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유광우(34)와 김수지(32), 지난 경기서는 선배들의 역할이 돋보였다.
지난 14일 열린 2019~2020 도드람 V-리그 남자부와 여자부 경기.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한국전력과 대한항공 경기는 대한항공의 3-2 승리로 끝났다.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 경기는 연패 중이던 IBK기업은행이 선두 GS칼텍스에게 3-2로 이겨 시즌 첫 패배를 안겼다.
승리 팀 대한항공과 IBK기업은행은 각자 위기 속에서 경기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주전 세터 한선수가 손가락 부상으로 빠졌다. 오른손 중지 미세골절로 지난 10일 삼성화재와 경기 도중 다쳤지만 다소 늦게 확인했다. IBK기업은행은 시즌 초반부터 5연패에 빠져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이런 위기 속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건 베테랑의 활약이 있어 가능했다. 대한항공에서는 세터 유광우가, IBK기업은행에선 김수지가 나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대한항공에서 한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한선수는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운영이 강점인 선수다. 대한항공 특유의 반 박자 빠른 공격을 이끄는 선봉장이다. 한선수가 주전으로 확실하게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유광우가 팀원들과 호흡을 맞출 만한 시간이 길지 않았다. 이날 경기도 유광우는 단 이틀 훈련을 하고 나서 출전했다. 완벽한 타이밍을 만들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갑작스런 출전에도 유광우는 본인만의 스타일대로 팀을 꾸려갔다. 유광우는 공격수가 치기 좋게끔 올리는 스타일이다. 교과서적인 운영을 펼치곤 한다. 공격수들은 한선수와 다른 유광우의 패턴, 타이밍에 생소함을 느꼈다. 주포 비예나가 공격범실 10개, 그리고 정지석도 5개로 이전과 비교해 많았다. 그러나 세트가 거듭될수록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여자부 IBK기업은행에서는 김수지가 나섰다. 이전까지 IBK기업은행은 연패로 흔들렸다. 그 사이 포지션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나이와 김수지 자리를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선수들이 바뀌었다. 결과마저 좋지 않으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김수지는 1위 팀 GS칼텍스를 상대로 무려 블로킹 9개를 잡아내며 활약했다. 공격 8득점까지 합쳐 총 17점을 기록하며 팀 중심을 든든히 지켜냈다. 속공, 이동공격 등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준 경기였다.

베테랑이 선사한 1승 이상의 가치
올 시즌 남자부와 여자부는 여러 신예들의 활약이 이슈가 되고 있다. 남자부에서는 삼성화재 정성규, 한국전력 김명관, 구본승 등이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KB손해보험 또한 20대 초반 선수들을 주축 멤버로 내세워 세대교체에 한창이다. 여자부에서는 신인 이다현(현대건설)이 눈에 띄는 가운데 KGC인삼공사 지민경, 한국도로공사 최민지 등 젊은 선수들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팀이 위기일 때 믿고 의지하는 건 결국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 선수들이다. 위기 상황일 때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를 가장 잘 안다. 어떨 때는 강하게 밀어붙이기도, 때로는 유하게 넘어가면서 방법을 찾는다. 여러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베테랑들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신인들이 만들어내는 변수도 물론 가치 있지만, 묵묵하게 제 몫을 하면서 하나하나 쌓아올리는 베테랑들의 활약만큼 지도자 입장에서 고마운 게 없다. 이렇게 선배 선수들이 버텨줄 때, 신인들도 위력을 더 발휘하는 법이다.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두 베테랑, 유광우와 김수지 활약은 자칫 흩어질 수 있는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나아가 다시 한 번 박차고 올라갈 힘을 만들게끔 했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약 한 달 동안 한선수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또 만약 한선수가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전에 차출될 경우에도 두세 경기 정도 마찬가지로 유광우가 나서야 한다. 지난 경기 승리는 유광우가 있어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한 경기였다. 창단 후 첫 5연패라는 수모를 겪은 IBK기업은행은 김수지의 맹활약 덕분에 희망을 봤다. 이리저리 흔들리던 팀원들은 이 승리로 다시 한 번 뭉칠 수 있었다.
두 베테랑이 나서서 만든 1승은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경험’으로 단단히 무장한 선배 선수들의 가치는 단순히 득점이나 기록에서는 보이지 않는 그 이면에서 더욱 반짝였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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