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우리카드가 국내 선수들만으로 잘 달리고 있다. 우리카드는 지난 시즌만 해도 '아가메즈의 팀'으로 알려졌다. 그랬던 우리카드는 최근 높은 외인 점유율에서 벗어나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카드는19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도드람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과 원정경기에서 달라진 면모를 보여줬다. 우리카드는 이날 국내선수만으로 KB손해보험에 3-0(25-22, 25-13, 25-22)으로 완승을 거뒀다. 기록이나 내용 면에서 흠 잡을 것 없는 완벽한 경기운영이었다.
우리카드는 최근 3연승으로 페이스가 좋다. 무엇보다 지난 두 경기 승리는 의미가 컸다. 외국인선수 펠리페 없이 거둔 승리였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현대캐피탈과 경기부터 펠리페가 부상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이에 본래 윙스파이커로 뛰던 나경복이 펠리페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나경복이 빠진 자리에는 한성정이 들어와 황경민과 짝을 이뤘다. 국내 선수들로만 이뤄진 삼각편대는 외국인선수 공백을 무색하게 했다. 노련미가 붙은 나경복과 더불어 2년차 황경민이 이루는 쌍포는 위력적이었다. 경기감각이 다소 떨어져 걱정을 산 한성정은 금세 적응하며 KB손해보험전에서 제 역할을 다했다.

외인 의존도에서 벗어나라, 성장한 국내 선수들
지난 시즌 우리카드는 외국인선수 의존도가 높았다. 돌아온 거포 아가메즈가 팀 공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그는 지난 시즌 5라운드까지 팀 공격점유율 48.29%를 담당했다. 6라운드 첫 경기서 부상을 당하면서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득점 2위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득점능력을 보였다.
아가메즈 이전에도 우리카드는 외국인선수 비중이 높았다. 이제는 한국 리그를 떠난 파다르가 있을 당시에도, 확실한 국내 옵션이 없어 고민이 컸다. 매번 외국인선수를 도울 국내 선수가 나타나길 기다렸지만,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2018~2019 시즌 새로 팀에 부임한 신영철 감독은 이 부분을 바꾸길 원했다. 팀 DNA를 바꾸는 작업이었다. 외국인선수 뿐 아니라 국내 선수들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배구를 위해 애썼다.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팀을 꾸렸다. 윙스파이커를 나경복과 한성정, 황경민으로 구상한 것이 첫 번째 단계였다. 다음으로는 중심을 잡아줄 세터 노재욱을 영입했다.
그러나 첫 시즌부터 순탄하게 돌아간 건 아니었다. 젊은 선수들만으로 온전한 시즌을 치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 지난 시즌 막판 아가메즈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그 문제는 더욱 커졌다. 구심점을 잡아줄 선수가 사라지면서 팀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아가메즈 부상 전 5라운드 전승을 달성했던 우리카드는 6라운드 들어 단 1승(5패)에 그치면서 위기에 빠졌다. 결국 아가메즈는 플레이오프까지 몸을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했고, 우리카드는 창단 후 첫 플레이오프에서 2패로 물러나야 했다.
지난 시즌 경험은 우리카드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 큰 경기를 통해 위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웠다. 스스로 결정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낀 시간이었다. 그 결과가 올 시즌 우리카드의 전력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19일 경기 후 신영철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해 만족스러워했다. 신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우리카드가 외국인선수에 많이 의존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렇지만 올 시즌은 그런 생각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선수들 모두 발전했고,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비시즌 정말 많은 상황에 대해 공부하고 연습했다. 대학 때 하지 못했던 것들을 같이 준비했다. 매 상황마다 ‘왜 이렇게 움직여야 하는가’를 따져보고 분석하며 만들어나갔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선수들 전반적으로 ‘노력한 만큼 뭔가 되는구나’하는 걸 느끼고 있다. 자만하지 않고 준비한다면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국내 선수들이 이끄는 ‘팀 우리카드’
뛰어난 외국인선수는 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 팀이 탄탄하게 유지되려면 국내 선수들의 역량이 필수적이다. 짧은 시간 팀에 머무는 외국인선수와 달리 국내 선수들은 보다 오래 남는다. 무엇보다 코트 위에 오르는 숫자가 다르다. 외국인선수는 결국 코트 위 선수들 중 하나일 뿐이다.
시즌 시작 전 우리카드는 외국인선수를 몇 차례 교체하면서 펠리페로 확정했다. 이를 두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시즌 전력과 비교해 아가메즈와 펠리페만 바뀐 것이기 때문이었다. 객관적인 경기력을 비교했을 때, 아가메즈와 펠리페는 차이가 난다. 나이를 감안해도 아가메즈가 펠리페보다는 뛰어난 경기력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올 시즌 우리카드가 선전하고 있는 건 국내선수들 역량 덕분이다. 리시브도 크게 발전했고 수비 조직력도 이전보다 더 좋아졌다. 국내 공격수의 결정력도 펠리페 못지않다.
지난 시즌 창단 첫 봄 배구에 진출한 우리카드.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외인 아가메즈 효과’라고 말하며 평가를 절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마땅히 반박할 수도 없었던 게 사실이다. 올 시즌 우리카드는 지난 시즌과는 다른 방법으로 성적을 내기 위해 달리고 있다. 에이스 한 사람이 이끄는 우리카드가 아닌, ‘팀 우리카드’로 함께 달려 나가는 중이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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