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장충체육관/서영욱 기자] 시즌을 치르면서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져 가는 정지석이다.
대한항공 정지석은 31일 우리카드와 1라운드 맞대결에서 선발 출전해 맹활약했다. 1세트부터 자신의 한 세트 최다득점 타이기록인 10점을 올리며 기선제압에 앞장섰다. 3세트에는 중요한 순간마다 팀의 리드를 지키는 득점도 만들었다. 이날 정지석은 18점에 공격 성공률 66.67%를 기록했다. 서브 에이스와 블로킹도 각각 2개씩 올렸다.
1세트부터 2연패를 당할 때와 다른 경기력을 선보인 정지석. 그는 연패로 처진 팀 분위기와 몸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더 힘을 냈다고 전했다. 정지석은 “팀 분위기가 정말 안 좋았다. 경기 전날에 (곽)승석이 형이랑 닭백숙도 먹었다. 너무 힘들었다. 안 되는 걸 다시 해보고자, 몸이 문제라고 믿고 싶어서 좋은 것도 챙겨 먹었다. 공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해서 배구하자고 말했다”라고 경기를 앞두고 팀과 자신의 분위기를 먼저 전했다.
이어 정지석은 “오랜만에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테크니컬 타임아웃 때 물을 마시는 데 손이 떨리더라”라며 “우리 팀 선수층이 얇다. 내가 약한 모습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서로 더 격려하면서 했는데 과정은 둘째치고 시원하게 이긴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이날 남달랐던 마음가짐에 대해 언급했다.
실제로 정지석이 2연패 당시 겪은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정지석은 “2연패 중 한 경기였는데, 한 번은 숙소 들어가면서 올 시즌 끝나고 군대 가야 하나 싶었다”라며 “운동도 하기 싫었다. 하지만 다시 해보려고 비디오도 보고 운동량도 늘렸다. 뭐라도 해야 얻는 게 있을 것 같았다”라고 당시 기분을 전했다.
팀 차원에서 노력도 덧붙였다. 정지석은 “감독님이 너무 움츠러들었다고 하셨다. 리액션도 더 하라고 하셨다. 분위기를 올리기 위해 더 노력했고 그래서 기분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팀이 가끔 이타적인 플레이를 못 할 때가 있다. 우리의 단점이다. 득점을 하면 문제없기 때문에 리액션도 더 크게 해서 단합되게 만들었다”라고 개인의 노력도 언급했다.
이날 정지석은 서브 에이스 2개를 기록하는 등 좋은 서브 감각을 선보였다. 정지석은 “감독님이 범실 해도 되니까 마음껏 때리라고 하셨다. 감독님이 그만큼 믿어주시면 선수는 편하다. 그래서 평소처럼 때렸다. 서브 득점은 운도 좋았다”라고 비결을 밝혔다.
정지석은 펠리페의 리시브 라인 합류도 자신을 자극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펠리페가 서 있던 자리가 내가 잘 때리는 코스였다. 그런데 거기에 펠리페가 있는 걸 보고 내 서브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싶었다. 자존심도 상했다”라고 당시 기분을 묘사했다. 이어 “계속 그쪽으로 때렸는데 잘 들어갔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지석은 올 시즌 새롭게 선보이는 헤어밴드 스타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누구는 좋게 봐주시고 누구는 싫다고 말한다”라고 웃어 보였다. 이어 “좀 더 쓸 것 같은데 계속 지면 앞머리를 잘라야 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장충체육관/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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