼성화재와 싸워서는 단 1점도 얻지 못했다. 외국인선수 가빈 외에 다른 선수들 활약이 매우 저조하다. 가장 큰 문제는 리시브. 네 경기서 리시브효율 23.66%를 기록한 한국전력은 이 부분 최하위에 랭크돼 있다. 지난 시즌까지 한국전력은 적어도 ‘받는 것’에선 큰 문제가 없었다. 올 시즌은 리시브가 생각 이상으로 안 되고 있다. 또 디그(팀 디그 4위)도 잘 안 된다. 중앙에서 조근호, 정준혁 등이 최소한의 견제를 해주지 못하니 디그도 쉽지 않다. 결국 이런 불안함은 공격력 저하로 이어진다. 외인 가빈을 제외한 국내 선수들의 각성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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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vs 현대캐피탈 (천안 유관순체육관)
11월 2일 vs OK저축은행 (수원 실내체육관)
최근 팀 부진과 함께 가빈의 컨디션도 떨어지고 있다. 고군분투로 인해 지쳐가고 있는 가빈 어깨를 펴게 할 수 있는 건 결국 주변에 있는 동료들이다. 가빈 대신 득점 하나 더 내주고, 더 정확한 공을 올려준다면 지친 가빈도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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